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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제맥주 탐방 <3> 테트라포드 브루잉

양조장과 협업해 빚고, BTS 스토리 기획 회사가 브랜드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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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서준 대표가 시작한 맥주집
- 자체 양조장 없는 집시 브루어리
- 디자인 업체와 손잡고 제품화
- 목넘김 부드러운 수제맥주 선봬
- 실내는 방파제 공간처럼 꾸며
- 피자·라자냐 곁들이면 더 좋아

모든 수제맥주 브루어리가 자체 양조장을 보유한 건 아니다. 고유의 콘셉트를 갖고 외부 양조장에 레시피를 제공해 맥주 양조를 계약하거나, 양조장과 협업해 ‘콜라보 맥주’를 출시하는 브루어리도 있다. 이를 집시 브루어리(또는 유령 브루어리)라고 한다.

집시 브루어리 중에는 2014년 미국 맥주 평가 사이트인 ‘RateBeer.com(레이트비어)’에서 전 세계 브루어리 3위에 선정된 덴마크의 ‘미켈러’가 유명하다. 부산의 집시 브루어리인 테트라포드(부산진구 부전동)는 지난해 10월 구포역에서 열린 ‘부산국제수제맥주 마스터스챌린지’ 밀맥주 부문에서 갈매기브루잉과 공동 출품한 ‘아나나스(Ananas)’로 우승을 차지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테트라포드 브루잉은 부산의 지역색을 녹인 콘셉트로 목 넘김이 부드러운 ‘수제맥주 입문자용’ 맥주를 선보인다. 이곳은 양조장 없이 외부 양조장과 협업하는 집시 브루어리다.
■BTS 브랜드 기획 플러스엑스 합작

테트라포드는 2017년 박서준 대표가 ‘부산’의 지역색을 띤 수제맥주 브루어리를 만들고 싶다는 기치 아래 첫발을 뗐다. 매장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은 ‘테트라포드(tetrapod)로 정했다. 파도나 해일에서 방파제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테트라포드이다. 이런 브랜딩은 디자인회사 ‘플러스엑스’(서울 강남구)가 맡았다. 플러스엑스는 방탄소년단(BTS)의 브랜드 리뉴얼을 맡으며 유명해진 업체다. 이들은 BTS의 뜻을 ‘Beyond the Scene’(비욘드 더 신)으로 풀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성장해 나가는 청춘’이란 스토리를 입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테트라포드는 박 대표와 인연이 있는 플러스엑스 변사범·신명섭 대표가 공동 설립한 별도 법인이다. 서울 용산구에도 진출해 부산 맥주를 알리고 있다.

테트라포드 모양의 손잡이가 달린 문을 열고 매장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테트라포드 모양의 탭 핸들(맥주를 따르는 손잡이)이 눈에 들어온다. 코스터(컵 받침) 등 곳곳에서 테트라포드를 만난다. 중앙 천장에는 폐선박의 조명기구들을 달아놓았는데, 등대처럼 은은한 주황빛을 발산하며 맥주의 바다로 안내한다.

벽돌을 세로로 이어 붙이고 불규칙적으로 깨트려 거친 질감을 표현한 벽면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벽면을 등지고 앉으면 부산 바다 어느 방파제 앞에서 맥주를 마시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테트라포드만의 확고한 ‘부산 콘셉트’다.

■수제맥주 ‘입문 브루어리’ 노력

   
테트라포드 조형물을 활용한 소품들.
집시 브루어리의 맥주는 어떻게 탄생할까. 우선 뜻이 맞는 외부 양조장과 맥주 양조를 계약한 뒤 그곳 양조사와 출시될 맥주 맛에 대한 논의를 거친다. 애초 논의한 맛과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도 생긴다. 이 과정에서 박 대표는 전문가인 양조사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 수제맥주는 같은 재료를 써도 만드는 사람과 환경에 따라 맛이 미묘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들어진 맥주는 플러스엑스가 스토리를 입혀 단장을 마친다.

협업 대상은 제한이 없다. 최근에는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스튜디오 ‘슈퍼픽션’과 협업해 이곳 캐릭터 ‘프레디’를 활용한 흑맥주 ‘프레디 스타우트’를 출시했다. 잔의 로고와 맥주 포스터, 탭 핸들 등에 프레디를 넣어 캐릭터 마니아들의 흥미를 끌었다.

양조장 설치와 인력 채용 등에 드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건 집시 브루어리의 큰 장점이다. 대신 선입견 극복은 큰 과제다. 일각에서 양조장이 없는 브루어리는 이른바 ‘정통 브루어리’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수제맥주에 애정을 갖고 시작한 일이지만 선입견을 극복하는 일은 요즘도 힘들다”면서도 “집시 브루어리라고 해서 맛과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 다양한 도전이 가능한 만큼 다양한 맥주를 선보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테트라포드는 목 넘김이 부드럽고 마시기 쉬운 ‘입문용’ 수제맥주를 선보이려고 노력한다. 박 대표는 “수제맥주를 처음 접할 때 맛있다고 느껴야 또 찾는다. 섣불리 자기 취향과 맞지 않는 수제맥주를 마시고는 맛이 없다고 느끼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다. 입문자도 부담 없이 맛있게 즐기는 맥주를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다. 목 넘김이 가벼운 맥주는 필연적으로 피자와 어울린다. 셰프의 손을 거친 피자와 라자냐 등 맥주에 곁들이면 맛 좋은 음식도 테트라포드의 강점이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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