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니아에겐 장난감 아닌 인격체
- 부산 금정구 장전동 ‘피포스돌’
- 클레이애니 감독 곽종철 대표
- 동물 얼굴 구관인형 제작해 유명
- 인형 하나 관절 20개 이상 필요
- 지점토 제작 방식서 3D로 진화
- 옷 가발 메이크업 등 수작업
- 크기 보통 26~60㎝ 등 다양
- 눈동자 색·머리카락·옷·화장 등
- 계절별·취향따라 ‘코디’ 가능해
부산 금정구 장전동 ‘피포스돌’에서 잠든 새끼 고양이의 얼굴을 한 구체관절인형을 만났을 때, 인형이 풍기는 성스러운 분위기에 취해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매끄러운 얼굴과 평화롭게 잠든 눈, 섬세한 귀 주름과 앙증맞은 ‘젤리 발바닥’까지…. 인형을 보자마자 마음이 녹았다. 피포스돌 곽종철 대표가 지점토를 깎아 만든 초기 작품으로, 만든 지 12년이 넘은 구체관절인형이었다. 고양이 인형의 잠이라도 깨울까 걱정하듯 조심스럽게 테이블에 옮겼다. 곽 대표는 “구체관절인형을 손에 든 사람은 모두 그 인형을 생명체 다루듯 소중히 여기더라”며 말을 건넸다.
■동물 얼굴의 ‘구관인형’ 인기
관절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구체관절인형은 미술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인체 소묘나 포즈 등의 연구를 위해 찾는 인형이다. 관절을 공 모양의 구체와 줄로 연결해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만들어져 구체(球體)관절인형(이하 구관인형)이라고 한다. 독일의 조형 미술가 한스 벨머(Hans Bellmer)가 구체로 관절 인형을 만들어 인체를 표현한 것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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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스러운 핑크색 외관의 피포스돌. |
사람 얼굴의 구관인형은 많지만, 동물 얼굴의 구관인형은 찾아보기 어렵다. 피포스돌이 국내외 마니아에게 유명한 건 이 때문이다. 클레이애니메이션 감독이었던 곽 대표는 14년 전쯤부터 구관인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동물을 좋아해 고양이 곰 토끼 등 동물의 얼굴과 사람의 몸체를 합쳐 독특하고 신비로운 구관인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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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관인형을 꾸밀 수 있는 옷 가발 등이 진열된 내부. |
처음에는 지점토를 깎아 일일이 인형의 형태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3D 프로그램을 이용해 품을 줄였다. 팔다리 몸통 등 인형 하나에 필요한 관절은 20개가 넘는다. 곽 대표가 인형의 본체를 만들고 콘셉트를 정하면 다른 직원이 인형에 어울리는 옷을 입히고 가발을 부착한다. 생기를 불어넣을 메이크업까지 마치면 볼수록 빠져드는 구관인형이 탄생한다. 머리와 속눈썹, 메이크업 역시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며, 각각의 전문가가 있다. 하나의 인형을 만드는 데 투입되는 인원만 7, 8명이다.
■마니아에겐 인형 아닌 인격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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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포스돌 곽종철 대표가 12년 전 지점토를 깎아 만든 고양이 구관인형. 잠든 모습이 평화를 느끼게 한다. |
이번엔 어린아이 모습의 구관인형 진열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남자아이, 여자아이, 눈이 큰 인형이 있고 뽀뽀하듯 입술을 오므린 것도 있다. 생김새의 특징에 따라 인형의 이름이 다르다. 길이는 보통 26㎝짜리가 가장 많고 40㎝, 60㎝나 되는 것도 있다. 곽 대표가 12년간 만든 캐릭터는 100여 가지나 된다.
구관인형의 눈으로 시선을 옮겼다. 유리로 만든 눈은 실제 사람 눈처럼 동공 홍채 등이 모두 표현됐다. 빛에 반사된 유리가 실제 사람의 눈동자처럼 반짝였다. 눈은 인형의 얼굴에 그리거나 붙인 게 아니라 인형 머리를 분리하면 눈을 끼울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있다. 이 때문에 눈동자의 모양과 컬러를 콘셉트에 맞게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인공 털을 사용한 눈썹과 머리카락은 매장에 있는 매니저가 관리법을 따로 알려준다. 진열장 밖으로는 구관인형의 옷과 가발, 안구, 속눈썹, 헤어핀 등이 진열돼 고객의 ‘코디’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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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목 무릎 발목 등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구관인형이 ‘무한도전’의 시그니처 포즈를 하고 있다. |
피포스돌을 찾는 사람은 초등학생부터 어른, 구관인형동호회, 공예가 취미인 어르신 등 연령별로 다양하다. 공통점이 있다면 인형을 단순히 가지고 노는 장난감으로 여기지 않고 자신의 분신처럼 소중히 여긴다는 것이다.
한 고객은 구관인형을 다양한 옷과 헤어스타일로 꾸며 사진을 찍은 뒤 이를 모아 사진첩을 만들었다. 피포스돌은 이 같은 고객을 위해 진열장 뒤편으로 인형 스튜디오를 따로 마련했다. 미니어처 찻잔, 작은 크리스마스트리 등의 소품이 인형의 세계로 들어온 듯 앙증맞다. 이 스튜디오는 계절별로 소품을 바꿔 고객의 취향을 만족시킨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