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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영화 달인 하정우 “수지한테 애교 떨기가 가장 힘들었던 연기”

‘백두산’서 연기 업그레이드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19-12-25 18:39:08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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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헌·마동석 등 직접 캐스팅
- 버디 무비·CG기술 장점 잘 살려
- 수지 볼 만지고 ‘큐티쁘띠’ 대사
- 제 스타일 아니어서 오글거려

- 블루 스크린 앞 촬영 능숙해져
- 재해 장면 찍을 땐 먼지 괴로워
- 다양한 작품 선택의 기회 줄어
- ‘노팅힐’ 같은 로코 영화 원해

‘신과 함께-죄와 벌’ ‘1987’ ‘PMC: 더 벙커’로 2년 연속 연말 극장가를 사로잡았던 하정우가 지난 19일 개봉한 ‘백두산’으로 또 한 번 흥행몰이에 나섰다. 이병헌, 마동석, 전혜진, 배수지 등 막강 출연진과 함께한 하정우는 ‘더 테러 라이브’ ‘터널’ ‘PMC: 더 벙커’ 등의 재난 영화에서 강점을 보인 자신의 연기 톤을 더욱 업그레이드해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영화 ‘백두산’에서 특전사 군인으로 미사일 해체를 담당하는 기술조를 이끄는 조인창 대위 역을 맡은 하정우.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제목만으로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백두산’은 백두산 폭발로 한반도 전역에 지진이 일어나고, 추가 대폭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초유의 재난을 막기 위한 작전에 특전사 조인창 대위(하정우)와 북한 요원 리준평(이병헌)이 투입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블록버스터 영화다. 하정우는 전역과 아내의 해산을 앞두고 미사일 해체를 담당하는 기술조를 이끌고 작전에 투입되는 조인창 대위 역을 맡았다. 그는 이병헌과 티격태격하면서도 나중에 브로맨스를 이루며 감동의 결말을 전한다. ‘백두산’은 이들의 연기와 더불어 지진이 일어난 서울과 평양의 모습이나 백두산의 화산 폭발 등을 실감 나게 그려 진일보한 한국 영화의 CG 기술을 만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열린 보스턴 국제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보스턴 1947’의 막바지 촬영으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던 중 ‘백두산’을 홍보하기 위해 시간을 낸 하정우와 영화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백두산’은 이례적으로 개봉 전날 기자 시사를 가졌다. 마지막까지 CG를 만지고 해서 우려를 하기도 했는데, 영화는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가 지닌 장점을 잘 살려 좋았다.

▶우려했던 것보다는 영화를 잘 봤다. 항상 영화 개봉 전에는 걱정이 앞선다. 모자란 것이 보여 아쉽기도 하고, 영화의 단점보다는 장점이 잘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백두산’은 병헌이 형과 저의 버디 무비적 성격과 CG 기술의 장점이 잘 드러난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 초반부터 백두산 지진으로 서울 강남역 부근 마천루가 무너지고, 하정우 씨는 아비규환 속에서 자동차를 몰고 강남대로 및 골목을 달린다. 이 장면을 보자마자 앞으로 나올 장면에 더 기대를 가졌다.

▶강남역 장면은 모두 12회차 촬영을 했다. 실제 강남역 대로변에서는 일요일에 하루 찍었다. 일요일 아침인데도 많은 시민이 몰려서 좀 쑥스럽더라. 강남대로 장면은 오픈 세트에 아스팔트를 깔고 진행했다. 골목길은 무술팀이 직접 운전했고, 차 내부 장면은 블루 스크린 앞에서 짐벌을 이용해 차를 움직이면서 촬영했다.

-조인창 캐릭터는 어수룩한 것 같지만 위기의 상황에서 반짝인다.

▶조인창은 영화 ‘더 락’의 니콜라스 케이지를 떠올렸다. 감옥에 가는 수송기 안에서 니콜라스 케이지가 다리를 떠는 장면이 있는데,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잘 표현했다. 전투병이 아닌 조인창이 고도의 스파이인 리준평을 만나 당황하고 겁내지만 나중에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리준평 역의 이병헌 씨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 같이 하자고 했고, 마동석 씨도 직접 캐스팅했다고 하던데.

   
‘백두산’ 스틸.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병헌이 형과 무조건 하고 싶었다. 지난 몇 년간 같이 하자고 계속 말해왔는데 함께 출연할 만한 영화가 없었다. 그런데 ‘백두산’ 프로젝트를 들었을 때 제일 먼저 형이 떠올랐다. 그때 형이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을 찍을 때였는데, 전화를 해서 빨리 결정하라고 재촉을 했다. 같이 연기하면서 마냥 좋았고, 흥행의 부담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동석이 형은 ‘신과 함께’ 대만 프로모션 때 맥주를 같이 마시면서 정신없는 틈을 타서 약속을 받아냈다.

-아내 역을 맡은 수지 씨를 ‘큐티쁘띠’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장면이나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모습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애교 연기였다.

▶제가 했지만 그런 연기를 봤을 때는 오글거리고, 연기할 때는 민망했다. 수지 씨의 볼을 만지고 ‘큐티쁘띠’라고 하는 것은 제 스타일이 아닌데, 시나리오에 그렇게 쓰여 있고, 공동 연출을 한 이해준, 김벙서 감독이 원해서 나름 최대한 소화하려고 했다. 연기하기 가장 어려운 장면이었다.

-출연작을 보면 유독 재난 영화가 많았다. 자신만의 촬영 노하우도 생겼겠다.

▶블루 스크린 앞에서 상상을 하면서 촬영하는 것이 이제 힘들지 않다. 재해 장면에서 먼지가 많이 생기는데 스태프들은 세트에서 방독면 수준의 마스크를 쓰지만 배우들은 분장이 망가질까 봐 마스크를 쓰지 못한다. 그래서 인체에 해가 되지 않을 가루로 먼지를 만들어달라고 한다. ‘백두산’ 때는 콩가루와 흑임자가루를 좀 섞으면 어떻겠냐고 했다. 촬영을 마치고 물을 넣어 코 청소를 하는데 고생스럽다.

-주로 대작에 출연하다 보니까 흥행 부담도 있고, 실생활 연기에 대한 갈증도 있을 것 같다.

▶영화산업이 양극화되면서 들어오는 시나리오들이 거의 대작이라 도리어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이 적어졌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를 수 있다면 미니멀한 작품을 할 텐데. 내년 2월에 개봉할 ‘클로젯’이 미스터리 장르 영화이지만 미니멀한 작품이다. 마음 같아서는 ‘노팅 힐’ 같은 로코 영화를 원한다. ‘롤러코스터’ ‘허삼관’에 이은 연출작도 검토하고 있는데 연출을 하려면 적어도 2년 정도를 시간을 내야 해서 당장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내년에도 촬영해야 할 영화가 줄줄이 있다.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내년에 촬영할 ‘보스턴 1947’ ‘피랍’ ‘수리남’ 등이 모두 해외 로케라 건강하게 촬영하고, 재미있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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