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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과 하멜 발자취 따라 걷고 다리 건너 ‘모세의 기적’도 보고

여수·고흥 브릿지 투어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0-02-05 20:16:28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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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만 조발도·낭도 등 4개 섬
- 총 17㎞ 6개 해상 교량 연결
- 여수~고흥 30분 만에 이동가능

- 700m 해안길 ‘소호동동다리’
- 거북선 만들어진 선소유적
- 하멜 관련 유물 전시관 보고
- 용궁 가는 듯한 우도 바닷길
- 하루 만에 둘러볼 수 있어

전남 고흥 우도는 하루에 두 번 육지로 향하는 바닷길이 열린다. 바닷물을 머금은 이 노둣길은 미끄러우니 걸을 때 주의해야 한다.
전남 여수와 고흥을 차량으로 30분 만에 오갈 수 있는 해상 교량이 이달 말 정식 개통한다. 여수와 고흥은 여자만을 사이에 둔 이웃이지만 이들 지역을 잇는 연륙교가 없어 그동안 순천 방면으로 우회해야 했다. 이달 4개 섬(조발도·낭도·둔병도·적금도)을 잇는 다리가 정식 개통되면 여수에서 고흥까지 거리가 84㎞에서 30㎞로 크게 단축된다. 소요 시간은 1시간30분에서 30분으로 줄어든다. 답사 전문단체인 ‘박물관을찾는사람들’의 답사에 동행해 지난달 설 연휴에 임시개통한 다리를 건너 한층 더 가까워진 여수와 고흥을 찾았다.

■이순신 하멜 그리고 여수 밤바다

전남 광양에서 여수로 가려면 이순신대교를 건너야 한다. 이순신대교는 현수교 가운데 세계 최고 높이이자 63빌딩보다 높은 주탑(270m)을 자랑한다. 주탑 간 거리인 1545m는 이순신 장군이 탄생한 해를 기념해 맞춘 것이다. 이순신대교의 위용을 느끼며 끝도 없이 늘어선 여수국가산업단지를 조망하니 여수에 도착했다는 것이 실감났다. 여수의 대표적인 위인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하멜과 이순신이다. ‘하멜표류기’로 유명한 헨드릭 하멜은 1653년 제주도에 표류한 당시부터 1666년 여수를 떠날 때까지 13년 28일간 조선에서의 삶을 기록으로 남겨 유럽에 최초로 조선을 알린 인물이다. 하멜은 귀향, 투옥 등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여수에서 3년 6개월간 머문 뒤 동료들과 배를 타고 고향인 네덜란드로 떠났다. 하멜전시관(여수시 종화동) 앞에는 먼바다를 향해 손을 가리키는 하멜 동상이 서 있다. 타국에서 고립돼 자유를 갈망했던 하멜의 손짓이 그 위를 자유롭게 오가는 해상 케이블카와 오묘하게 어우러진다.

여수는 이순신 장군의 발자취가 곳곳에 깃든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거북선이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선소유적(여수시 시전동)을 찾았다. 1995년 사적 제392호로 지정된 이곳에서 거북선을 대피시킨 굴강, 집무 및 지휘소 기능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세검정 등을 볼 수 있다. 이곳은 고려 시대부터 조선소로 사용됐다고 전해진다. 지형이 Ω 자 형태를 띠고 있어 먼바다에서 봤을 때 포구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게 가리개 역할을 한다. 천연 요새 같은 이곳에서 수십 마리 청둥오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적을 막기 위해 거북선을 만드는 이순신 장군과 수군의 모습을 잠시 상상해 봤다.

인근에는 ‘여수 밤바다’의 명성을 잇는 소호동동다리가 있다. 소호동 회센터에서 요트 정박지까지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거리 700m 남짓의 산책로다. 나무 덱으로 길을 조성했고 곳곳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있다. 밤이 되면 바다와 도심의 빈자리를 형형색색 야간 조명이 가득 채운다. 트레킹 코스로도 좋고 주민의 휴식공간으로도 안성맞춤이어서 신흥 관광지로 떠오른다.

■고흥 우도신비의 바닷길

여수와 고흥을 잇는 6개의 해상 교량 중 하나인 팔영대교.
여수 화양면 장수리와 화정면 조발리(조발도)를 잇는 화양대교를 지나 조발대교 둔병대교 낭도대교 적금대교 팔영대교를 잇달아 건넜다. 6개 다리의 총길이는 17㎞이다. 남해 연안의 섬을 보며 여수와 고흥을 빠르게 오갈 수 있다는 소식에 방문객이 몰려 연휴 내내 다리 위는 정체를 빚었다. 임시 개통된 6일 동안 차량 3만8000여 대가 찾았다.

하멜전시관 앞에 있는 하멜의 동상. 표류된 동안 갈망하던 자유를 가리키는 듯하다.
팔영대교를 건너 고흥 땅에 들어선 뒤 15번 국도를 따라 북서쪽으로 올라가면 고흥군 고흥반도 서쪽, 득량만의 가장 깊숙한 곳에 하루 두 번 육지와 연결되는 우도가 있다. 이곳은 물이 들어오면 섬이 되고, 물이 빠지면 육지와 연결된다. 썰물로 바닷물이 빠지는 동안 우도로 향하는 노둣길이 열린다. 노둣길은 섬으로 연결된 길을 뜻한다. 우도라는 지명은 가로 13m 세로 8m 크기의 소머리 모양 바위가 있어 소섬으로 불리다가 우도로 바뀌었다는 설과, 섬이 소가 누운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면적은 0.54㎢, 해안선 길이 3㎞이며 주민 100여 명이 거주 중이다.

거북선이 만들어진 곳으로 알려진 선소유적. 바깥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Ω자 형태로 요새의 조건을 갖췄다.
콘크리트로 만든 노둣길은 평균 6시간 열린다.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갈 정도의 폭으로 총길이 1.2㎞다. 바닷물을 머금은 길이기 때문에 대체로 미끄럽다. 또 진흙 등이 신발과 바지에 묻기 쉬워 이곳을 지나려면 구두나 밝은 계열의 옷은 피하는 게 좋다. 특히 차량이 지나갈 때 길을 비키다가 갯벌 쪽으로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왕복으로 운동 삼아 걷기에 좋은 길이지만 넘어질까 긴장하면서 걷다 보니 다소 길게 느껴졌다.

소호동동다리는 밤이 되면 색색의 조명으로 빛나 여수 밤바다의 명성을 잇는다.
바닷물이 빠지며 드러난 바닥에는 형광에 가까운 초록이끼와 굴 등이 자리를 메웠다. 누군가 꽂아둔 듯한 대나무는 이미 누렇게 시들었지만 해 질 녘 석양의 ‘조명’ 덕인지 황금빛을 내뿜었다. 이 때문에 바닷속 용궁으로 향하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가 더해졌다.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은 입구의 게시판과 고흥군 관광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1500년대 조성된 방풍림, 상쾌한 공기에 절로 힐링

■ 휴식에 딱… 고흥 월정리

전남 고흥에서 휴식을 취할 만한 한적한 바닷가 마을을 찾는다면 남양면 월정리에 있는 해안방풍림(사진)이 제격이다.

망주산 남쪽 기슭 월정리의 선정마을에 있는 월정리 해안방풍림은 1988년 전남 기념물 제116호로 지정됐다. 이 마을 앞 해안을 따라 길이 400m, 너비 25m에 달하는 방풍림이 들어서 있다. 강풍을 막기 위해 조성된 이 숲에는 이팝나무 팽나무 사철나무 느티나무 해송 등 10종 130여 그루가 뿌리 내렸다.

가슴 높이에서 잰 줄기 둘레가 1m를 훌쩍 넘는 나무만 72그루에 달하고 수령 200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도 있다. 1500년대에 진주 강 씨와 신창 맹 씨, 성주 도 씨, 동복 오 씨가 들어와 월정리 마을을 이루었다고 전해지는데 이 수림대는 그때 마을을 해풍으로부터 막기 위해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자연의 힘으로 자연재해를 대비하고자 한 조상의 슬기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이자 식물학적으로도 중요한 자원이다. 지금은 겨울이라 대부분의 나무가 앙상한 가지만을 드러내고 있지만 봄이 되고 푸른 잎이 돋아나면 바다와 어우러져 절경을 보여준다.

나무 사이로 닦아놓은 길을 걸어도 좋고 바닷가 쪽을 향해 자갈을 밟으며 산책해도 좋은 곳이다. 고요한 이 마을이 푸른 숲과 푸른 물결로 출렁일 때를 상상해 본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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