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의 장벽,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많은 훌륭한 영화들을 즐길 수 있다.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영화이다.”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봉준호 (사진) 감독이 전한 수상 소감이 두고두고 화제다. 특히 ‘1인치의 장벽’이라는 말은 미국 각 매체가 언급할 만큼 북미 영화계에 많은 울림을 준 것으로 보인다.
‘1인치의 장벽’은 자막 읽기를 꺼려 영어 대사가 아닌 영화들을 더빙 버전으로 보는 북미 및 남미 관객들에게 전하는 촌철살인 같은 말이다. 지난해 ‘기생충’이 북미에서 개봉해 흥행에 성공했을 때 CJ엔터테인먼트 해외팀에 “북미에서 개봉한 ‘기생충’의 자막과 더빙 버전의 비율이 얼마나 되냐”고 물었다. 모두 자막으로 개봉했다고 해 정말이냐고 되물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 봉 감독은 송강호를 비롯한 배우들이 주는 한글 대사의 톤과 뉘앙스를 고스란히 전하고 싶었기 때문에 자막으로 개봉되길 강력히 주장했을 것이다. 물론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이 번역한 ‘기생충’의 자막에 대한 자신감이 전제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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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봉 감독은 지난해 5월 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언제나 프랑스 영화에 영감을 받고 있다. 수많은 아티스트가 있었기에 ‘기생충’을 만들 수 있었다. 저는 그냥 12세에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던 소심했던 영화광이었다”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칸영화제 개최국인 프랑스 영화에 대해 예의를 표한 후 함께 했던 영화인과 스태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먼저 전했다. 수많은 생각이 오갔을 텐데 그 순간에도 상대방을 존중하고 겸손함을 잃지 않는 봉 감독의 평소 성품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다음 달 9일 개최되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국제영화상 등 무려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다관왕까지 노려볼 만한 가운데 기대되는 것은 역시 봉 감독의 수상 소감이다. 이미 골든글로브에서 멋진 수상 소감을 한 터라 이번에는 더 부담이 될 듯하다. 예상을 해본다면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쥐고 함께 한 스태프와 가족, 한국 팬들, 영화인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 후 임권택 감독을 비롯한 101년 한국 영화의 역사를 만들어온 거장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전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기생충’에 담긴 메시지, 즉 부의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는 계급 사회에 대한 우려 혹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것 같다. 쇼 비즈니스의 정점인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야말로 이 소감이 가장 잘 어울리는 TPO(time, place, occation)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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