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착한 인물’ 탈피 의도는 아냐
- 오래 연기하기 위한 과정일 뿐
- 공동 주인공인 박정민의 팬
- 같이 촬영한 분량 적어 아쉬움
- ‘단발머리’ 마동석에 빵 터져
- 돌아가신 친할머니도 치매
- 자꾸 과잉 감정 생겨 애먹어
올해 드라마 ‘봄밤’과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그리고 현재 화제를 모으며 방송 중인 예능 다큐멘터리 ‘정해인의 걸어보고서’ 등으로 바르고 착한 청년 이미지를 지켜온 배우 정해인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노리고 18일 개봉한 영화 ‘시동’에서 반항기 어린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도 성인도 아니면서 성인인 척하는, 세상과 이제 갓 만나기 시작한 18세 소년의 모습이다. 왜 그가 이렇게 변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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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시동’에서 할머니와 둘이 살면서 돈을 벌기 위해 선배를 따라 사채업에 뛰어든 상필 역을 맡은 정해인.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
동명의 인기 웹툰을 영화화한 ‘시동’은 가출한 후 군산의 중국집에서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 형(마동석)을 만난 어설픈 반항아 택일(박정민)과 무작정 사회로 뛰어든 의욕 충만 반항아 상필(정해인)이 성인이 되기 전 만만치 않은 진짜 세상을 맛보는 휴먼 코미디 영화다. 정해인은 택일의 친구이자 할머니와 단둘이 살며 돈을 벌기 위해 선배를 따라 사채업에 발을 들이게 되는 상필 역을 맡았다. 어른인 척하기 위해 입에 물은 담배나 욕지거리는 어설프지만 사채를 빌린 정육점 주인을 협박하는 장면에서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정해인의 강렬한 표정이 스친다. 정해인과 더불어 무모하게 느껴지는 반항아 택일 역은 박정민, 장풍반점의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 형은 마동석, 택일의 배구 선수 출신 엄마 정혜는 염정아가 맡아 웹툰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며 웃음을 전한다.
청춘들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나가기 위해 힘찬 발동을 거는 영화 ‘시동’으로 연말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을 정해인을 만나 영화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에 출연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유열의 음악앨범’ 등이 모두 멜로였고, 착한 인물로 출연했다. ‘시동’은 앞서 세 작품과 결이 다른데 장르에 변화를 주고 싶었나?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고, ‘시동’ 또한 그런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선택한 것은 아니다. 상필이 같은 역할은 앞으로 제가 해나가야 하는 인물이고, 이미지는 작품에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로서 오래 연기할 것이기 때문에 나이에 맞게 자연스럽게 변화하지 않을까 싶다.
-상필은 흡연을 하고, 욕설을 내뱉는다. 그런데 뭔가 어색해 보였다.
▶담배나 욕은 친구를 따라 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했기 때문에 어설프게 연기했다. 그 나이대의 친구들은 또래 친구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하려고 하고, 말투도 비슷해지지 않는가. 실제로 정민이 형과 연기를 하니까 제 말투가 정민 형을 따라가더라. 욕은 생활 속에서 가끔 한다(웃음).
-택일 역을 맡은 박정민 씨와 연기를 하고 싶어 했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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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시동’ 스틸. NEW 제공 |
▶영화 ‘파수꾼’(2011)을 보고 주연을 맡은 제훈이 형과 정민이 형의 팬이 됐다. 당시 학생이었는데 언젠가 저 배우들과 연기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었다. ‘시동’으로 정민이 형을 만나게 돼서 신기하고 기뻤다. 아쉬운 것은 같이 촬영한 분량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택일이가 군산에 내려간 후에는 영상 통화로만 연기했는데, 다음에 다시 만나서 오래 연기하고 싶다.
-군산에 있는 거석이 형 역의 마동석 씨와는 영화 내내 한 번도 만나지 않는다. 그 또한 아쉬웠겠다.
▶마동석 선배님은 엔딩에 등장하는 무인도 장면을 찍을 때 한 번 뵀다. 그때 처음 단발머리 가발을 쓴 것을 봤는데, 면전에서 웃으면 실례가 될까 봐 꾹 참고 있었다. 그런데 선배님이 옆머리를 뒤로 넘기면서 ‘머릿결 어때?’라고 해서 시원하게 웃을 수 있었다. 묵묵하게 일을 하다 보면 다른 작품에서 선배님과 호흡을 맞출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상필과 택일은 고등학교에 다니다가 그만둔 18세 소년이다. 그리고 사회에 나가서 뜨거운 맛을 본다. 실제 정해인 씨의 학창시절은 어땠나?
▶학생 때 저는 확실하게 논 것도 아니고, 공부도 어중간하게 했던 학생이었다.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초중고를 주욱 함께 다닌 친구들을 지금도 만나는데, 배우 생활을 하고 있는 저를 보면 신기해한다.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상필의 캐릭터에는 얼마나 공감했는가?
▶유년 시절에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며 자랐다. 두 분 다 돌아가셨는데, 할머니께서 나중에 치매가 와서 저를 잘 못 알아보셨다. 상필이의 할머니도 치매에 걸려 있는데, 연기하면서 제 경험이 생각나서 자꾸 과잉 감정이 생기더라.
-‘시동’에서 고두심 씨가 할머니 역할을 했고, 예전에 드라마 ‘그래, 그런 거야’에서는 김해숙 씨가 어머니 역을 했었다. 두 분 다 ‘국민 어머니’로 존경받는 배우다. 할머니와 어머니로 역할은 다르지만 두 분과 함께 연기한 소감은?
▶촬영할 때 고두심 선생님이 ‘가지 마, 밥 먹어’라고 하시는데 그 말 한마디가 막 가슴을 후벼 파더라. 촬영장 전체 분위기가 숙연해질 정도로 에너지가 엄청났다. 선생님께 함께 연기해서 영광이고 감사했다고 말씀드렸다. 김해숙 선생님은 ‘시동’ VIP 시사 때 오셨다. 다음날이 건강검진이라 아무것도 못 드시는 상황이어서 영화는 못 보시고 인사만 하고 가셨다. 평소 ‘엄마’라고 하는데, 부모님도 와 계셔서 두 분의 엄마가 인사를 하셨다.
-‘시동’은 사회에 나가려는 청소년들에게 용기를 주는 영화다. 그래서 인상적인 대사도 많았는데, 가장 마음에 와닿은 대사가 있다면?
▶거석이 형이 택일에 전화 통화로 ‘의지하지 말고 너 스스로 책임져’라는 대사가 있다. 성인이 되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만 그만큼 책임도 생긴다. 저 또한 배우가 되고 싶었고, 연기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지금 서른둘인데, 제 나이대에 할 수 있는 것을 극대화해서 보여드리고 싶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