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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산책 여행 <1> 보수동 책방골목 탐험

책더미 속 보물찾기…단돈 1000원에 건진 행복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0-05-27 20:04:12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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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완서 작가 등 초판본부터
- 오래된 전집과 새 책까지
- 구경하며 헐값 구입 가능해
- 옛 LP판·엽서 보는 재미까지
- 작은 카페 차 한잔 휴식도

- 남항~암남공원~태종대 도는
- 인근 자갈치시장 크루즈
- 바다서 원도심 조망 이색
- 운 좋으면 돌고래 만나기도

코로나 19 탓에 멀리 여행을 떠나기에는 아직 부담스럽다. 이럴 땐 편안한 마음으로 부산 도심을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듯 하다.
‘3만 원으로 보석 같은 책 사보기’란 미션을 세우고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 탐험에 나섰다. 햇살과 그늘이 적당한 책방 앞에서 엄마와 아이가 책을 보는 동화 같은 풍경이 탐험자를 반겼다.
최근 아이들의 등교 개학이 시작됐다. 한때 새 학기만 되면 참고서를 사고파는 인파로 북적거리던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이 떠올랐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이미 검증된 핫플레이스다. 부산 사람은 이곳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보수동 책방골목은 계속 변화해왔다. 골목에는 아담한 카페가 하나둘 들어섰다. 책방골목 특유의 느낌을 흑백사진으로 남겨주는 사진관도 생겼다.

보수동은 보배 보(寶), 물 수(水) 자를 쓴다. 책이라는 ‘보배’가 흐른다. ‘3만 원으로 보수동에서 보석 같은 책 사보기’라는 미션을 세운 뒤 탐험에 나섰다. 탐험이 끝난 뒤엔 원도심 인기 여행코스로 떠오른 자갈치 크루즈를 타고 부산 바다를 가로질렀다.

■ 시간이 보석처럼 쌓인 골목

보수동 책방골목에 들어서니, 스몸비(스마트폰 좀비, 스마트폰을 보느라 고개를 숙이고 걷는 사람을 빗댄 말)는 간데없다. 유모차를 탄 어린아이도 동화책을 펼친 채 유유히 지나갔다. 책방 앞 간이의자에는 엄마와 아이가 앉아 그림책을 펼쳐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풍경 자체가 동화 같았다. 책은 아주 싸게 살 수 있었다. 새 책도 마찬가지다. 특히 나림 이병주의 ‘지리산’부터 황석영의 ‘장길산’까지, 일본 만화 ‘미스터 초밥왕’부터 중국 고전 ‘초한지’까지 여러 권으로 된 전집을 싸게 사서 ‘긴 호흡 독서’를 할 수 있는 건 이 골목만의 강점일 듯했다. 그만큼 전집류가 풍성했다. 심지어 택배도 해준다.

여러 책방 앞 할인 매대에서는 ‘권당 1000원 100권 한정 판매’가 한창이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작가 박완서의 ‘아주 오래된 농담’ 초판본이 그 속에 있었다. “박완서는 어머니와 딸이 함께 읽기 좋은, 드문 작가”라는 평을 언젠가 들은 적이 있다. 망설임 없이 집어 들었다. 보수동 책 나들이 첫 쇼핑은 박완서의 명작이었다. 그런데 그 값이 겨우 1000원. 엄청난 가성비다.

책방 내부는 사람 1명이 들어서면 꽉 찰 정도의 동선만 확보하고 책으로 가득 채워졌다.
‘우리글방’은 다양한 헌책과 새 책뿐 아니라 LP판, 음악 CD, 엽서, 커피와 차까지 판다. 이곳 서가를 ‘여행’하다 계몽사 디즈니 그림 명작 시리즈 초판본을 발견했다. 1982년 초판 인쇄된 뒤 1997년 절판된 60권짜리 전집이다. 디즈니 굿즈계의 오랜 ‘호구’이자 소소한 동화책 수집가인 터라 보물 발견 수준! 1만 원을 내고 고심 끝에 시리즈 46번 ‘심바와 대홍수’를 손에 넣었다. 앙증맞은 손거울(4800원)도 함께 사고 보니 동심이 가슴 속에서 출렁였다.

책방골목에 아담한 카페도 하나둘 자리 잡았다. 차 한잔을 마시며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좋다.
보수동 책방골목에서는 저절로 사진을 많이 찍게 됐다. 추억 같은 책들이 세월의 더께처럼 켜켜이 쌓인 풍경 덕분이었다. 책방 주인 한 분이 “(우린 어쩌라고) 사진만 찍느냐”고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살짝 억울했지만, 이곳에 머물다 보니 그 심정이 이해됐다. 양해를 구하지 않고 ‘인증샷’만 줄곧 찍는 관광객이 아주 많았다. 그 서점에서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4000원)를 샀다. 책방 주인은 이내 “좋은 책을 골랐다”며 얼굴이 밝아졌다. 좋은 책을 싸게 판다는 이곳 사람들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예쁜 카페에 들어가 다리쉼을 했다(2잔 9000원). 책방골목 문화 쇼핑은 예상보다 훨씬 즐거웠다.

■태종대 앞바다서 만난 돌고래

자갈치 크루즈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서 ‘부산’을 느낀다. 날씨가 좋으면 바다를 유영하는 돌고래 떼를 볼 수 있다.
보수동 책방골목이 있는 중구는 부산의 대표적인 원도심이다. 가까이에 여행 명소가 가득하다. 그중 자갈치 크루즈를 타보기로 했다. 책방골목에서 15분 남짓 걸으면 도착하는 자갈치 시장 안에 승선하는 곳이 있다. 자갈치 크루즈는 오는 10월까지는 오전 11시, 오후 2·4·6·8시 하루 5차례 운항(11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동절기는 4회)한다. 2018년 7월 운항을 시작해 명물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1시간30분 동안 부산 남항, 송도 암남공원 앞, 태종대 등을 거쳐 되돌아온다. 선상에서 공연을 즐기고 싶다면 1층, 차분히 바다 풍경을 바라보고 싶다면 2층, 바닷바람을 직접 맞으며 항해하고 싶다면 3층 야외 덱에 자리 잡으면 된다. 뱃머리에 서서 정면으로 부산 바다를 느낄 수 있다. 적당히 시원한 바람과 아직은 맹렬하지 않은 5월 태양이 최적 조건을 만들어줬다. 선장은 “오늘은 돌고래 떼를 볼 수 있을 것 같은 날씨”라는 안내방송으로 승객을 설레게 했다. 바다를 유영하는 돌고래를 정말로 볼 수 있는 걸까?

영도 흰여울마을, 남항대교 아래, 송도해수욕장 등을 거친 배는 바다를 가로질렀다. 선장의 안내방송이 구수하다. 맑은 날에는 거제도는 커다랗게 보이고 대마도는 선명하게 보인다. 반환점인 태종대를 돌 즈음 바다의 윤슬을 뚫고 검은 물체들이 수면 위로 불쑥 나타났다가 재빨리 사라졌다. 돌고래 떼였다. 배 곳곳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크루즈를 환영하듯 돌고래 떼는 물살을 가르고 얼굴을 내밀었다. 춤추는 듯했다. 승객에게 좋은 선물을 줄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느낀 듯 선장의 안내방송 목소리에서 뿌듯함이 느껴졌다.

여행 명소가 곳곳에 많은 원도심에서는 장소와 시간을 잘 엮는다면, 다채로운 여행 경로를 짤 수 있다고 느낀 5월의 도심 산책이었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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