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건어물 위판장이 부산 ‘힙플레이스’로 되살아났다. 한때 지역 최대의 건어물 도매시장이었지만 지금은 침체한 인근 상가도 새로운 힙플레이스와 함께 부활을 꿈꾼다. 중구 남포동 복합문화공간 ‘B.4291’이 다음 달 1일 문을 연다. 이곳은 본래 1958년 세워진 수협 건어물 위판장이 있던 곳이다. B.4291의 ‘B’는 부산(Busan)에서 따왔고 ‘4291’은 건어물 위판장이 처음 세워진 1958년을 단기로 표기한 것이다. 도시재생 프로젝트 컴퍼니인 리본프로젝트 주도로 기획됐으며 기존 건물을 유지해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면서 주변 상가와의 위화감을 줄여 새로운 도시재생 모델로 주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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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의 뼈대를 살린 카페 셀 로스터스. |
# 1F 남포조인트마켓
- 1인 미역국 세트·간편 건어물
- ‘남포 목욕탕’ 새겨진 수건 등
- 맥주·와인 곁들일 안주 판매
- 빌려주는 공간 ‘B.archive’도
# 2F 카페 셀 로스터스
- 천장 목조 살린 카페 내부
- 직접 로스팅한 스페셜 커피
- 프라이빗룸 ‘b.room’ 제공
- 인스타그램선 벌써 소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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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길을 사로잡는 제품으로 가득 찬 1층. |
B.4291은 크게 네 공간으로 나뉜다. 1층에는 건어물 푸드 브랜드인 ‘남포조인트마켓’과 전시 공연 프리마켓 등을 열 수 있도록 공간을 빌려주는 ‘B.archive’가 있다. 2층은 카페 ‘셀 로스터스’와 프라이빗룸을 제공하는 ‘B.room’으로 구성됐다. 가오픈 상태인데도 인스타그램 등 SNS를 보고 여행객이 찾아와 구경할 정도로 알음알음 입소문이 났다.
남포조인트마켓은 팝업스토어와 자체 제작 상품 등을 다룬다. 팝업스토어는 계약에 따라 짧게는 2주, 길게는 6개월까지 들어선다. 아기자기한 소품이 곳곳에서 구매욕을 자극한다. 군대를 좀 아는 남자들은 깡통시장에서 많이 다뤘다는 전투식량 키트와 통조림 진열대 앞에서 추억에 젖는다. 부산에 여행 온 외지인이나 외국인들은 젊은 감각으로 재해석된 이태리타월 앞에서 발길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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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역 등 건어물을 소량 구매할 수 있다. |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건어물의 세련된 변신이다. 이곳에서는 1인 가구를 위해 기장 미역을 1, 2인분만 포장해 판매한다. 마찬가지로 참기름·간장도 작은 병에 담아 1인용 미역국 세트를 만들었다. 구운 황태나 김부각 등 조리 후 진공 포장한 건어물도 만날 수 있다. 앞으로는 이곳에서 건어물로 만든 간단한 안주를 제공해 맥주나 와인과 곁들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매운 마요네즈와 고추냉이(와사비) 마요네즈 등 건어물을 찍어 먹기 좋은 4~6가지 소스를 직접 만들어 별도 판매할 예정이다. 밥에 비벼 먹기 좋은 작은 밥새우와 육수용 멸치 등도 준비됐다. 선뜻 접하기 어려운 건어물을 간편하게 즐기도록 한 것이다.
그렇다고 건어물과 관련 있는 제품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남포 목욕탕’이 새겨진 하얗고 두꺼운 수건에는 요즘 대세인 레트로 감성이 그대로 담겼다. 마니아층이 먼저 알고 찾아온다는 속옷 브랜드 ‘inA’나 렌트부산에서 만든 부산 여행 책자도 인기 상품이다. 전통시장에서 많이 봤던 아이스박스를 모티브로 한 에어팟 케이스도 앙증맞다. 김진주 매니저는 “사진을 찍어 SNS에 인증하기 좋아하는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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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트로 감성이 깃든 자체 제작한 수건. |
이곳이 오래된 건물이라는 것은 2층 카페형 베이커리, 셀 로스터스에 들어서자마자 알 수 있다. 천장에 남은 뼈대를 보면 나이테처럼 건물의 나이가 짐작된다. 맨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B.4291이 이름을 따왔던, 건물이 세울 때 적어둔 날짜가 천장에 남아 있다. 최대한 뼈대를 살리고 싶어 오랜 시간을 들여 내부만 고쳤다고 한다.
카페 이름에 프랑스어로 소금을 뜻하는 셀을 붙인 것도 의미가 남다르다. 소금이 음식을 버무리며 맛을 만들어 가듯이 셀 로스터스의 커피가 사람과 문화를 버무리며 조화롭게 녹아들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생두를 찾아내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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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어물을 활용한 음식도 맛볼 수 있다. |
김 매니저는 “건어물 시장 상인은 한 공간에서 30, 40년씩 함께 일한 사람들이다. 유대 관계도 엄청나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B.4291로 젊은 사람의 유입이 많아지면 좋겠다며 상인들이 큰 기대를 보인다. 도시 재생을 위해 만든 공간인 만큼 선한 영향력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사진=김미주 기자·리본프로젝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