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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선정 ‘2019 우수 착한 가격업소’ <하> '수구리보리밥' '장수돼지국밥'

손님 속사정 걱정한 속깊은 사장님 … 이러니 수십년 단골이죠

  • 김미주 기자
  •  |   입력 : 2019-12-25 18:54:36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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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최근 선정한 2019 우수 착한 가격업소 5곳은 가게의 이익만 좇지 않고 손님을 위해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한다는 공통점을 갖췄다. 앞서 소개한 논두렁추어탕(동래구 명륜동)과 가빈삼계탕(사하구 당리동)에 이어 이번에는 수구리보리밥(남구 용호동)과 장수돼지국밥(사상구 괘법동)을 소개한다. 수구리보리밥과 장수돼지국밥은 저렴한 가격에 맛있고 든든한 한 끼를 제공해 오랜 세월 인근 주민의 사랑을 받은 지역 음식점이다.
열댓 가지 제철 식자재로 만든 밑반찬과 부드러운 보리밥이 영양 만점 한 끼를 선사한다(왼쪽), 생고기를 사용해 부드러운 수육과 뜨끈한 돼지국밥 국물이 고단한 하루를 녹여준다.
◇ 남구 용호동 '수구리보리밥'

- 6000원 짜리 정식 한 상에 반찬만 15개

- 제철따라 신선한 식재료 사용
- 최근 입식 테이블로 전부 교체

남구 용호동 수구리보리밥은 보리밥 정식과 수구리 볶음 등을 판매한다. 수구리는 소의 가죽과 육질부 사이의 아교질인 수구레의 사투리다. 이곳 보리밥에 수구레가 함께 나오는 것은 아니다. 수구레를 삶아 양념해 볶은 수구리 볶음(6000원)을 별도로 판매한다.

보리밥 정식을 주문하자 4인용 식탁 위에 계란찜과 시래깃국을 포함해 열댓 가지의 밑반찬이 가득 차려졌다. 이 한 상의 가격이 6000원이다. 계절이 변할 때마다 밑반찬의 구성은 조금씩 바뀐다. 겨울철인 지금은 미역과 파래가 메인 재료다. 보리와 쌀이 적당히 섞인 포근한 보리밥이 입안에서 까슬까슬하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간다. 함께 나오는 따뜻한 숭늉도 지친 속을 달래기에 좋다.

박준혁 대표와 그의 가족이 매일 신선한 야채를 공급받아 그날그날 음식을 조리한다. 인근 주민이 등산 후에 들르거나 출근 전에 아침밥을 먹으러 찾아온 지가 벌써 25년이 됐다. 아침밥을 먹으러 오는 손님이 많아 이른 오전인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한다. 이곳은 최근 내부를 모두 입식 테이블로 바꿨다. 어르신 손님이 많아 좌식으로 식사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마침 찾아온 한 손님은 “요즘 무릎이 아파 양반다리로 앉는 게 부담이었는데, 의자가 생겼으니 더 자주 올 수 있겠다”고 만족해했다. 이곳이 착한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순전히 단골을 위해서다. 박 대표는 “길게는 20년간 봐온 단골도 있다. 서로의 사정을 뻔히 아는데 잇속만 챙기자고 가격을 올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 사상구 괘법동 '장수돼지국밥'

- 뜨끈하고 든든한 국밥, 생고기만 씁니다

- 경기 불황 속 오히려 가격 내려
- 소주 곁들여도 ‘1만 원의 행복’

국밥 속에 들어가는 생돼지고기 수육
사상구 괘법동 장수돼지국밥은 7000원이던 돼지국밥 한 그릇 가격을 재작년부터 1000원 내려 6000원에 판매한다. 공깃밥이 포함된 가격이다. 인건비와 식자재값이 올랐다는 이유로 너도나도 음식값을 인상하기 바쁜 가운데 홀로 ‘착한 역행’이다. 주미선 대표가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손님을 배려한 덕분이다.

돼지국밥의 육수는 사골, 마늘, 양파, 파 뿌리만으로 12시간 동안 우려 완성된다. 돼지국밥에 들어가는 수육은 생고기로만 만든다. 냉동고기를 쓰면 특유의 비린 맛이 강해져 국밥의 맛을 해치기 때문이다. 생고기는 하루 쓸 만큼 나눠 숙성시킨 뒤 삶는다. 이때 최적의 맛과 식감을 위해 타이머로 시간을 맞춰 삶아낸다. 너무 삶아버려 질겨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뽀얀 국물과 부드러운 수육이 뜨끈하고 개운한 돼지국밥 한 그릇으로 탄생한다. 주 대표는 “돼지국밥에 들어가는 고기의 육질이 부드럽고 맛있어야 국밥에 대한 자신감이 상승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곳은 인근 공장에서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 고된 하루를 달래는 데 술이 빠지면 섭섭할 터. 돼지국밥의 단짝, 소주(1병 4000원)를 추가해도 이곳에서는 1만 원이면 충분하다. 주 대표는 “찾아오는 단골이 ‘만 원의 행복’을 느끼도록 가격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혼자 운영해 인건비를 아끼고 있지만 힘든 건 사실”이라면서도 “큰돈은 벌지 못하더라도 빚만 안 지고 살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서로 배려하고 도우면서 없이 사는 서민도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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