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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은 왜 총성이 되었나…‘박통(박정희)’ 암살 전 40일 암투

설 기대작 ‘남산의 부장들’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0-01-15 18:57:42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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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9년 10·26사태 중심으로
- 당시 정권·권력 관계 변동 등
- 그때 그 사람들의 이야기 그려

- ‘내부자들’ 우민호 감독 메가폰
- 동명 원작에 영화적 상상 가미
- 김재규 중정부장 역 이병헌
- 박정희 대통령 역 이성민 등
- 배우진 무게있는 연기 선보여

한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비극적 사건으로 꼽히는 10·26 사태와 사건의 배후가 된 권력층 내부의 암투가 스크린에서 펼쳐진다. 대통령 암살사건을 중심으로 그 사건 전 40일간 청와대 권력층의 이야기를 그린 ‘남산의 부장들’(개봉 22일)은 우민호 감독과 이병헌이 ‘내부자들’에 이어 다시 의기투합한 올해 한국 영화 최대 기대작이다.
   
‘남산의 부장들’ 스틸. 쇼박스 제공
■그때 그 사람들

1979년 10월 26일 밤 7시 40분께 서울 종로구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가에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8년간 지속된 박정희 정권의 종말을 알린 이 사건은 한국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 기자 출신 김충식 작가의 동명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남산의 부장들’은 권력 다툼을 벌인 10·26 사태의 그때 그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미국 워싱턴 기념탑 앞에서 촬영 중인 영화 ‘남산의 부장들’ 제작진. 쇼박스 제공
박 대통령과 김 중앙정보부장, 차지철 대통령 경호실장,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등 각 인물들의 권력 관계 변동과 이에 따른 심리 변화가 섬세하게 표현된다. 영화에서는 김규평 중앙정보부장(이병헌)을 중심으로 박용각 전 중앙정보부장(곽도원), 곽상천 대통령 경호실장으로 가명을 사용했으며, 이들의 박 대통령(이성민)에 대한 과열된 ‘충성 경쟁’이 담담하지만 힘 있고 긴장감 있게 그려진다.

지난달 12일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열린 ‘남산의 부장들’ 제작보고회에서 우 감독은 “원작을 20년 전에 우연치 않게 접하게 됐다. 단박에 읽었던 기억이 있다. 책에는 내가 몰랐던 한국 근현대사 18년의 일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는데, 언젠가 기회가 주어지면 꼭 영화화하고 싶었다”며 영화를 연출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어 “1979년 10·26 사건이 메인이다. (영화 속) 사건들은 원작에서 가져온 논픽션이다. 그 사건이 왜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인물들의 감정이나 심리는 책이나 신문 기사에 노출된 적이 없다. 그건 영화적으로 만들어냈다”고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된 부분에 대해 설명했다.

■이병헌 이성민 등 연기파 배우

2015년 개봉 700만 관객을 모은 ‘내부자들’은 정치, 경제, 언론계는 물론 검찰과 경찰 조직에 깊숙하게 자리 잡은 내부자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비리와 부패의 근원을 보여준 걸작이었다. ‘내부자들’을 연출한 우 감독과 정치깡패 안상구 역을 맡아 인생 캐릭터를 추가한 이병헌은 ‘남산의 부장들’로 다시 권력과 인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병헌은 헌법 위에 군림했던 중앙정보부의 수장이자 권력 2인자였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 역을 맡아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예고한다. 김규평은 미국에서 박통 정권의 실체를 까발리며 코리아 게이트의 중심에 선 박용각이 회고록을 집필한다는 말을 듣고 워싱턴행을 자청하지만 박용각에게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넘버 2’라는 말을 듣고 갈등하는 인물이다. 이병헌은 “이 영화에서 표현되는 감정이 극단적인 것 같지만, 실은 표현을 많이 자제했다”고 연기 포인트를 짚었다. 또한 “사건을 토대로 하되 카메라가, 렌즈가 깊이 들어가서 그 사람들의 심리와 갈등과 감정을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일 것”이라고 영화의 관람 포인트를 밝혔다.

1961년 5·16 군사정변 이후 18년간 독재 권력을 누려온 박통 역은 연기파 배우 이성민이 연기한다. 함께 연기한 배우들은 “연기를 잘 하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남산의 부장들’ 속 이성민 선배의 연기는 충성심이 저절로 생기게 했다”고 말했다.

1960년대 중앙정보부장으로 2인자의 자리를 누렸으나 권력 다툼에서 밀려 박통 정권의 비리를 전 세계에 알리는 박용각 역은 메서드 연기로 정평이 난 곽도원이 맡았다. 곽도원은 “시험을 보러 가면 마지막 순간까지 요약, 정리한 것을 보듯이 그렇게 시나리오를 봤다. 시나리오 안에 연기의 답이 있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감독과 나눴던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며 이번 역할에 보인 열정을 드러냈다.

우 감독과 배우들이 ‘남산의 부장들’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배우로 꼽은 이희준이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 역으로 열연을 펼친다. 곽상천은 박통의 존재를 종교적 신념처럼 여기는 충성심 강한 인물이다. 실존 인물과 비슷한 체형을 만들기 위해 무려 25㎏이나 증량한 이희준은 “대본 자체는 심장이 뛰었지만, 내 캐릭터는 공감이 덜 되는 부분이 있었다. 왜 마지막 순간에 그렇게 행동했을까 싶은 부분이 있었다. ‘결국 인간이구나’라고 생각하며 (의문이) 풀렸던 것 같다”고 캐릭터 해석의 어려움을 전했다.

■고증 거친 세트와 해외 로케이션

영화에서 또 하나의 볼거리는 고증을 통해 완성한 청와대, 중앙정보부, 궁정동 안가 등의 세트다. 조화성 미술감독은 “당시 자료들을 참고했고, 우 감독이 각본 단계부터 미술팀과 만나 공간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또한 김규평과 박용각이 만나는 미국 워싱턴 장면은 링컨 메모리얼 파크와 워싱턴 기념탑 등을 담아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영화 후반에 나오는 프랑스 파리 장면은 한국 영화 최초로 방돔 광장에서 촬영했다. 자국 영화도 허가받기 힘든 이곳은 프랑스 관계자들이 박용각 납치 사건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40일간 왜 충성이 총성으로 바뀌었는지에 초점을 맞추면 흥미진진한 영화가 될 것”이라는 우 감독. 설 연휴를 앞두고 개봉하는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으로 돌아가 역사적 사건의 중심에 서는 동시에 한 단계 높은 한국 정치 영화를 만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할 것이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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