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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산책 여행 <2> 김해 봉황동 나홀로 스탬프투어

수로왕 정원서 낮잠 한 숨, 봉리단길 골목서 커피 한 잔

  • 글·사진=김미주 기자
  •  |   입력 : 2020-06-10 19:20:16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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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가야인 모여 살던
- 봉황대 흔적 남은 곳
- 예쁜 카페·식당 모여
- ‘봉리단길’ 만들어져

- 골목 걷다 힘들어지면
- 봉황대공원서 휴식을
- 연못과 어우러진 숲
- 최근 소풍 명당 떠올라

- 산책 마지막 코스로
- 수로왕릉 뚜벅뚜벅
- 금관가야 숨결 느끼며
- 스탬프 투어 마무리

부산김해경전철을 타고 경남 김해 봉황역에 내리면 개성 있는 카페와 문화공간 등이 골목마다 들어선 ‘봉리단길’을 탐방할 수 있다. 봉황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수로왕릉역까지는 가야 시대 유적이 산재해 이 일대를 ‘가야의 거리’라 부른다. 직선거리 1㎞ 정도로, 걸으며 둘러보기에 적당하다. 수천 년 전 가야의 흔적과 문화 골목의 생명력이 공존하는 봉황동으로 소풍을 떠났다. 도보 이동이 가능한 범위에서 7곳을 둘러보는 자체 스탬프 투어도 짰다.
   
경남 김해 봉황대공원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시계토끼가 나올 것 같은 분위기를 뽐내며 피크닉 명당으로 급부상했다.
■가야의 오전

봉황동이란 이름은 금관가야 최대의 집단 취락지가 발견된 봉황대에서 따왔다. 봉리단길은 봉황역부터 김해중학교까지 800m 정도 뻗은 거리를 일컫지만 골목끼리 씨줄 날줄처럼 이어지며 영역을 확장 중이라 그 구분은 모호하다. ‘여기서부터 봉리단길’이라고 적어둔 표지판은 따로 없다. 봉황역 2번 출구로 나와 예쁜 카페가 하나둘 눈에 보이는 거리에 들어서면 거기서부터가 봉리단길이다.
   
카페와 주택 사이 자주 보이는 점집이 과거의 봉황동을 상상케 한다. 봉리단길은 한때 ‘신의 거리’로 불렸다. 1980년대부터 봉황대의 기운을 받는다고 점쟁이가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수가 많이 줄었지만 골목을 지키는 존재감은 여전하다.

봉리단길 가게 대부분은 정오 무렵 문을 연다. 오전 시간이 여유롭다면 인근 봉황대 유적지를 둘러보면 좋다. 봉황대 유적지는 가야시대 대표적인 조개무덤과 금관가야의 생활 흔적이 발견된 봉황대를 합한 곳이다. 봉황대 유적지를 따라 조성된 길을 산책하며 가야 시대 생활 유적을 살펴볼 수 있다. 조개무덤 앞 패총전시관은 코로나19로 현재 휴관 중이다.

   
옛 정미소 설비를 보존한 레스토랑 ‘안인정미소’.
유적지 아래쪽에 있는 봉황대공원은 최근 피크닉 명당으로 급부상했다. 코로나19로 실내 공간 대신 산이나 야외를 선호하는 추세도 한몫했지만 숲속 피크닉의 정석을 보여주는 듯한 배경이 특히 아름답다. 연못을 사이에 두고 푸른 잔디밭과 잎사귀를 한껏 아래로 늘어뜨린 나무들이 유럽 공원에 온 듯한 감성을 제대로 보여준다. 나무 틈새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시계토끼가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이 장면을 투영한 기다란 연못과 연꽃들이 봉황대공원의 화룡점정이다. 아침부터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은 없었지만 늦은 오후 그늘에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절로 그려졌다.

봉황대 유적지를 걷느라 출출해진 배는 ‘안인정미소’에서 채웠다. 옛 정미소를 레스토랑으로 바꾼 이곳은 정미소 설비를 철거하지 않고 한쪽에 그대로 보존해 레트로 감성을 풍긴다. 두 가지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한판 피자가 이곳의 시그니처다. 평일 낮에도 일찌감치 내부 테이블이 가득 찰 만큼 인기 있는 곳이다. 봉황역보다는 부원역과 조금 더 가깝다.

■ 가야의 오후

   
봉리단길의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카페 중 한 곳인 ‘파미르커피’.
카페 ‘봉황1935’는 봉리단길의 터줏대감이다. 일제강점기 적산가옥의 외형을 그대로 보존해 눈길을 끈다. 발목 높이보다 낮은 쇠사슬 고리가 이 집의 문턱이자 대문 역할을 한다. 여기서 조금 더 걸으면 지난해 김해시 건축대상을 받은 문화공간 ‘봄스테이 갤러리’가 나온다. 자투리 골목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려 테트리스 조각을 이어 붙여놓은 듯한 외관이 독특하다. 코로나 19로 휴관 중이라 당분간은 내부를 볼 수 없다.

봉리단길을 나와 수로왕릉으로 향하다가 중간에 있는 회현동 벽화골목에 들렀다. 황세장군과 여의낭자의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를 전하는 정감 가득한 그림과 마주치면 벽화골목에 도착했다는 신호다. 작정하고 꾸민 벽화골목이라기보다는 주택가 골목 사이를 벽화로 메워 친근함을 더한 쪽에 가깝다. 그래서 더 정겨운 분위기가 난다. 한낮의 골목은 오가는 고양이 한 마리 없이 고요해 카메라 셔터 소리를 내는 게 조심스러웠다.

   
수로왕릉.
벽화골목에서 5분 정도만 걸어가면 수로왕릉에 도착한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마스크를 쓰고 손 소독제만 잘 바르면 아무런 제지 없이 드나들 수 있다. 경북 경주의 신라 시대 왕릉을 봤던 기억과 뒤섞여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가락국의 시조인 김수로왕이 잠든 수로왕릉은 가야의 찬란한 역사에 비해 소박한 편이다. 이곳 수로왕릉을 중심으로 김해민속박물관 대성동고분박물관 등 가야의 거리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수로왕의 왕비인 허황옥의 묘는 이곳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수로왕릉 입구 근처에 자리한 카페 ‘해이담커피’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2층 창가 자리에서 수로왕릉을 내다보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다. 막상 2층에서 보면 울창한 나무와 물이 흐르는 작은 호수가 수로왕릉을 감추고 있지만 그 풍경도 나름의 운치가 있다. 시원한 실내에서 바깥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고 있자니 스르르 잠이 밀려왔다. 왕의 정원에서 차를 마시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김해시는 ‘가야왕도 김해 스탬프 투어’를 공식적으로 운영한다. 수로왕릉을 포함해 김해가야테마파크 봉하마을 롯데워터파크 등 13곳에서 스탬프를 찍으면 날인 개수에 따라 머그잔 파우치 등의 기념품을 참가자에게 증정한다. 이날 진행한 봉황동 스탬프 투어는 ‘나 홀로 기획’이라 다른 보상이 없다. 그 대신 한낮 최고기온 섭씨 30도의 땡볕 아래서 임무를 완수했다는 의미로 스스로에게 잔잔한 박수를 쳤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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