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때문에 봄의 기운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던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해묵은 LP 판들을 뒤적거렸다. 그중 1989년과 1990년에 발매된 이승환과 신승훈의 데뷔 앨범을 꺼내 턴테이블 위에 올렸다. 나이테 같은 LP 판의 홈을 지나가는 바늘 소리와 함께 노래가 흘러나왔고, 전곡의 가사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두 가수의 음악과 함께한 시간이 30년이나 됐다는 것에 묘한 감정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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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이승환(왼쪽)과 신승훈
MBC·도로시컴퍼니 제공 |
그런데 그날 오후 MBC ‘놀면 뭐하니?-방구석 콘서트’에서 다시 이승환을 만났다. 코로나19로 각종 공연이 취소돼 낙심했을 아티스트와 팬을 동시에 위로하기 위해 기획된 상생 프로젝트 무대에 오른 이승환은 실제 공연을 방불케 하는 밴드와 오케스트라 세션, 코러스로 무대를 꽉 채우며 ‘라이브의 신’다운 무대를 보여줬다. 특히 ‘슈퍼히어로’ 무대의 후반부에는 코로나19와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의료진의 사진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다”는 이승환의 멘트와 함께 등장해 감동을 선사했다.
1990년에 1집 정규앨범을 발표하며 데뷔한 신승훈은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는다. 그는 지난 30년간 한국 골든디스크 역사상 최다 수상, 한국 가요 음반 역사상 최대 누적 판매량 1700만 장을 기록하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이자 ‘발라드 황제’로 활약해왔다. 오는 8일 30주년 기념 스페셜 앨범 ‘마이 페르소나(My Personas)’를 발표한다. 총 8곡이 담긴 이번 앨범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신승훈의 분신 같은 음악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신승훈 음악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난달 16일 선공개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위안을 전했다.
이승환과 신승훈은 ‘단명한다’는 가요계에서 지난 30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전설을 써왔다. 록을 기반으로 한 발라더 이승환과 전통 팝 계열 발라더 신승훈은 작사, 작곡 능력까지 겸비해 직접 제작한 데모 테이프로 데뷔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대중의 인기를 얻은 두 사람의 행보는 조금 달랐다. 이승환은 1990년대 중반부터 방송보다는 라디오와 공연 중심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으며, 음악적으로는 록에 무게중심을 두기도 했다. 신승훈은 1990년대 방송 위주의 활동을 펼치면서 대중의 사랑을 받다가 2000년대 들어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도전하며 공연에 집중했다. 각기 다른 음악적 행보를 걸었지만 관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공연에 열정에 쏟고, 새 앨범을 꾸준히 발표하며 자신의 음악 세계를 단단히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는 비결이다.
두 가수는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3시간이 넘는 전국 투어 공연을 하기 위해 체력 관리에 신경 쓰고있다.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