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부산 수제맥주 탐방 <5> 프라하993

쌉쌀하지만 꽃향 물씬…체코 1000년 전통 황금빛 맥주 재현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0-06-17 19:14:44
  •  |   본지 1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2016년 ‘F1963’에 문 열어
- 양조기·재료 현지서 가져와
- 수도원식 ‘필스너 라거’ 제조
- 최고급 사즈 홉이 맛의 비결

- 지역 카페들과 협업 흑맥주 출시
- 버거도 판매… 가족 방문객 북적
- “전통·대중성 두 토끼 잡기 노력”

체코에는 ‘맥줏값을 올리는 나라는 망한다’는 속담이 있다. 1인당 맥주 소비량이 전 세계에서 최고인 만큼 체코인들의 맥주 사랑은 역사가 유구하다. 일례로 체코의 바츨라프 하벨 초대 대통령은 1994년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체코 프라하에서 가장 오래된 맥줏집이자 자신의 단골 펍인 ‘우 즐라테호 티그라(황금호랑이)’에서 열었다.
   
프라하993에서 정통 체코 맥주를 만날 수 있다. 매장 내 양조장에서 라파엘 곤잘레스(왼쪽) 수석 양조사와 김민수 양조사가 체코에서 들여온 양조 설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체코 최초의 맥주는 993년 프라하 브레브노브 수도원에서 만들어졌다. 이 수도원의 전통적인 양조 방식을 재현해 체코 맥주를 만드는 곳이 ‘프라하993(부산 수영구 망미동)’이다.

■고품질 보장된 수도원 맥주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 있는 ‘프라하993’의 4종 맥주 샘플러.
수도원 맥주는 중세시대 유럽 금식 기간에 액체류 외에는 음식을 먹을 수 없었던 수도사들이 열량을 보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맥주를 ‘액체 빵’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도사들은 맥주를 양조하는 과정도 수행의 일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 방울도 허투루 빚지 않았다. 그래서 수도원 맥주는 고품질이 보장된다.

프라하993은 매장과 양조장이 함께 있다. 매장에 앉으면 유리창 너머로 양조장이 보인다. 체코인 양조사와 셰프가 2016년 문을 열었다. 양조 기계는 체코에서 가져왔고 양조 재료도 꾸준히 체코에서 가져온다. 단, 물은 부산의 물을 쓴다. 부산과 체코의 물 성분이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물은 맥주 맛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다. 물이 맥주 맛을 좌우한 대표적인 예가 짭짤하고 신맛이 특징인 ‘고제’ 맥주다. 독일 고슬라르 지역의 고제 강에서 만들어진 맥주라 이름도 고제라 붙였는데, 이 강물은 염분 농도가 높아 맥주 양조를 거치면 특유의 짭짤한 맛을 냈다.

이곳 대표 맥주인 ‘필스너 라거’는 체코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인기가 많은 맥주다. 체코 필젠 지역에서 유래한 필스너는 탁한 색의 기존 맥주와 달리 맑은 황금빛을 자랑하며 세계 맥주 시장을 뒤집었다. 독일과 상표권 분쟁 등을 거쳐 지금은 체코어로 ‘오리지널’이란 단어가 붙은 ‘필스너 우르켈’로 대중과 만난다. 홉을 많이 사용해 쌉쌀하면서도 꽃이나 풀 향이 느껴지는 게 특징이다. 필스너는 사즈 홉을 넣어 만든다. 사즈 홉은 체코 자테크 지역에서 재배하는 홉으로, 홉 중에서도 최고급에 속한다. 프라하993도 사즈 홉을 사용한다.

지난해 창립 멤버들이 귀국하면서 프라하993의 맥주는 멕시코인 라파엘 곤잘레스 헤드 브루어(수석 양조사)와 김민수 양조사가 맡게 됐다. 이들은 앞서 창립 멤버들에게 전통적인 양조법을 배웠다. 후임자로 발탁된 곤잘레스 헤드 브루어는 “2006년부터 홈브루잉을 시작했다. 맥주를 좋아해서 직접 만들기 시작한 것이 직업이 됐다. 양조 전에는 필스너를 마시고 작업을 시작한다”고 웃음 지었다. 김 양조사는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덕분에 맥주의 주재료 중 하나인 ‘효모’에 능통하다.

■전통 지키며 대중적인 맥주 개발

프라하993은 복합 문화공간 ‘F1963’ 내부에 있다. F1963을 찾는 방문객은 전시와 책 등을 보러 온 가족 관광객이 특히 많다. 프라하993은 맥주와 곁들이도록 체코식 족발 콜레뇨(koleno) 등의 음식을 준비했지만 온 가족이 함께 먹기에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식사류인 버거나 파스타를 메뉴에 추가해 F1963의 내부 레스토랑 역할을 자처했다. 메뉴 구성에 변화가 생기자 가족 방문객도 부담 없이 프라하993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지난 4월 30일, 프라하993은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해 흑맥주 ‘에스프레소 스타우트’를 출시했다. 지역 카페 人&BEAN(인앤빈), COULD(쿠드)와 함께 만든 맥주다. 수도원 방식의 체코 맥주를 만드는 곳에서 멕시코·한국인 양조사가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한 맥주를 출시한 것은 이색적인 시도다. 프라하993은 앞으로도 지역 업체와 다양한 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프라하993을 찾는 사람 중에는 체코 맥주를 맛볼 수 있다는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타지 방문객도 많다. 이날 한 방문객은 “필스너 라거가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마셔본 것 중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 양조사는 “필스너 특유의 쌉쌀한 맛이 부담스럽다는 말도 종종 들었다”며 “맥주는 쓴맛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맛의 층이 있다. 천천히 음미하면 맛의 폭이 더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통 방식을 지키면서도 대중성 있는 맥주를 만들기 위해 양조장에서도 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충북 11.9% vs 부산 2.3%…반도체가 가른 경제성장률(종합)
  2. 2위용 드러낸 기장촬영소…부산 대작영화 길 열렸다
  3. 3워터펌프 쏴도 안 나가는 부캉이
  4. 44시간 쫓고 쫓긴 ‘부캉이 퇴거’ 작전…주말 그물로 재시도(종합)
  5. 5첫 공소청 인사…부산광역청장에 이종혁 고검장
  6. 6서울대 경영동아리 출신 카르텔, 미공개 정보로 200억 부당이득
  7. 7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8. 8“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9. 9영도구 문화도시 사업, 간부간 소송다툼도 확인
  10. 10부산서 키운 대서양연어 첫 출하…“수입산 대체”
  1. 1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2. 2“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3. 3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4. 4예상보다 무뎠던 검증 칼날…TP원장 후보 기술고도화 초점
  5. 5‘핵잠수함 특별법’ 국무회의 통과(종합)
  6. 6與 “미래기금으로 지방정부 지원 축소될 일 없어”
  7. 7김도읍 "청와대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증액 '선 계약, 후 특별법 반영'으로 결론
  8. 8“BPA, 1년간 1조원대 채권 발행…항만공사 통폐합 강행 땐 빚 전가”
  9. 9靑 “北포로 비공개 합의 부인 강력 유감” 우크라에 사과 요구(종합)
  10. 10“피지컬AI 항만 실증사업, 광양항 아닌 부산항서 해야”
  1. 1충북 11.9% vs 부산 2.3%…반도체가 가른 경제성장률(종합)
  2. 2서울대 경영동아리 출신 카르텔, 미공개 정보로 200억 부당이득
  3. 3亞·유럽게임 대거 참가…지스타 판 커진다
  4. 4삼정기업·삼정이앤시 회생계획 법원 인가…정상화 첫발(종합)
  5. 5도토리 숲 언덕서 ‘휴식 한 모금’…바리스타과 겸임교수 깊은 손맛
  6. 6“기장에 양성자 치료센터 짓자…우주산업 활용도 가능”
  7. 7주가지수- 2026년 9월 29일
  8. 8해양·AI 중심 ‘플라이아시아’ 내달 개최
  9. 9파생상품·해양금융 미래, 부산서 답 찾는다
  10. 10[한 손 뉴스] 수과원, 스마트폰서 AI가 고등어 어장상황 예측 서비스
  1. 14시간 쫓고 쫓긴 ‘부캉이 퇴거’ 작전…주말 그물로 재시도(종합)
  2. 2첫 공소청 인사…부산광역청장에 이종혁 고검장
  3. 3영도구 문화도시 사업, 간부간 소송다툼도 확인
  4. 4부산서 키운 대서양연어 첫 출하…“수입산 대체”
  5. 5檢, 횡령 혐의 사상구 새마을금고 이사장 9개월 만에 ‘늑장 기소’
  6. 6혈세 쓴 도시재생 거점시설 2년간 텅텅
  7. 7[신통이의 신문 읽기] 친근해진 ‘부캉이’…캐릭터로 그려볼까요
  8. 8부산·울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6명뿐
  9. 9통영 복합해양레저관광도시 조성 순항…도남권역 민자유치 속도전
  10. 10교실로 들어온 ‘북극항로’…지구본 만들며 배워가요
  1. 1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2. 2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3. 3일본 대회운영 왜 이러나…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판정 논란 딛고 동메달 지켰다
  4. 4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5. 5중국에 두 번 진 이민성호, 이번엔 벼른다
  6. 6큰 日낸 女핸드볼…결승서 일본 꺾고 8년 만에 우승
  7. 7수영·탁구·사격 부진…양궁이 ‘금빛 갈증’ 풀어줄까
  8. 8‘세계 최강’ 안세영, 배드민턴 女단식 금메달…아시안게임 첫 2연패
  9. 9한동희 시즌 23호 홈런 '쾅'…롯데, 키움에 4-2 역전승
  10. 10이소희·백하나 배드민턴 女 복식 24년 만에 금빛 스매시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부산 야구장 미래는
사직 역사성 있지만 대체구장 부담…북항 돔은 재원 관건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