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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용 되찾은 미륵사지 석탑…백제 로맨스는 미궁 속으로

전북 익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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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제 무왕 부인이 묻혔다는 소왕묘
- 선화공주 아닌 것으로 밝혀져 충격

- 왕궁리 유적지, 궁터·유물 1만 점
- 삼국시대 최초 공중화장실 발견
- 이달 10일 개관하는 국립익산박물관
- 독특하게 지하 전시관으로 건립돼

- 영화 ‘7번방의 선물’ ‘신과 함께’ 찍은
- 교도소 세트장서 죄수 체험 인증샷
- 3500개 장독 절경인 ‘고스락’도 핫플

백제 무왕과 선화공주의 이야기는 한국인이 잘 아는 설화 중 하나다. 그런데 2009년 해체복원 중이던 전북 익산 미륵사지 석탑(서탑)에서 유물이 나왔을 때 세간은 충격에 휩싸였다. 미륵사 석탑을 조성한 주체가 ‘639년 백제왕후인 사택적덕의 딸’이라는 내용이 금판에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백제 무왕과 선화공주의 러브스토리에 금이 가는 순간이었다. 선화공주의 설화는 거짓이라는 주장이 다시 힘을 받았다.

10년 뒤인 지난해 9월, 무왕의 왕비가 묻혔다고 알려진 익산 쌍릉 소왕묘의 재발굴 조사에서도 선화공주의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소왕묘에서 무왕의 대왕묘보다 시기적으로 먼저 만들어진 출토품이 발견됐다. 일본서기에 따르면 사택왕후는 무왕보다 1년 뒤에 사망했기 때문에 소왕묘의 주인이 될 수 없다. 소왕묘의 주인은 누구일까. 새로운 단서가 나올 때마다 무왕의 부인 찾기는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천년 로맨스의 비밀을 간직한 전북 익산으로 백제 무왕의 숨결을 찾아 떠났다.
미륵사지석탑의 발굴 결과를 토대로 추측해 복원한 동탑. 탑에 들어가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다. (왼쪽), 보수 중인 미륵사지 석탑은 동서남북에서 보는 모습이 모두 다르다.
■백제 유일 궁터 ‘왕궁리 유적지’

익산 왕궁리 유적지를 찾은 날은 가랑비가 내렸다. 자욱한 안개가 백제의 역사 속으로 안내했다. 이곳은 백제 무왕 때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왕궁터와 기왓장 벽체 조각 등 1만여 점의 유물이 출토돼 왕궁리유적전시관을 건립해 일부 유물을 전시해 뒀다. 백제의 역사를 요약한 3D 상영관, 귀족의 옷을 입어보는 체험관 등이 있다. 발굴된 왕궁터는 동서로 250m, 남북으로 490m 크기에 달한다.

왕궁리 5층 석탑(국보 제289호)이 우뚝 솟아 이곳 유적 터를 지킨다. 이 석탑은 본래 기단부가 파묻혀 있었다. 해체보수 과정을 거쳐 세상 밖으로 온전히 나타나게 됐다. 석탑 1층 지붕돌 가운데와 탑의 중심 기둥을 받치는 주춧돌에서 유리 사리병과 금강경판, 금제사리함 등의 사리장엄이 쏟아져 나왔다. 이곳에서는 삼국시대 화장실 유적의 최초 형태이자 가장 오래된 공중화장실이 발견됐다. 드넓은 후원과 금은 유리 등을 세공했던 공방지도 나왔다. 당시 무왕이 지녔던 막대한 권력과 도시의 규모가 짐작된다.

■백제의 위용 간직 ‘미륵사지 석탑’

오는 10일 개관 예정인 국립익산박물관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독특하게도 지하 전시관이다. 길고 야트막한 전시관 지붕이 자연스럽게 미륵사지 석탑이 있는 곳으로 인도한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무왕은 선화공주의 요청으로 용화산 밑 연못을 메우고 법당과 탑을 세워 미륵사라고 이름 지었다.

당간지주를 중심으로 왼쪽에는 2018년 복원공사를 끝내고 공개된 미륵사지 석탑이, 오른쪽으로 동쪽 석탑이 각각 서 있다. 본래 미륵사지의 탑은 총 3개로, 동탑과 서탑 가운데에 목탑이 있었지만 흔적도 없이 소실됐다고 한다. 널찍한 터에 솟은 두 개의 탑이 분위기를 압도한다. 미륵사지 석탑은 국보 제11호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석탑이다. 일제강점기 석탑의 붕괴를 막기 위해 탑에 콘크리트를 덧칠한 흔적이 아프게 남았다. 이 석탑의 복원 과정에서 미륵사 창건 시주자가 사택적덕의 딸이라는 내용이 적힌 금제사리봉안기록판이 나왔다.

아직 보수가 진행 중이라 탑의 왼쪽과 오른쪽 모양이 다르다. 이 때문에 동서남북에서 탑을 보는 모습이 제각각이다. 익산문화재단 관계자는 “미륵사지 석탑을 4면에서 모두 봐야 탑을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른쪽에 있는 동탑은 석탑의 발굴 결과를 토대로 추측해 복원한 탑이다. 사람이 들어갈 수 있도록 네 방향으로 문이 나 있다. 이곳에 들어가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SNS 입소문 ‘교도소 세트장, 고스락’

실제 교도소처럼 꾸민 교도소 세트장.
익산시 성당면 와초리에 있는 폐교를 개조해 만든 국내 1호 교도소 세트장도 인기 있다. 폐교된 성당초등학교 남성분교을 활용해 만들었다. 영화 ‘타짜’ ‘7번방의 선물’ ‘신과 함께’ 등 이곳에서 촬영된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만 250여 편에 달한다. 실제 교도소처럼 내부를 꾸몄고 재소자들이 활동하는 운동장과 담장도 재현해놨다. 줄무늬 죄수복과 파란 죄수복, 교도관복 등을 입고 색다른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실제 감옥에 온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SNS 인기 인증샷 장소로 입소문이 났다. 입구에 있는 법정 세트장을 지나면 2층짜리 감옥을 만난다. 통로, 독방, 다인실까지 어느 하나 허술한 곳이 없다. 촬영이 있으면 관람이 제한되기 때문에 방문 전 홈페이지에서 일정을 꼭 확인해야 한다.

유기농 전통 장을 만드는 ‘고스락’(함열읍 석매리)도 빼놓을 수 없는 힐링 스폿이다. 우리말로 ‘최고’ ‘으뜸’을 뜻하는 고스락에서는 3500여 개의 장독에 간장 고추장 등을 담가 전통방식으로 발효 중이다. 한국적인 정취를 물씬 뿜어내는 장독은 계절마다 색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따로 마련된 체험장에서 장류와 식초를 만들어 볼 수 있다.
고스락 전망대에서 본 목가적인 풍경.

◆ 인근 명소 - 용안생태습지공원

- 4.8㎞ 바람개비 길·파도처럼 출렁이는 물억새 장관

이맘때 찾기 좋은 익산의 ‘핫플’은 용안생태습지공원(용안면 난포리·사진)이다. 이곳은 물억새 군락과 색색의 바람개비 길이 장관을 이뤄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는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공원 입구부터 양옆으로 총길이 4.8㎞의 바람개비 길이 펼쳐진다. 바람개비는 빨강 파랑 노랑 등 여러 색깔이다. 색색별로 소망 화합 등의 메시지를 담았다. 도보 여행도 좋지만 인근에서 자전거를 빌려 공원을 가로지르는 것도 추천한다. 공원에는 청개구리광장 풍뎅이광장 나비광장 조류전망대 등이 있어 생태 체험하기에 좋다.

공원을 지나면 저 멀리 금강을 따라 바다처럼 출렁이는 물억새 군락을 마주하게 된다. 물억새는 습지에 사는 억새로, 줄기가 하나씩 바로 서는 것이 특징이다. 줄기의 길이가 2m를 훌쩍 넘어 4m까지 자라는 개체도 있다. 가까이 가면 키보다 훨씬 큰 물억새에 둘러싸여 색다른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특히 해 질 녘에 방문하면 노을이 파도 같은 물억새를 뒤덮는 장관을 볼 수 있다. 금강에서 불어온 바람이 물억새를 스치고 바람개비를 춤추게 할 때, ‘찰칵’ 카메라의 셔터 소리가 철새 울음소리처럼 곳곳에서 울려 퍼진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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