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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리 닮은 모노레일, 4차원 통로 같은 숲길…뜻밖의 비경이 불쑥

거제 숨은 관광지 2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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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로수용소 유적공원~계룡산 정상
- 3.6㎞ 오가는 ‘거제관광모노레일’
- 스피커서 야생동물·새 소리 나오고
- 레일 곳곳 곰·사슴 등 모형 설치
- 대형 동물원 온 듯 이색 재미 선사
- 섬·도심 풍경 동시에 조망 가능

- 구조라항 인근 ‘샛바람소리길’
- 쭉쭉 뻗은 대나무숲이 방풍림 역할
- 낮에도 어둡고 스산한 바람소리에
- SF영화 속 온 듯 분위기 신비로워

여행은 지극히 주관적인 분야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도 별다른 감흥이 없을 수 있고, 잘못 들어선 어느 마을에서 평생 잊지 못할 비경을 만나기도 한다. 초여름에 찾은 경남 거제가 그랬다. 거제관광모노레일을 타고 계룡산 정상에 올랐다가 샛바람소리길을 걷는 계획을 세웠을 때만 해도, 계룡산을 사이에 두고 정반대의 이미지를 드러낸 거제시 풍경이나 샛바람소리길을 지키는 ‘작은 맹수’와 마주칠 줄은 예상치 못했다.
거제관광모노레일을 타고 계룡산 정상을 오갈 수 있다. 초록빛 우거진 숲길을 서서히 관통하는 모노레일은 사파리 투어를 하는 듯한 색다른 기분을 안겨준다.
■모노레일 타고 계룡산 왕복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거제시 고현동)에서 계룡산(570m) 정상을 오가는 거제관광모노레일을 탈 수 있다. 공원은 종일 ‘용사의 충정’ ‘우리는 육군’ 등의 비장한 군가를 들려준다. 군가를 들으며 철조망을 따라 걷자니 어쩐지 스산하다. 6·25전쟁 때 17만3000여 명의 포로가 수용됐던 곳을 보존해 전쟁역사의 교육장으로 조성했다. 공원은 전쟁·포로·복원·평화존으로 테마가 나뉘었다. 모노레일은 평화존 희망광장에서 탑승한다.

시릿대로 둘러싸인 샛바람소리길은 한낮에도 빛이 들지 않을 만큼 서늘하고 캄캄하다. 짧은 숲길을 지나면 다른 차원의 공간이 열릴 것만 같다.
2018년 3월 개통한 모노레일은 왕복 3.6㎞로 전국 최장 길이를 자랑한다. 희망광장에서 출발해 계룡산 정상 가까이 레일을 타고 천천히 올라간다. 한 번에 최대 6명이 탑승할 수 있고 6분 간격으로 15대가 순환 운행한다. 상행 30분, 하행 20분이 걸린다. 모노레일 이용권과 공원의 입장료는 별도로 구매할 수 있다.

사람이 붐비지 않으면 6인승 모노레일을 혼자 차지할 수 있다. 모노레일의 속도는 ‘차라리 걷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느리다. 그런데 거북이처럼 꾸준히 느린 속도가 이따금 의외의 스릴로 재미를 줬다. 경사를 오를 땐 뒤로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내리막에서는 롤러코스터처럼 빠르게 미끄러지지 않아 차량째로 떨어질 것 같은 긴장감을 느꼈다.

모노레일 안에서는 우거진 숲길의 안내를 받는다. 따사로운 햇살이 산을 통째로 감싸 숲은 온통 초록 아니면 연두색이다. 간간이 설치된 스피커에서 야생동물이나 새 소리가 흘러나오고, 귀여운 곰과 사슴 모형이 레일 가운데서 나타날 때는 사파리 투어를 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하행 중인 모노레일을 상행 레일에서 지켜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다.

계룡산 정상부에 설치된 모노레일 포토존.
모노레일에서 내려 전망대에 오르면 바둑판처럼 붙은 논밭과 목가적인 거제면이 다도해와 함께 펼쳐진다. 멀리 거제의 새 명물인 ‘정글돔’도 보인다. 여기서 500m 정도만 걸으면 계룡산 정상이다. 정상의 풍경은 전망대와 180도 달라진다.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가 마치 조금 전 봤던 거제면의 수십 년 후 풍경을 보여주는 듯하다.

공원을 나오는 길에 PX라고 적힌 매점에서 ‘맛다시’를 2개 샀다. 군필자들이 한결같이 극찬한 음식인 데다 어느 설문조사에서 ‘다시 먹고 싶은 군대 음식’ 2위에 오른 게 기억나서다. 호기심에 먹어보니 고추장에 라면 스프 등을 섞은 맛이 났다. 군대를 다녀온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했는데 그는 추억의 음식을 무척 반기면서도 먹으려 하지는 않았다.

계룡산 정상에서 바라본 거제의 풍경.
■우주를 걷는 듯한 샛바람소리길

버스를 타고 구조라항(일운면 구조라리)에 내려 인근에 있는 샛바람소리길을 걸었다. 샛바람소리길은 구조라성으로 향하는 작은 오솔길인데, 밭둑을 구분하고 샛바람을 피하고자 만든 방풍림의 성격을 띤다. 해안가서 자라는 가는 대나무인 ‘시릿대’가 울창한 숲길을 이룬다.

샛바람소리길은 주택이 몰린 좁은 골목 끝에 있다. 골목끼리 길이 연결돼 있어 다른 골목에서 출발해도 찾는 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샛바람소리길 표지판이 대문짝만하게 걸린 골목으로 들어가는 걸 추천한다. 동네를 구경하다가 길을 잘못 들어서면 목줄이 없는 작은 ‘맹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몸집이 작은 푸들의 모습을 한 맹수는 낯선 침입자를 보자마자 길을 막고 원수라도 만난 듯 울부짖었다. 당황하는 사이 역시 목줄이 없는 덩치 큰 진돗개가 “무슨 일이야?”라고 내다보듯 작은 맹수의 등 뒤로 나타났다. 두 강아지의 동공에 자비는 없었다. 간담이 서늘해져 내쫓기듯 골목을 빠져나왔다. 행여 쫓아올까 등 뒤가 아찔했지만 다행히 두 ‘맹수’는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조금 전 사나운 개들을 마주한 후유증으로 간이 작아져 어두운 시릿대 숲길이 을씨년스레 느껴졌다. 사투리로 샛바람소리길을 설명한 안내판에서 ‘바람 소리가 아이귀신이 울어대는 거 멘커로 등골이 오싹해가지고…’라고 적힌 글이 자꾸만 생각났다. 가족 관광객 3명이 나타나고 나서야 100m 남짓의 짧은 숲길이 우주로 통하는 신비로운 공간의 문처럼 다가왔다.
샛바람소리길 전망대로 향하는 산책로.
쭉쭉 뻗은 기다란 시릿대는 제 키가 끝나는 높은 허공에서만 햇빛의 침투를 허용했다. 이따금 바람이 불면 시릿대 사이로 스르륵 소리가 나며 빛이 비집고 들어온다. 숲길을 통과하면 다른 차원의 문이 열릴 것 같은 분위기다. 한낮에도 캄캄하고 서늘한 그늘이 만들어져 흘린 땀을 식히기에 알맞다.
샛바람소리길을 지나면 마주하는 한적한 구조라 해변.
어둠을 뚫고 짧은 숲길을 통과하면 푸른 구조라 해변이 환하게 쏟아진다. 여기서 200m 정도만 더 걸으면 전망대다. 사방에 가득 찬 푸른 바다가 이국 휴양지에 온 듯한 분위기를 낸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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