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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제맥주 탐방 <4> 갈매기 브루잉

부산에 수제맥주 DNA 심고, 구포 역사 담은 제품 개발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0-06-03 19:33:06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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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지역 첫 브루어리 오픈
- 스티븐 올솝 대표 시행착오 뒤
- ‘IPA 맥주 후예’ 입소문나 인기
- 매장 6개… 양조장 서부산에 확장

- 북구와 함께 만든 ‘구포만세329’
- 화명생태공원서 재배한 밀 사용
- 강한 솔향·열대과일 달콤함 더해
- 구포의 독립정신·성취감 표현

부산이 수제맥주 성지로 거듭나기까지 흐름을 좇다 보면 ‘발원지’인 갈매기 브루잉과 만난다. 갈매기는 미국식 양조장을 보유한 부산 최초의 수제맥주 브루어리로, 2014년 수영구 남천동에 자리 잡았다.
   
갈매기 브루잉 스티븐 올솝(왼쪽) 대표와 라이언 블락커 헤드브루어가 북구 화명생태공원 밀밭에서 밀을 수확한 후 환하게 웃고 있다. 이들은 1919년 구포의 독립정신을 담은 IPA 맥주 ‘구포만세329’를 지난달 29일 출시했다. 갈매기 브루잉 제공
2016년 창립 멤버들이 흩어지고 스티븐 올솝 대표가 운영을 이어받으며 갈매기는 날개를 달았다. 그는 ‘다양한 수제맥주를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선보이자’는 핵심가치로 갈매기를 재구성한 뒤 친구이자 헤드브루어(수석 양조사)인 라이언 블락커와 다양한 스타일의 수제맥주를 실험하고 선보였다. 광안본점에 이어 해운대 서면 남포동 부산대 경성대에 매장을 차례로 열었고 지난해에는 강서구 대저동으로 양조장을 확장 이전했다. 최근에는 동부산보다 수제맥주를 접하기 어려운 서부산에서 수제맥주 대중화를 위한 첫발을 뗐다.

■수제맥주 DNA 흐르는 IPA의 후예

   
새로 출시한 IPA 맥주 ‘구포만세329’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한 스티븐 올솝 대표.
스코틀랜드 출신인 올솝 대표는 2009년 한국 땅을 밟았다. 그는 한국의 음식 풍경 등 모든 게 마음에 들었지만 맥주는 그렇지 않았다. 구할 수 있는 수제맥주는 오래된 수입 병맥주뿐이었고 한국 지인들은 수제맥주 자체를 생소해 했다. 이에 직접 맥주를 만들기로 작정했다.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던 친구 블락커도 힘을 보탰다. 올솝 대표는 “홈브루잉 초기에는 마시는 양보다 하수구에 버리는 양이 훨씬 많았다”고 회상했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며 ‘올솝표 맥주’는 진화를 거듭했다. 입소문을 타고 찾아오는 친구들이 늘어갈수록 만드는 양도 늘었다. 본격적인 맥주 양조를 꿈꾸던 차에 갈매기와 만났다.

맥주 양조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지만 올솝 대표에게 수제맥주는 익숙했다. 그는 수제맥주 DNA가 흐르는 ‘IPA의 후예’이기 때문이다. IPA(인디아페일에일·India Pale Ale)는 18세기 영국인들이 인도에서도 맥주를 마실 방법을 찾으면서 탄생한 맥주다. 영국인들은 배로 운송하는 동안 맥주의 변질을 막기 위해 알코올 도수를 높여 세균의 침입을 막았고, 홉을 많이 넣어 천연 방부제 기능을 강화했다. 이렇게 탄생한 IPA는 높은 도수와 다량의 홉 덕분에 한층 더 풍성한 맛과 중독성을 자랑하며 출시와 동시에 맥주 시장을 뒤흔들었다. 이때 IPA 맥주 탄생 현장에는 올솝 대표의 조상인 사무엘 올솝이 있었다.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전해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란 덕분일까. 올솝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맥주 역시 IPA다. 지난해 아시아 비어 챔피언십에서 동상을 안겨준 맥주도 ‘갈매기 IPA’였다.

■국내 첫 민관학 콜라보 맥주 출시

지난달 29일 갈매기는 IPA 맥주 ‘구포만세329’를 출시했다. 구포만세329는 1919년 3월 29일 구포시장에서 일어난 만세운동을 모티브로 만든 지역 맥주다. 구포가 일제강점기 밀 집산지였다는 점에 착안해 북구 화명생태공원에서 재배한 밀을 양조에 사용했다. 북구가 구포맥주 상품화를 위해 갈매기에 양조를 의뢰했고, 동서대학교 디자인대학이 브랜딩을 맡았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민·관·학이 손잡고 맥주를 출시한 것이다.

북구가 갈매기에 건넨 맥주 키워드는 만세운동을 바탕으로 한 독립·강인함·성취였다. ‘라거’처럼 부드러운 밀맥주로는 독립이라는 특별한 단어를 소화할 수 없었다. 구포만세329를 IPA로 정한 건 그 때문이다. 올솝 대표는 “구포의 독립정신을 맥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강렬한 첫인상이 필요했다. 사시사철 변하지 않는 올곧은 정신력과 생명력이 상징인 소나무가 제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달콤한 열매 같은 독립의 성취는 열대과일 향으로 표현했다. 입안에 맴도는 싱그러운 열대과일 향이 강렬한 솔 향을 중화해 부드러운 IPA로 마무리해준다”고 덧붙였다.

북구와의 인연은 갈매기가 북구청 소유의 밀당브로이(북구 구포동)를 위탁 운영하며 시작됐다. 밀당브로이는 부산지역 9곳 수제맥주 브루어리의 작품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맥주 펍이다. 동부산보다 수제맥주 브루어리가 드문 서부산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갈매기는 수제맥주 불모지와 다름없는 서부산에서 수제맥주 대중화를 위한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올솝 대표는 “부산이 수제맥주 성지로 자리 잡은 것은 가장 큰 보람이자 자부심”이라며 “작년 구포역에서 열린 부산 국제수제맥주 마스터스챌린지의 성공으로 서부산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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