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근대 문명과 자연의 복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4-15 20:08:56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스티븐 소더버그는 재난영화 ‘컨테이젼’(2011)에서 신종 전염병의 출현으로 촉발되는 사회적 혼란을 그린 바 있다. 감염의 공포로 혼란에 휩싸인 군중, 상황을 진정시키려는 방역 당국의 노력, 군중 심리를 이용해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프리랜서 기자의 출현 등 영화는 여러 인물의 시점을 번갈아가는 군상극의 형태로 거대한 사건의 흐름을 추적해나간다. 발생 가능한 대부분의 상황을 가정한 영화의 과학적 사실성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 지구적 유행을 예견한 격이 되었다.
   
전염병 재난을 다룬 영화 ‘컨테이젼’스틸.
영화의 핵심은 결말에서야 찾아온다. 다국적 기업의 개발로 숲이 파괴되자 서식처를 잃은 박쥐들이 축사의 돼지들을 감염시켰고, 변이된 바이러스가 인수공통전염병이 되는 일련의 나비효과를 감독은 짧은 시간의 몽타주 안에 함축해 담아낸다. 전염병 재난은 자연발생한 우연이 아니라 인재이며, 무분별한 개발, 공장식 축산을 촉발시킨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자연으로 전이돼 전대미문의 양상으로 치달았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17세기 영국의 과학사상가 프란시스 베이컨은 그의 저술 ‘신기관’에서 학문의 목적은 자연을 정복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는 관찰과 실험을 통해 자연의 비밀을 낱낱이 밝혀내야 하며, ‘그녀’(자연)를 고문해서라도 복종시켜 인간의 이익과 복리를 증진하는데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연을 도구화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베이컨의 근대적 세계관은 계몽주의와 산업혁명 이래 근대 문명을 추동하는 사상적 토대가 되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1997)는 이러한 근대적 세계관의 전형을 잘 드러내준다. 과학기술의 산물인 총포로 무장한 인간들은 이전에는 신으로 섬기고 두려워해왔던 짐승들을 몰아내고 숲을 개간해 제철업을 일군다. 그러나 ‘더욱 잘 살아보기 위해’ 추구한 휴머니즘적 기획은 얄궂게도 비틀린 역운(逆運)이 되어 돌아오고 만다.

‘모노노케 히메’에서 사슴신을 죽인 대가가 거대한 재앙신의 출현으로 돌아왔듯이, 현실의 우리는 ‘컨테이젼’처럼 신종 전염병의 창궐을 맞고 있다. 어쩌면 코로나 사태의 이면에 깔린 공포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우위’라는 근대적 믿음이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진실, 그리고 ‘더 많은 생산’과 ‘더 많은 소비’를 추구하며 자연을 닦달해온 현대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마침내 한계에 봉착했음을 깨달은데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중국의 공장이 가동을 멈추자 대기가 깨끗해졌다. 관광객이 끊긴 베니스는 물이 맑아져 물고기와 돌고래가 돌아왔다고 한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건 조금 ‘덜 생산’하고 ‘덜 소비’하며 자본주의적 삶의 총체를 뒤바꾸는 대안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선 자연을 지배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우리 문명의 본질을 성찰하고, 생태계와의 잃어버린 관계망, ‘상호교환 가능한 렌즈’(가타리, ‘세 개의 에콜로지’)를 회복하려는 시도들이 필요하다. 근본적인 사유의 전환이 없는 한, ‘자연의 복수’는 또 다른 형태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2. 2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3. 3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4. 4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5. 5“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6. 6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7. 7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8. 86일 부산국제영화제 팡파르…사상 첫 화요일 개막
  9. 9“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10. 103년 표류 창원 제2국가산단…LH 사업비 낮추나
  1. 1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2. 2‘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3. 3이 대통령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박 귀항 부산의 미래 깃발, 신경써달라"
  4. 4[속보]조희대 작심 발언 “국회·대통령은 대법원장 제청에 관여 못 해”
  5. 5검찰개혁, 중수청장 임명 두고 커지는 집안싸움
  6. 6부울경 펀드인데 절반가량은 수도권 투자…제도취지 무색
  7. 7강신철 “DMZ 北지뢰제거작전은 역사상 처음…단호한 대응이라고 본다”
  8. 8조희대 “재제청 요구 헌법적 근거 없어" 거부 입장 재확인
  9. 9장동혁, 육영수 생가 방문…‘암살자(들)’로 진보 맹공
  10. 10부산 민주당 "주진우, 암살자(들) 부산영상위 시사회 사실왜곡 비판"
  1. 1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2. 2부산지역 농지 41%, 외지인이 소유
  3. 3지역상품 우선구매 ‘부산이 삽니다’ 민간 확산 드라이브
  4. 4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5. 5증권·산업계도 AI 해킹 포비아…휴일 반납 하고 긴급 점검
  6. 6기업 보유 토지 공시지가 공시 의무화…‘땅부자’ 상장사 수면 위로
  7. 7누리호 7일 발사 앞두고 6일 기립(종합)
  8. 8“북항 더 핫하게” 시민과 명소화 모색
  9. 9[한 손 뉴스] 양양 송이 ㎏당 171만 원…생산량 줄어 역대 최고가
  10. 10SNS레시피가 제품으로…농심 스낵 ‘너구링’ 선봬
  1. 1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2. 2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3. 3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4. 4“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5. 5“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6. 63년 표류 창원 제2국가산단…LH 사업비 낮추나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6일
  8. 8[속보] 북항 상어 '부캉이', 체장 3m 흑상어 암컷으로 최종 확인
  9. 9김해시의원 활동비는 1만 원 깎였다
  10. 10출소 한 달 만에 또…유치장 난동 40대 징역형
  1. 1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2. 2“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3. 3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4. 4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5. 5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6. 6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7. 7“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8. 8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9. 9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10. 10‘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부산 야구장 미래는
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