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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빛 신묘한 자태…대를 이어 전통도자 혼을 빚다

‘천백광’ 도예 가족 이야기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0-05-20 19:18:42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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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레로 도자기 빚는 아버지
- 장식 만드는 일은 어머니 소관
- 재능 물려받은 아들도 협업 동참

- 푸른 빛 감도는 가마 속 불길
- 남다른 도자 색과 모양 만들어
- 브랜드 ‘천백광’으로 자리잡아

- SNS 활용해 제작 영상 올리고
- 구운 소금 판매로 외연 확대도

낙동강 끝자락 둔치도(부산 강서구)에서 대를 이어가며 전통 도자기를 빚는 도예가 가족을 만났다. 아버지 하연 유길수, 어머니 예당 김옥희, 아들 천백 유승방 씨다.
   
천백 유승방(왼쪽부터), 예당 김옥희, 하연 유길수 씨는 가족이 함께 전통 도자기를 빚는 도예가 가족이다.
이 가족의 도자기는 ‘천백광’이라는 신묘한 푸른 빛을 띤다. 이들이 도자기를 굽는 가마의 내부 온도가 섭씨 1300도를 넘으면 도자기에 입힌 유약이 변화하며 가마 가득 푸른 빛을 뿜어내는데, 이는 도자기 모양이나 빛깔이 변하는 요변 현상 중 하나다. 그렇게 만드는 도자기는 가마에서 고온을 견뎌내고 영롱한 빛을 입는다. 이 빛이 천백광이다. 특유의 도자기 기술로 국내외에서 인정받은 가족은 전통 도자기를 중심으로 새로운 도전에도 나선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영롱한 푸른 빛

   
도예 가족이 빚은 도자기 ‘오색 사발’.
공방 내 각자의 일터에서 아버지는 물레로 도자기를 빚고, 어머니는 도자기 장식을 만들어 낸다. 아들은 부모의 재능을 골고루 물려받아 10살 때부터 도자기를 만들었다. 어려서부터 도자기를 빚는 데 두각을 보인 천백은 20대 초반에 아버지의 청춘이 서린 장작가마를 50m 떨어진 곳에 이전 복원하는 작업에 성공한다. 이때 천백광에 특화된 기술을 복원 가마에 새로 보탰다. 이 가마는 발명특허를 받고 ‘천백광 장작요(천요)’로 새롭게 태어났다.

천백광은 이 가족이 만드는 도자기 브랜드이자 고유 기술이며, 정체성이다. 가마 내부를 감싸는 푸른 빛은 웬만한 기술로는 구현하기 힘들다고 한다. 천백광을 보고 ‘하늘에서 푸른 빛을 내려줬다’고 표현하는 이유다. 천백 가족의 도자기는 국내외 많은 전시회에서 독창성과 전통성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연 유길수 씨는 “처음 푸른 빛이 감돌던 순간을 기억한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대한민국 도자기를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오랜 연구로 외연도 확장 중

   
불을 지핀 전통가마.
가족은 최근 전통 도자기를 중심으로 하면서 외연 확장에도 나섰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질 시대도 대비한다. 전시회를 열어도 예전처럼 사람이 많이 모이기 힘들 수 있음을 고려해 온라인 시장을 우선 접목했다. 천백 유승방 씨는 SNS 영상으로 도자기 빚는 과정을 보여주는 한편 전시회 영상을 따로 제작해 판매의 장을 열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IT나 그래픽 분야는 천백의 동생 담연 유승낙 씨가 맡는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가족 모두 도자기 시장의 침체를 체감했습니다. 새로운 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는 “도자기를 만들면서 좋은 그릇에 담긴 좋은 음식을 생각했다. 음식 문화 분야에 눈을 돌린 건 그때였다. 가장 먼저 소금이 떠올랐다”고 덧붙였다. 모든 음식의 기본 재료이자 필수 염분을 제공하는 하얀 결정체. 천백은 좋은 소금을 만들기 위해 수년간 연구했다. 소금을 굽고 숙성시킬 전용 도자기와 소금을 구울 가마도 따로 만들었다. 소금은 서해안 천일염을 쓴다. 길게는 72시간을 거쳐 한 번에 50㎏ 정도 생산한다.

천일염을 가마에 구워내면 불순물이 제거되고 쓴맛이 사라진다. 따로 분쇄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곧바로 요리에 쓸 수 있을 만큼 고운 입자로 완성된다. 천백은 “가마에서 구운 소금은 짠맛이 덜하고 담백하며 요리의 감칠맛을 높여준다. 거의 완성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소금을 활용한 요리를 담을 전용 도자기도 함께 만들 예정이다. 천백은 “도자기도 소금도 결국 사람의 손으로 만든다. 수공예의 가치는 하락하지 않는다”며 “정성을 다해 전통을 지키는 예술문화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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