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장르의 폼을 얻되, 역사 해석의 심도를 잃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22 19:22:11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남산의 부장들’(2020)을 보면서 ‘그때 그 사람들’(2005)을 떠올리지 않기는 어려운 일이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한 10·26 사건. 동일한 역사를 소재로 삼은 이상 두 영화 간의 비교는 피할 수 없다. 먼저 ‘그때 그 사람들’에서 임상수는 블랙코미디의 전략을 가지고 이 사건을 다루었다. 그의 관점에서 유신정권은 조직 폭력배 수준에 지나지 않는 소인배들의 집단이었으며, 각자의 욕망과 안위를 추구하는데 급급한 이들이 국가 전체를 쥐고 흔드는 권력의 소유자였다는 아이러니야말로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이자 희극의 원천이었다고 그는 보았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
이와 같은 임상수의 재해석은 박정희를 옹호하는 이들에겐 신성모독, 비판하는 이들에겐 인간적인 재해석이라는 상반된 반응을 동시에 얻었다. 그러나 실화로부터 무게감과 아우라를 걷어내고 ‘그때 그 사람들’은 역사물에 색다른 접근의 가능성, 해석의 지평을 열어젖혔다.

그렇다면 우민호의 경우는 어떠한가? ‘남산의 부장들’에서 김재규를 모델로 한 김규평(이병헌)은 “우리가 이러려고 혁명을 한 것입니까?”라는 식의 대사를 입버릇처럼 외치며, 종국엔 박정희(이성민)를 ‘혁명의 배신자’로 규정하고 응징한다. 언론 시사 직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감독은 정치적으로 어느 쪽을 편들려 하지 않았으며 해석은 관객의 몫이라며 논란으로부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치적 사건을 다루는 작품이 해석의 책임과 오독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믿는 그의 발언은 순진한 착각처럼 보인다. 등장인물의 입으로 혁명의 순수성을 강변하는 순간부터 감독은 스스로 5·16 군사정변과 18년의 군사독재에 일정 부분 면죄부를 부여하고 있음을 깨닫지 못한 모양이다.

김규평에게 고뇌하는 영웅의 아우라를 입히고 5·16을 ‘혁명’이라 주장하는 걸 두고, 우민호가 내리는 유신정권에 대한 역사적 평가로 단정 짓는 건 다소 억울할 수 있다. 차라리 이건 실화와 실존 인물에 첩보물이나 누아르 같은 장르영화의 관습적인 폼을 입힌 결과 빚어진 부산물에 가깝다. 그러나 이러한 면면들이 역사를 바라보는 영화의 관점을 사뭇 받아들이기 불편하게 만든다. 김규평은 박정희의 폭주를 만류하지만 그의 대사들은 은연중 군사정권의 정당성에 한 치의 의문도 품지 않는 ‘내부자’의 한계를 노출하고 만다. 과거사를 다루는 데 있어서 ‘남산의 부장들’의 관점은 15년 전 ‘그때 그 사람들’보다 현격히 퇴보한 감을 지울 수 없다.

‘마약왕’(2018) 때 곳곳에서 플롯의 구멍을 노출한 우민호의 스토리텔링은 이번 영화에서도 그다지 발전한 면모를 보여주지 못한다. 배우의 연기를 전달해야 한다는 목적에 집착한 연출은 일부 장면 전환에서의 기교를 제외하면 평이한 드라마 수준에 그치고, 서사의 전개 방식 또한 이야기 단위로서의 시퀀스를 병렬적으로 나열한 데 지나지 않는다. 장르의 폼을 잡느라 역사물이 지녀야 할 심도를 날려버린 이 영화에서 그나마 건질 점이 있다면, 실화를 알리바이 삼아 펼쳐지는 배우들의 호연뿐일 것이다. 감독의 역량이 채워주지 못하는 스토리텔링의 공백을 이병헌, 이성민, 김소진, 이희준, 곽도원 등 주·조연 가릴 것 없이 제 몫을 다하는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 앙상블이 메꿔버리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연출은 범작인데 연기는 걸작이었다.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50년史 부산항 무대 삼은 아레나, 세계 어디에도 없는 K-팝 명소로
  2. 2연휴 사흘간 32만 ‘부캉이앓이’…다가오는 작별(종합)
  3. 3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4. 4“부산관광 뜨는 지금이 적기” 호텔투자 열기 서부산까지
  5. 5양산 춘추공원 재정비…6년 만에 변경안 고시
  6. 6분유에 소주 타 먹인 친부…여직원 2년간 추행한 임원
  7. 7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8. 8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9. 9[도청도설] 부캉이가 띄운 북항
  10. 10부산시 재정난 겪는데…시유재산 세입관리 부실 투성이
  1. 1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2. 2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3. 3폭풍 SNS, 배우자 외부활동…총선운동 방불케 한 추석행보(종합)
  4. 4안보·사법·與 내홍…추석 이어 국감정국 달군다(종합)
  5. 5靑 “우크라 ‘비공개 합의 없었다’는 거짓 발표”…해명·사과 요구
  6. 6與 “민생 더 챙기라는 말 많아” 野 “대선 언제냐며 시민 분노”
  7. 7‘인천대 교수 임용 특혜 의혹’ 유승민 딸, 입건없이 10개월째 수사만
  8. 8[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2주 연속 상승…민주 38.7%·국힘 39.4%
  9. 9[속보]유시민, 이 대통령 검찰개혁 "국민 속인 것"…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해
  10. 10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 DMZ 사고 조사 지연…연휴 일파만파(종합)
  1. 1150년史 부산항 무대 삼은 아레나, 세계 어디에도 없는 K-팝 명소로
  2. 2“부산관광 뜨는 지금이 적기” 호텔투자 열기 서부산까지
  3. 3K-팝 효과 끝? 관광수지 넉 달만에 적자 전환
  4. 4늘어나는 법무수요…부산도시公 사내 변호사 찾기 안간힘
  5. 5‘사장님 퇴직금’ 노란우산, 공제·목돈 마련 든든
  6. 6한화에어로 ‘경력직 가이드라인(특정 학력·나이)’ 논란…“채용과정 개선할 것”(종합)
  7. 7금고 과당경쟁 제동…지역은행 판도 촉각
  8. 8“독자 기술이 미래 경쟁력…내년 매출 4100억 목표”
  9. 9CG 없이 대규모 전쟁·액션신 뚝딱…생성형 AI 활용 본격화
  10. 10아레나 지을때까지 땅 텅텅? 임시 야외 공연장 활용안 부상
  1. 1연휴 사흘간 32만 ‘부캉이앓이’…다가오는 작별(종합)
  2. 2양산 춘추공원 재정비…6년 만에 변경안 고시
  3. 3분유에 소주 타 먹인 친부…여직원 2년간 추행한 임원
  4. 4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5. 5부산시 재정난 겪는데…시유재산 세입관리 부실 투성이
  6. 6‘부캉이’를 市 명예 홍보대사로…온라인 투표 몰표
  7. 7금정구의원이라 믿었는데…임대보증금 1년 넘게 안 줘
  8. 8영화숙·재생원 진실규명 공로 손석주 ‘민주시민상’
  9. 9선거때 식사대접 혐의 사하구 체육회장 송치…돈봉투 수사는 무혐의
  10. 10부산지하철노조 쟁의 가결…조정 거쳐 내달 파업 예고
  1. 1오상욱 끝냈다…펜싱 男 단체 우승…승마 남동헌, 12년 만에 정상 탈환(종합)
  2. 2K-농구 황금시대…남녀 동반 우승, 3대3도 첫 金(종합)
  3. 3이강인·황인범 활용법 찾아라
  4. 4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5. 5[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6. 6한국 야구, 일본 꺾고 금메달…아시안게임 5연패 달성
  7. 7높이뛰기 우상혁, 2m22로 동메달
  8. 8[속보]'약속의 8회’ 한국 야구, 일본 3-1로 꺾고 AG 5연패
  9. 9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10. 10한국 양궁…단체전 6종목 모두 4강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부산 야구장 미래는
사직 역사성 있지만 대체구장 부담…북항 돔은 재원 관건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