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정호승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중 ‘선암사’.
선암사에는 특별한 명소가 있다. 무려 400년의 역사를 품은 ‘뒷간’(사진)이 그 주인공이다. 커다란 기와지붕 때문에 그곳이 화장실인지 모르고 지나갈 정도다. 악취를 피해 지면보다 높은 곳에 있고 통풍이 잘되도록 전후에 살창을 뒀다. 또 남녀 칸으로 나뉘되 2열로 배치해 더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찰 화장실로는 드물게 국가 민속자료이자 전남 문화재자료로 지정됐다. 소설가 김훈은 저서 ‘자전거 여행’에서 선암사 뒷간을 두고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전남 승주 지방을 여행하는 사람들아, 똥이 마려우면 참았다가 좀 멀더라도 선암사 화장실에 가서 누도록 하라. 여기서 똥을 누어보면 비로소 인간과 똥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 수가 있다.(…) 사랑이여, 쓸쓸한 세월이여, 내세에는 선암사 화장실에서 만나자’. 이토록 고고하고 철학적이면서도 문학 소재로 사랑받는 화장실은 선암사 뒷간 말고는 없지 않을까.
김미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