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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관…조선 속의 일본 <13> 사건·사고로 본 왜관

왜인들 왜관 방화범으로 조선인 의심… 화난 동래부사 교역중단 엄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1-13 18:42:29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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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상인 - 일본인 돈 거래 빈번
- 빚 독촉 과정 살인 일어나기도
- 조정, 거래 실태 등 사례집 제작

- 왜관서 수입한 물품 대금으로
- 일부 목면 대신 쌀 지급했는데
- 조선 관리 횡령사건 자주 발생
- 사형·강제노역형 등 강력 처벌

- 왜관 안에선 도박·도적질 잦아
- 관수, 수상한 자 즉시 신고 지시
- 사설 야경꾼 조직 밤마다 순찰

왜관은 두 나라 사람들이 끊임없이 부딪치는 접촉지대였다. 조선과 일본이란 낯선 사람과 문화가 교류하면서, 그 교류는 역류하기도 하였다. 폭언, 폭력, 횡령, 사기, 밀수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람들이 다치고 죽었다. 사건·사고의 현장, 왜관으로 가서 그곳을 삶터로 살아간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본다.
1872년 부산진지도(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 길게 세워진 부창 건물 중에 공작미고가 있음. 왜미선창은 공작미를 왜관으로 옮기던 선창.
■빚 때문에 일어난 살인 사건

1683년에 세워진 ‘약조제찰비’를 보면, 노부세(路浮稅)는 주고받은 자 모두 사형이었다. 노부세는 ‘노보세’라는 일본말의 한자 표기다. 조선상인이 일본 상인에게 진 빚이므로 ‘왜채’(倭債)라고도 부른다. 빚은 대체로 밀거래 자금 때문에 생긴 것이다. 빚을 독촉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고, 종종 외교 문제로도 확대되었다. 그래서 거래 실태, 부채 규모, 밀거래 정황을 상세히 파악해서 적어놓은 사건 사례집을 만들기도 하였다. 후일에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면 참조하기 위한 것이다. 1637년 5월부터 1672년 6월까지 상황을 적은 ‘징채(徵債)등록’이 그것이다.

빚을 독촉하는 과정에서 살인도 일어났다. 두모포 왜관 때인 1663년 2월, 일본인 리베에(利兵衛)라는 사람이 김용갑에게 빚을 받으러 부산(진)에 갔다가 그와 다투었다. 이때 소통사(하급 통역관) 김달은 일본인이 함부로 왜관을 나와 마을까지 찾아와 온 죄를 따지면서, 빨리 왜관에 들어갈 것을 요구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일본인은 칼로 김달의 목을 베어 죽였다. 조선 측은 즉시 그를 효수(목을 베어 매담)할 것을 왜관 관수(책임자)에게 통보하였다. 관수가 끝내 처형하지 않자, 동래부사는 대마도주에게 외교문서를 보냈다. 또한 대마도로 파견하는 사절, 문위행을 통해 대마도주에게 재차 이 사실을 알렸다. 그 결과 마침내 일본인 범인을 왜관 문밖에서 효수하였다.

1672년 3월에는 일본인 한 명이 빚을 받으러 부산(진)에 갔다가 살해되었다. 시체는 부산(진) 선창에서 발견되었다. 머리와 목 밑에는 칼자국이 선명하였다. 범인은 빚을 진 소통사 김어부동이었다. 살인에는 빚을 진 최복수, 김봉생도 가담하였다. 김어부동 형과 처가(처, 처남, 장인 등)도 연루되었다. 살인의 주범인 김어부동은 사형되었다. 최복수와 김봉생은 유배되고, 나머지 사람도 죄질에 따라 처벌받았다.

■운미감관의 쌀(공작미) 횡령 사건

약조제찰비(부산박물관 소장)
조선은 왜관을 통해 국가에서 필요한 물품을 수입하였다. 수입품 대금은 처음에는 목면(공목)으로 지급하였다. 쌀이 부족한 대마도는 목면 일부를 쌀로 지급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래서 1651년에 목면 300동(1만5000필)에 해당하는 쌀 1만2000석(18만 말)을 지급하였다. 1660년에 1만2000석에서 1만6000석으로 늘어났다. 이 쌀을 ‘공작미’라 부른다.

쌀은 경상도 여러 지역에서 거둔 세금을 동래로 보낸 것이다. 쌀은 부산진에 있는 부산창(부창)에 보관하다가 왜관으로 보냈다. 부산창은 동래부 창고 가운데서 가장 큰 규모로, 특히 공작미고는 42칸이나 되는 큰 창고다. 쌀을 왜관에 지급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폐단이 일어났다.

부산창에 있는 쌀을 왜관으로 보내는 책임을 맡은 사람은 ‘운미감관’이다. 이들은 4명으로 매년 교체되었다. 이들은 쌀을 즉시 지급하지 않고, 중간에서 빼돌리는 등 부정을 저질렀다. 동래부사 정이검 때인 1742~43년에, 동래부사의 비장(데리고 온 관리)과 운미감관 전우장·김윤하·박동석 등이 공모하여 횡령한 사건이 일어났다. 횡령한 쌀은 공작미 외에 다른 용도의 쌀도 있었다. 쌀의 양도 자료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4000~5000석이나 되었다.

사건의 주범인 전우장은 효수되고, 김윤하와 박동석은 곤장 50대를 맞은 후 외딴 섬에 귀양 갔다. 부사도 3년의 도형(강제노역형)을 당했다. 사형(효수)이란 강한 처벌에도 불구하고, 운미감관 등의 부정은 근절되지 않았다. 공작미 지급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1750년 ‘동래접왜절목’, 1782년 ‘수표미 방금 절목’, 1788년에 ‘하납 개규정 신반사목’ 등 규정이 잇달아 만들어졌다. 이처럼 관련 규정이 잇달아 만들어진 것은 그만큼 공작미를 둘러싼 부정행위가 지속해서 반복된 것을 반증하고 있다.

■초량왜관 화재와 임세망 고문 사건

왜관 밖에는 조선인과 일본인의 출입을 지키는 초소(복병소)가 여러 군데 있었다. 1745년 12월 9일 동쪽 복병소를 지키는 군인인 복병군 임세망이란 자가 갑자기 왜관 안으로 잡혀갔다. 대마도에서 온 사절인 부특송사가 머무는 집의 대청마루 밑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서 마루판 예닐곱 장과 대청 돗자리 방석이 불탔다. 일본인은 임세망을 의심하여 왜관 안으로 잡아갔다. 그들은 임세망을 판자 위에 눕혀 놓고, 협박하면서 배가 불러 터질 정도로 물을 먹였다. 임세망이 끝내 모른다고 하자, 일본인은 그에게 소주를 먹여서 달랜 후 풀어주었다. 다음 날 임세망이 왜관 정문을 지키는 수문군관에게 호소하러 가자, 다시 그를 잡아가 죄를 추궁하였다. 임세망이 끝내 부인하자, 양쪽은 화재를 둘러싸고 종일 다투었다. 이에 일본어 통역관인 훈도와 별차가 다시 일본 측에 항의한 후에야 그는 풀려났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불이 난 당일 초소에서 같이 근무한 복병장 김두껍이에게 물어보려고 했으나, 그는 겁을 먹고 도망쳤다.

이 사건에 대해 동래부사는 왜관 측에 강력하게 항의하였다. 왜관 안에서 불이 난 것은 12월 7일 밤이므로, 수문(정문)은 닫히고 인적은 끊어져서 우리 쪽 사람이 알 수 있는 곳이 아니므로, 우리 쪽 사람을 의심하는 것은 사리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 근거 없이 임세망을 범인으로 단정하면 ‘철공철시’ 하겠다고 왜관에 통보하였다. ‘철공’은 왜관에 필요한 생필품 지급을 중단하는 것이고, ‘철시’는 한 달에 여섯 번 열리는 개시(무역)를 열지 않는 것이다. 동래부사의 강력 대응책에 대해 비변사에서도 승인하였다. 그런데 임세망이 일본인들에게 의심을 산 것은 이유가 있었다. 복병소의 업무는 엄격하게 지켜져야 하는데 하필 불이 난 날 임세망이 별다른 허가 절차 없이 복병 업무를 대신 섰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조선 측에서는 임세망과 복병장 김두껍이에게 그 책임을 물어 곤장을 쳤다. 조선 측에서는 임세망 사건처럼 이유 없이 조선인을 왜관으로 잡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런 일이 일어나면 ‘철공철시’ 한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왜관 안 도난 사건

왜관 안에서의 범죄는 대부분 밤에 일어났다. 불을 지르거나 도박이나 도적질 등을 한 자를 발견하면 즉시 붙잡을 것, 수상한 자를 보면 즉시 신고할 것 등을 관수가 지시할 정도로 범죄가 자주 일어났다. 왜관의 야간 순찰은 요코메(橫目)·메쓰케(目付) 등 일본인 하급 관리가 담당하였다. 1688년 8월 20일에는 사설 야경꾼이 조직되어 밤마다 순찰을 하였다. 그런데 사설 야경꾼이 조직된 지 이틀 뒤 밤에 도난사건이 일어났다. 도난을 당한 사람은 무사 계급인 ‘곤도 야헤에’라는 일본인이었다. 그는 휴대용 문갑 안에 있던 은 4~5돈을 도둑맞았다고 신고하였다. 그런데 그날 밤 그는 술을 먹고 만취 상태였기 때문에 기억이 정확하지 않았다. 그리고 도난당한 금액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사건은 범인을 잡지 못한 채 흐지부지하게 마무리 되고 말았다. 도난 당한 은 외에 휴대용 문갑에는 다른 물건도 있었다. 이 물건 목록은 왜관 관수가 쓴 일기에 남아 있다. 이것은 곤도 야헤에라는 한 개인에 한정된 물건이지만, 왜관에 사는 일본인이 평소 어떤 물건을 휴대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다. 도난사건을 포함하여 범죄의 역사는 왜관의 일상사·생활사를 밝히는 결정적인 단서가 되고 있다.

김동철 부산대 사학과 교수

◇ 곤도 야헤에 휴대용 문갑에 들어 있던 물건들

저울

1개

동전

14문

은

4~5돈

족집게

4~5개

부채 상자

2개 
(부적, 부채 1자루)

장부

2책

실용 사전

1책

반절 종이

 

초

1자루

머리끈

 

3자 줄

1다발

작은 차 상자 

1개

삼베 실

 

교훈서

1책

휴대용 약통

 

그릇

1개

족자

1폭

일본 붓

1자루

종이

2첩

벼루

1개

기타

 

※다시로 가즈이 지음, 정성일 옮김, 『왜관』 199쪽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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