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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휘의 시네필] 1917, 종군기자처럼 밀착 촬영기법…전쟁 ‘감상’ 아닌 ‘체감’케 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2-26 18:41:07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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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멘데스는 ‘1917’(2019)의 연출에 임하면서 두 편의 영화에 큰 빚을 진다. 먼저 스탠리 큐브릭의 ‘영광의 길’(1957)이 있다. 마찬가지로 제 1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한 이 영화에서 큐브릭은 흔들림을 극도로 억제해 참호 속을 미끄러지듯 돌아다니는 유려한 카메라 움직임을 선보였다. 이 방식은 전장에 처한 사람의 시점으로 들어감으로서 현장감을 자아내면서도, 정제된 움직임 덕분에 형식적인 안정감을 동시에 얻는 이중의 효과를 자아낸다. 멘데스 감독과 ‘007 스카이폴’(2012)을 함께 했던 명 촬영감독 로저 디킨스는 이러한 큐브릭의 유산을 이어받는 동시에 발전시킨다. 끊김 없이 한 번의 롱테이크처럼 이어지도록 연출하는 ‘원 컨티뉴어스 숏’(One Countinuous Shot) 촬영을 기조로, 가능한 한 한 호흡에 영화를 끌고가면서 전쟁터를 누비는 인물의 체험에 관객의 시선을 몰입시킨다.
   
영화 ‘1917’ 스틸.
따로 촬영한 각 장면들을 한 테이크로 달려나간 것처럼 교묘히 이어붙이는 기법은 기원을 찾자면 알프레드 히치콕의 스릴러 ‘로프’(1948)로 연원이 올라간다. 히치콕은 이동 촬영 중 인물의 등이나 장애물을 거치며 화면을 가렸다가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단절된 숏을 연속적으로 연결한 바 있다. ‘007 스펙터’(2015)의 오프닝신에서 이 편집상의 트릭을 통해 장면의 호흡을 길게 끌고 갔던 샘 멘데스는 ‘1917’에서 인물이 지형지물에 의해 가려지거나 참호 깊숙한 곳의 어둠에 파묻히는 순간 등을 이용하며 영화 전체로까지 확장한다.

이동 촬영한 장면들을 인위적으로 연장하며 원씬 원컷을 지향하는 이러한 방식은 앞서 엠마누엘 루베즈키가 ‘버드맨’(2014)의 촬영을 맡으면서 선보인바 있다. 하지만 로저 디킨스의 카메라는 촬영 자체의 기교를 과시하지 않고, 종군기자의 그것처럼 전쟁의 상황에 밀착하는 담담함으로 일관한다. 그는 ‘블레이드 러너 2049’(2017)에 이어 ‘1917’로 다시 한 번 아카데미 촬영상을 거머쥐었다.

‘1917’의 서사는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으리만치 단순하다. 두 주인공은 독일군의 유인 작전에 말려든 아군에게 공격중지 명령을 전달하라는 임무를 맡아 전장 한 가운데를 가로지른다. 명령서를 전달해야하는 임무가 인물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이지만 이건 단지 맥거핀에 지나지 않는다. 정작 중요한 건 그들의 시점에 보이는 전쟁의 풍경들이다. 참호전에서 민가로, 강물 위로 흐르는 벚꽃에서 떠내려가는 시체로 옮겨가는 식으로 영화는 상반된 이미지를 충돌시키고, 서정과 서스펜스를 교차시키며 강렬한 감정적 시너지를 일으키기도 한다.

   
영화는 감독이 재창조해낸 1차 대전의 공간으로 관객을 이끌 뿐 어떠한 주장을 내세우지 않는다. ‘1917’은 ‘감상’이 아닌 ‘체험’의 영화다. 포격으로 패인 웅덩이의 흙탕물, 쥐들이 들끓는 참호, 썩어가는 시신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여느 반전(反戰) 영화들보다 강렬한 메시지를 공감각적으로 전달한다.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고, 그 공기를 느끼게 하고 판단은 관객에게 맡기는 것이 깊이를 얻는 법이라는 것을 샘 멘데스는 영악하리만치 잘 알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것은 큐브릭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에서 관객에게 우주여행의 유사체험을 선사하려 했던 바와도 일맥상통한다. 그 결과 ‘1917’은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가 아니라, 영화를 통해 전쟁을 체감케하는 작품이 되었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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