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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탄광촌 상가, 애환의 역사 품은 박물관으로 꾸몄네

기차로 강원도 석탄지 여행

  • 국제신문
  •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  |  입력 : 2019-12-18 19:20:43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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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선 타고 철암역서 내리면
- 국가문화재로 등록된 선탄시설
- 옛 상점 개조 전시관 둘러보고
- 상장동 벽화마을 감상하면 좋아
- 추전역은 국내 최고 고도 역사

갑자기 몰아친 찬바람에 겨울이 왔음을 실감한다. 지금이야 대부분 따뜻한 옷에 난방이 잘되는 집안에서 추위를 잊는다. 하지만 연탄으로 난방을 하던 시기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다. 요즘은 미세먼지 주범처럼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지만 석탄은 우리의 어려운 시기를 함께했고 지금도 함께하는 존재다. 석탄을 이야기한다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강원 태백이다. 바로 옆 정선군의 고한과 사북에도 탄광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처음 석탄이 발견된 지역이 태백시 장성동의 금천골이다. 태백을 찾는 길에 석탄 최초 발견지 기념탑을 비롯해 석탄이나 탄광과 관련한 곳을 함께 들러보자.
   
암천을 따라 위태롭게 서 있는 철암탄광역사촌. 옛 상가 건물의 원형을 보존해 내부에 안내센터와 마을역사 전시관, 갤러리, 파독광부기념관 등을 꾸며놓았다.
■옛 건물에 꾸민 탄광 생활사박물관

부산 부전역에서 출발하는 동해선 열차를 타고 강릉으로 향하다 보면 막바지에 거쳐 가는 역 가운데 하나가 철암역이다. 역 뒤의 가파른 사면은 온통 검은색의 석탄이다. 1935년 일제강점기 채광을 시작한 이 일대 무연탄광에서 실어 온 원탄을 선별하고 가공·처리하는 철암역두 선탄시설이다. 현재도 가동하는 이 선탄시설은 1960~1970년대 황금기를 거쳐 2002년 국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독특하게 상가 건물처럼 보이는 철암역 앞을 지나면 도로와 철암천 사이 이 선탄시설이 바라다보이는 자리에 단층에서 3층 사이 10동 정도 건물이 길게 늘어서 있다. 얼핏 보면 호남슈퍼와 진주성, 봉화식당, 농협 등 간판을 보고 상가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빛바랜 간판 아래 출입문을 들어서면 철암 일대의 근대 역사를 보여주는 다양한 전시관을 만난다. 바로 광산 문을 닫은 지 고작 수십 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잊혀가는 역사가 된 철암탄광역사촌의 주민이 살아온 자취와 태백을 중심으로 하는 우리나라 석탄 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생활사박물관이다.

간판 글자가 낡고 벽면의 페인트도 군데군데 벗겨졌지만 건물은 예전 간판을 떼지 않고 그대로 살렸다. 초입의 옛 페리카나치킨 점포는 안내센터로 쓰인다. 두 집을 지나 호남슈퍼 건물에는 지하층과 1, 2층에 갤러리, 철암 생활사 전시관이 들어서 있다. 옥상은 선탄시설을 비롯한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다. 지하 1층 전시관에는 원형을 보존한 예전 주거 공간도 보인다. 어두컴컴한 좁은 공간에 손바닥만 한 작은 방이 벽을 맞대고 있다. 철암탄광역사촌 내 진주성과 봉화식당, 한양다방 간판을 단 건물이 전시공간과 복합문화공간으로 쓰이는데 중간중간 식당 몇 곳이 여전히 영업 중이다. 맨 끝의 태백농협 철암지점 건물에는 근래 파독광부기념관이 들어섰다.

■탄광촌 애환 서린 상장동 벽화마을

   
상장동 벽화마을의 광부 벽화.
구문소에서 황지천 물길을 거슬러 시내로 가다 당골 방면으로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상장동 벽화마을과 만난다. 평범해 보이는 작은 마을이지만 예전 탄광촌의 애환과 추억을 간직한 곳이다. 소도천을 따라 길게 형성된 마을은 골목골목 다 둘러보는 데 30분이면 충분하다. 굴다리를 지나 마을 입구로 들어서면 바로 3층짜리 식당 건물의 입구 옆 벽면에 노란색과 검은색으로만 그린 작업하는 광부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폐광 이후 옛 탄광촌으로 마을이 쇠락해 갔지만 주민이 나서 거리를 정비하고 재능기부를 받아 벽화로 꾸미면서 다시금 활기를 되찾는 중이다. 수년 전부터는 작은 마을 축제도 연다. 광부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은 벽화도 있고 어린이가 일기장에 그린 듯한 투박한 그림도 보인다. 주로 광부의 작업 모습을 담았지만 한때 잘나가던 시절을 상징하는 지폐를 문 개 그림이 한결 분위기를 밝힌다.

■정암터널 앞 해발 855m 추전역

   
옛 태백농협 건물에 들어선 파독광부기념관.
인근 용연동굴에 비하면 찾는 발길이 잦은 곳은 아니지만 태백 시내에서 정선군 고한으로 넘어가는 길에 있는 추전역도 우리나라 석탄 개발에서 빠트릴 수 없는 장소다. 삼수동 해발 855m에 자리한 추전역은 국내 철도역 가운데 해발 고도가 가장 높은 역이다. 예전에 태백의 석탄은 높은 백두대간을 멀리 우회해 영주나 제천을 거쳐 전국으로 운송됐다. 그러다 1960년대 말 전국을 들썩이게 한 연탄 파동을 겪은 뒤 정부에서 빠른 무연탄 수급을 위해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터널을 뚫었다. 당시 가장 길었던 4500m 길이의 죽령터널보다 5m가 긴 정암터널의 태백 쪽 입구에 추전역이 들어섰다. 마을 인구가 줄며 이제 여객열차도 화물열차도 서지 않는 역이지만 한적한 분위기에서 북쪽 매봉산 바람의 언덕과 풍력발전기 조망을 즐길 수 있다.

글·사진=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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