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변 1만3700㎡ 매립 포기를
- 시민과 계획적 방치 고민해야”
6·25 전쟁과 부산 피란수도 지정 70주년을 맞아 북항재개발 사업으로 원형 훼손 위기에 처한 부산항 제1부두를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학계 전문가들은 부두 인근 1만3700㎡를 매립할 것이 아니라 항만 유산을 즐기고 미래 세대가 활용할 수 있도록 그대로 남겨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시·부산연구원·경성대학교는 지난 23일 KTX부산역사 내 유라시아 플랫폼에서 ‘세계유산으로서 부산항 제1부두의 역사적 가치’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은 201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잠정목록 후보군에 포함된 제1부두의 역사적 의미를 살피고 원형 보존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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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일 KTX부산역사 내 유라시아 플랫폼에서 ‘세계유산으로서 부산항 제1부두의 역사적 가치’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렸다.
이원준 프리랜서 windstorm@kookje.co.kr |
■제1부두, 부산 근대사 보물창고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집행위원인 강원대 박경립(건축학과) 명예교수는 ‘흔적과 기억 찾기 그리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인구가 줄면서 전국에 빈집이 수도 없이 생기고 있다. 코로나 사태와 비대면 시대로 넘어가면서 수많은 공간이 쓸모없어지고 있다. 부산이 진행하는 각종 건설 프로젝트들이 지속 가능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아대 김기수(건축학과) 교수는 ‘부산항 제1부두의 건립과 역사적 의미’를 주제로 발표하며 제1부두를 ‘근대기 항만 토목기술과 구조물이 완벽하게 남아 있는 기술의 보고’라고 표현했다. 그는 “건설과정에 사용되었던 해양토목 기술과 건축기술을 통해 근대기 항만기술이 우리나라에 유입되는 과정과 특성을 확인 할 수 있어 가치가 크다”고 강조했다.
발표자로 나선 경성대 강동진(도시공학과) 교수는 매립 포기를 70주년 기념사업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강 교수는 “장기적으로 보면 부두 주변을 매립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이다. 세계적으로 희소한 항구시설을 세계유산으로 보유하고 세계인이 방문하는 매력적인 명소를 갖추게 된다”며 “부두시설을 개방하고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 참여 독려 방안 찾아야
전문가들은 제1부두 주변을 매립해서 가치를 훼손하기보다는 시민이 지키고 향유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회에서 동명대 김홍기(건축학과) 교수는 “ 전쟁 유산은 전국에 남아 있지만 피란 유산은 얼마 없다. 그동안 접근이 잘 안 됐던 항만을 일반에 공개하고 부두와 관련한 시민의 애환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을 거쳐 시민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케임브리지대 이현경 인문사회과학연구소 박사는 “문화유산을 보존하면 최대 수혜자는 바로 시민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제1부두를 지키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했다.
시민 공감대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매립할 게 아니라 ‘빈 곳’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데도 뜻을 모았다. 한남대 한필원(건축학과) 교수는 “일본은 도쿄역 일대를 보존하면서 주변 건물 용적률을 올려주는 방법으로 개발 압력을 이겨냈다. 계획적 방치라는 개념으로 접근해 제1부두 주변도 이 같은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동아대 전성현 석당학술원 교수는 “우리가 적정한 용도를 못 찾으면 미래세대가 활용할 수 있도록 남겨둘 필요도 있다. 비어있는 공간을 무조건 개발해서 채워 넣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