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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이’와 ‘용식이’ 골목길 돌아가면 짠 하고 나타날 듯

포항 구룡포 일본인가옥거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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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여 년 전 日 어부들 정착한 거리
- 500m 구간 80여 채 적산가옥 남아
- 근대역사관 등 ‘역사거리’로 조성

-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촬영 이후
- 평일·주말 수시로 방문객 인산인해
- 포스터 배경된 곳 인증샷 찍으려 줄 서

- 인근 위치한 4층 규모 ‘과메기문화관’
- 물고기·AR 체험시설 어른·아이 만족
- 노을 배경 포구 걸으면 절로 감성충전

일본인가옥거리는 100여 년 전 이주 일본인들이 구룡포에 정착하면서 형성됐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지로 유명해져 지금은 주말에만 4000명 이상이 찾는 유명 관광지다.
전국의 ‘동백’이와 ‘용식’이가 경북 포항 구룡포에 몰려들고 있다. 얼마 전 종영한 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인기 덕분이다. 드라마에서 배우 공효진과 강하늘이 연기한 배역 이름이 동백이와 용식이다. 시청률이 올라갈수록 촬영지를 찾는 관광객도 급증했고 그 인기는 드라마 종영 후에도 여전하다. 드라마는 구룡포의 일본인가옥거리를 중심으로 촬영됐다. 구룡포를 거닐며 하루 동안 동백이 열풍에 동참했다.

■‘옹산’으로 바뀐 일본인 거주지

일본인가옥거리는 100여 년 전 물고기 떼를 쫓아온 일본인 어부들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만들어졌다. 구룡포의 풍부한 어장은 일본인 어부들의 배를 불리기에 충분했다. 부유해진 일본인들이 집을 짓기 시작하고 음식점 제과점 술집 백화점 등이 들어서며 이곳은 한때 구룡포 최대 번화가로 성장했다. 1932년에는 300가구에 달할 정도였다. 광복 이후 사람은 떠나고 건물은 남았으니,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교훈의 장소로 삼고자 포항시가 2012년 일본인가옥거리로 조성했다. 지금은 500m 거리에 80여 채의 적산가옥이 남아 있다. 일부는 내부를 고쳐 지금도 가게와 주택으로 사용 중이다. 당시 거주했던 일본인 하시모토 젠기치 일가의 살림집은 근대역사관으로 만들어 그 흔적을 전시해뒀다.

시간은 흘러 2019년, 이곳은 ‘옹산’으로 다시 세상에 이름을 떨치고 있다. 옹산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배경인 가상의 마을이다. 드라마 촬영지를 찾아오는 관광객이 평일에 2000~3000명, 주말에 4000~5000명이나 된다. 구룡포항은 방문객의 차량으로 해안선을 따라 전체가 거대한 주차장이 돼버리고 좁은 거리에는 인증샷을 찍으려는 관광객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포항시 관계자는 “드라마 방영 전보다 방문객이 최소 6배는 늘어난 것 같다”고 밝혔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포스터.
일본인가옥거리 입구에 들어서면 양옆으로 적산가옥이 늘어서 있고, 정면으로는 돌기둥 계단이 보인다. 계단 양쪽으로 늘어선 총 120개의 돌기둥마다 이름이 새겨져 있다. 처음에는 이 돌기둥에 구룡포항을 조성한 이주 일본인의 이름을 새겼지만 광복 후에는 충혼각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준 한국인 후원자들의 이름으로 그 위를 덮었다.

꽤 가파른 계단 위를 오르면 구룡포항이 한눈에 내다보인다. 드라마 포스터를 찍은 곳이다. 포스터에서 환하게 웃는 동백이와 용식이처럼 사진을 찍으려고 관광객들이 계단 곳곳에 앉아 포즈를 잡고 있다. 탁 트인 경치를 보고 있으니 단숨에 드라마 속 옹산으로 들어온 듯했다. 잠시 드라마의 감동을 느끼려는 찰나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저기요, 사진 좀 찍어 주실래요?” 문득 뒤를 보니 인증샷을 찍으려고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 ‘사진 안 찍을 거면 좀 나오지’라는 무언의 눈치가 뒤통수를 때렸다. 태연한 척 계단 위에 있는 아홉 마리 용의 동상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구룡포는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한 포구라고 해서 이름 지어졌다는 전설이 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구룡포항은 또 다른 느낌이다.

■어린이·어른이 모두 만족 과메기문화관

과메기문화관에서 물고기 촉감 체험을 하는 아빠와 아기 모습.
계속해서 위로 올라가면 과메기문화관을 만난다. 이곳은 포항의 겨울철 대표 음식인 과메기의 연구와 품질 관리가 이뤄지는 곳이다. 길목에서는 과메기를 말리는 덕장도 볼 수 있다. 문화관은 총 4층 규모로, 살아있는 물고기를 직접 만져볼 수 있는 해양체험관과 증강현실을 이용한 체험 스크린 등이 마련됐다. 구룡포 주민의 생활상이나 과메기 제작 과정은 모형으로 만들어 이해를 돕는다. 두더지 잡기보다 어려운 과메기 잡기 게임도 있다. 어린이는 물론 ‘어른이’도 만족할 만한 체험시설이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고, 최근에는 드라마 효과로 일본인가옥거리를 찾다가 들르는 어른 관람객도 많다고 한다.

북적거리는 일본인가옥거리를 나와 구룡포 해안을 따라 걸었다. 대게와 과메기를 다루는 식당이 늘어섰다. 관광객 특수로 호황을 누리는가 했지만 상인들의 체감 효과는 적은 편이다. 한 상인은 “몰려드는 관광객에 비해 매출은 그저 그런 편”이라며 “사진만 찍고 가는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전했다. 포구 가운데 등대로 가는 길은 관광객이 거의 없어 한적하게 걸을 수 있다. 햇살이 부서지는 해수면 위로 수십 마리의 갈매기가 떠다니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목가적이다. 저 멀리서 용식이가 금방이라도 “동백 씨”라고 외치며 뛰어올 것만 같다.

구룡포는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한 포구라는 전설이 있다. 구룡포항이 내다보이는 곳에 아홉 마리 용의 동상이 장엄하다.(왼쪽), 극중 동백이가 운영한 ‘까멜리아’. 실제로는 문화커뮤니티공간 ‘문화마실’로 사용 중이다.
구룡포 바다 위로 노을이 깔린다. 바닷물이 밀려오자 접안지를 따라 정박한 어선들이 파도를 타고 출렁거렸다. 석양과 어선이 평화로운 저녁을 맞으며 항구의 매력을 발산하지만, 관광객들의 차량이 야속한 경적을 울리며 분위기를 깬다. 인기 절정의 관광지에서 혼자만의 감성 충만한 여행은 불가능한 것일까. 한적한 구룡포를 상상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이곳은 제철인 과메기를 먹으려면 지금 방문하는 게 좋지만 드라마의 여운을 오롯이 느끼고 싶다면 평일 오전에 방문하거나 인기가 조금 사그라들 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추천한다.


◆구룡포 먹거리

- 바다내음 폴폴 ‘과메기’ 탱탱한 면발 ‘해풍국수’
- 전통시장엔 싱싱한 대게가 유혹
- 해산물 가득 모리국수 맛도 일품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구룡포는 게장의 본고장으로 설정됐지만 본래 이곳은 대게와 과메기가 유명하다.

덕장에서 말리는 과메기.
해안을 걸으면 해풍에 건조 중인 과메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커다란 대게 조형물이 걸린 가게에는 수족관을 가득 메운 대게가 긴 다리를 자랑한다. 인근 전통시장에 들르면 가게마다 싱싱한 해산물과 과메기를 판매하고 있어 선뜻 한 곳을 고르기 어렵다. 지금은 제철인 과메기를 사려는 손님들로 분주하다. 꽁치 과메기보다 청어 과메기가 특유의 비린 맛이 더 강해 호불호가 갈린다고 한다.

특히 올해는 꽁치 크기가 작고 어획량도 줄어 과메기 생산량이 급감했다. 과메기문화관 관계자는 “평소라면 한 상자에 75미 정도 들어가던 과메기가 올해는 최대 150미까지 들어간다”며 “그만큼 꽁치 크기가 작아졌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해풍국수로 만든 잔치국수.
구룡포의 바닷바람은 과메기만 말리는 게 아니다. 국수도 말린다. 바닷바람으로 자연 건조한 해풍국수가 그렇다. 전통시장에 있는 50년 전통의 제일국수공장에서 해풍국수를 뽑아낸다. 면을 삶아도 잘 엉키지 않고 탱탱하고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이곳 국수는 구룡포 지역에서 잔치국수 칼국수 모리국수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잔치국수는 제일국수공장과 가까운 곳에 있는 ‘할매국수’가 유명하다. 모리국수의 ‘모리’는 ‘모조리 넣었다’는 뜻으로, 어부들이 잡은 해산물을 모두 넣고 끓인 것에서 유래됐다. 해물 칼국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칼칼함이 중독성 있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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