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노장이 그린 범죄세계 연대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1-27 19:18:03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 니로)은 페인트공(마피아 은어로 살인청부업)이다. 2차 대전 참전 후 퇴역해 트럭 운전사로 일하던 그는 필라델피아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마피아 거물 러셀(조 페시)을 만나 해결사 노릇을 하며 범죄 세계에 입문한다. 대담한 일처리로 조직의 신용을 얻은 시런은 러셀의 주선으로 미국 최대의 트럭운송 노조 지도자 지미 호파(알 파치노)를 보좌하게 되면서 인생의 전성기를 맞는다. 그러나 범죄에 연루된 혐의로 징역을 선고받고 3년 뒤 가석방된 호파가 무리하게 위원장 자리를 되찾고자 하면서 마피아와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된다. 조직의 신뢰와 호파와의 우정 사이에서 시런은 양자택일의 기로에 처한다.
‘아이리시맨’ 스틸.
‘아이리시맨’(2019)은 범죄자 인생의 흥망성쇠를 다루는 한 편의 연대기이다. 장장 209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영화의 플롯은 시런이 범죄세계에서 인맥을 쌓아가며 승승장구하다가 결국 호파를 배신하고, 감옥을 다녀온 이후 가족에게서 버림받고 독거노인 신세로 전락하는 인생유전을 따라간다. 마틴 스콜세지는 “신의, 사랑, 믿음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배신에 관한 영화”라고 규정했다. ‘아이리시맨’은 스콜세지가 21세기에 접어들어 새롭게 만든 ‘좋은 친구들’(1990)이자 ‘카지노’(1995)이며 그 종결판이다.

폭력의 배경에는 두둑한 목돈과 명예라는 보상이 자리하고 있다. 시런은 더러운 일을 처리하면서도 자신의 앞날이 창창하게 뚫려있다는 걸 기뻐한다.

그러나 중반을 넘어가면서 관객은 이 범죄 천국의 실체가 배신과 음모가 난무하며, 표리부동한 인간들의 공모에 의해 언제든지 파멸당할 수 있는 지옥임을 목격하게 된다.

이전 영화에서처럼 스콜세지는 ‘대부’(1972)로 대표되는 범죄영화의 신화를 단호히 거부한다. 한때 ‘대부’ 시리즈의 마이클 콜레오네로 정상에 섰던 알 파치노의 캐스팅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배신자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추호도 하지 않았던 호파는 그 순진함의 대가를 죽음으로 치르며, 이것으로 갱스터 장르에서 관철되던 마피아 패밀리의 가족주의와 바로크적 낭만성은 철저히 부정당한다.

세상을 주름잡았던 거물들조차 퇴물이 되는 운명은 피할 수 없다. ‘아이리시맨’의 또 다른 주제는 ‘시간’이다. 주연 배우들의 얼굴을 컴퓨터 그래픽까지 동원해가며 젊게 만든 건, 한때 이들이 누렸던 전성기가 노년의 모습과 대비를 이루며, 인간사의 무상함, 격세지감을 드러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세상에 대한 통제력을 잃은 노인들의 노쇠함을 비추는 영화의 후반부에는 점점 작품에 투자받기 힘들어했던 스콜세지 감독 본인의 심경이 묻어나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메리칸 뉴시네마의 시대에 뛰어들어 숱한 걸작을 남겼던 거장은 오늘날 과거의 영광과 영화의 순수성이 사라져가는 중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문을 닫지 않고 열어두는 엔딩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시네마’의 시대는 끝난 게 아니라는 감독의 암묵적인 메시지다.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조용히 작품의 중심 잡아주던 사람…‘영원한 별’ 안성기 추억하다
  3. 3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4. 4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5. 5“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6. 6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사설] 비타민이라 속여 주사맞혔나…진실 규명 시급하다
  9. 9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10. 10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3. 3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4. 4김민석, 주진우 겨냥 “막말 땐 자격 정지 추진”
  5. 5與, 신천지 가입 정황 확인…후속 조치 주목(종합)
  6. 6KTX·SRT 통합, 이재용·최태원 증인채택 두고 여야 신경전
  7. 7李대통령 “늘어난 청소년 자살률…학업문제 등 강력한 대책 찾아야”
  8. 8강경화 “한미 협의 쉽지 않아” 시인…국힘 “정부, 혈맥 막혔는데 뭐하나”(종합)
  9. 9“부산 情 담은 뮤지컬 ‘당신만이’를 관광 콘텐츠로”
  10. 10국힘 ‘골프 특검법’ 예고하며 공세…주진우 ‘명 끊을 때’ 댓글에 與 격분
  1. 1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2. 2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3. 3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4. 4해양·파생특화 넘어 디지털금융으로…부산 금융도시 고도화
  5. 5해수장관 “내년 북극 시범운항 車운반선 등 확대”(종합)
  6. 6고리 3·4호기 계속운전 심사 개시…사고관리계획서도 상정(종합)
  7. 7반도체주 추락에 5%대 급락…코스피 간신히 6000선 방어(종합)
  8. 8광고산업 수도권 집중 심화…“지역업체 살려야”
  9. 9주가지수- 2026년 10월 13일
  10. 10부산이 원했던 금융위원회, 결국 세종으로 간다…지역 반발 거셀 듯
  1. 1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2. 2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3. 3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4일
  4. 4정신건강복지법 개정 갈등 심화…부산지역 심리학과 등 시국선언
  5. 5출처불명 선박 ‘뒷기름’ 40억 원어치 유통업자 집유 2년
  6. 6동명대 스마트해양, 신라대 AI웰라이프, 고신대 AI헬스케어
  7. 7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87> 배우 강석우
  8. 8부산외고 학생들, 독립운동가 후손 초청 감사제
  9. 9“창원시민 필요한 사업 100개 추진할 것”
  10. 10단일 고분자반도체 3진 논리 소자 개발
  1. 1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2. 2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3. 3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4. 4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5. 5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6. 6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7. 7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8. 8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9. 9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10. 10차준환, 이번 시즌 국가대표·대회 출전 중단…서울시청과도 결별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부산 야구장 미래는
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