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 마을의 흙·불·물·바람, 옹기에 숨을 불어넣다

울산 외고산 옹기마을 여행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0-07-15 19:52:33
  •  |   본지 1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된장 저장용기 등으로 사용하는 ‘옹기’
- 전국 생산량 절반 이상 이곳서 빚어져
- 고즈넉한 마을 쉬엄쉬엄 걷기 좋아
- 옹기박물관선 지역별 도기류 구경도

- 아카데미관서 7000원 내면 제작 가능
- 단순한 모양일수록 성공 확률 높아
- 흙가래 빚고 다듬다보면 잡념 사라져
- 건조 뒤 가마서 구워 나만의 옹기 완성

‘귀족의 청자 백자/유혹을 물리치고/구중궁궐 안방마님/호사도 마다하고/장독대 느긋이 앉아/정을 품고 살았네(후략)’. ‘흙의 노래, 옹기의 노래’ 중 김강호 ‘옹기’.

흙색에 가까운 투박한 옹기는 선사 시대부터 사용된 한국의 생활 용기다. 영롱하고 화려한 백자나 청자와 달리 다양한 용도로 서민의 실생활에서 가까이 쓰였다. 김치 된장 등 발효음식을 담는 저장 용기도 되고 화분으로도 쓴다. 옹기의 주재료는 찰흙이고, 구울 때는 낙엽 등이 썩어서 생긴 부엽토와 재를 섞은 잿물(천연 유약)을 입힌다. 흙은 섬세한 장인의 손길을 거쳐 불 바람 물을 만나 옹기로 태어난다. 잘만 쓰면 백 년 이상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다. 사용하다가 깨진 옹기는 흙으로 부식돼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울산 울주군 외고산 옹기마을에는 이 같은 옹기를 만들고 옹기 문화의 전통을 잇는 사람들이 산다.
   
외고산 옹기마을에는 옹기의 전통을 잇는 사람들이 산다. 마을 곳곳에 늘어선 옹기들의 정감 있는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근처에는 옹기박물관과 울주민속박물관 등이 모여 있다.
■옹기종기 정감 있는 풍경

옹기마을은 1957년 경북 영덕군 오천리에서 옹기업을 하던 허덕만 씨가 이주해 옹기점을 설립한 데서 시작됐다. 전국 각지에서 여러 옹기장이 모여들며 한때 국내 최고의 옹기마을로 명성을 떨쳤다. 지금도 전국 옹기 중 절반 이상은 이곳에서 생산한다. 울산시 무형문화재 제4호 기능보유자로 지정된 옹기장인 7명이 이곳에서 전통을 빚는다.

   
옹기마을은 어딜 가나 정감이 넘친다. 가로등 전구는 옹기 모양으로 덮여 있고 담벼락에 삐죽삐죽 벽돌처럼 옹기가 튀어나와 있다. 눈과 입 모양이 뚫린 익살스러운 표정의 옹기도 있다. 옹기마을에는 옹기박물관과 옹기아카데미관, 울주민속박물관 등이 모여 있어 쉬엄쉬엄 고즈넉한 마을을 걷기에 좋다.

옹기박물관에는 세계 최대의 옹기가 있다. 높이 223㎝, 최대 둘레 517.6㎝, 무게 172㎏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독이다. 건조와 소성 과정을 거쳐 다섯 차례 실패를 거듭한 뒤 여섯 번 만에 완성돼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웅장한 크기로 옹기박물관 입구에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밖에 지역별로 다른 옹기 등 1000여 점의 도기류를 전시해뒀다.

   
옹기를 빚는 모습을 형상화한 포토존.
옹기아카데미관은 옹기의 맥을 잇기 위해 인력을 양성하고 제작 기술을 교육·연구하는 곳이다. 직접 흙을 만지며 옹기를 만들어볼 수 있다. 아카데미관 뒤에 있는 아카데미공방에는 옹기를 굽는 가마가 줄지어 설치됐다. 좁고 기다란 기와집과 비슷한데 언덕의 경사를 따라 지어진 게 독특하다. 아카데미관 강사가 “가마에서 불을 피우면 연기가 자연스럽게 언덕 위로 빠져나가도록 설계된 구조”라고 설명했다.

울주민속박물관에서는 울주군의 역사와 세시풍속 자료 등을 전시한다. 마을의 쉼터인 옹기마을공원지구에는 산책로를 따라 옹기가 늘어섰다. 매년 이곳에서 열리던 옹기축제는 지난달 개최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탓에 오는 10월로 연기됐다.

   
길가에 늘어선 옹기.
■나만의 옹기 만들기

옹기아카데미관에서 1인당 7000원의 체험료를 내면 직접 옹기를 만들 수 있다. 10㎝ 정도 두께의 원반 모양 옹기토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간이 물레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옹기토는 따로 물을 섞을 필요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어 어린아이도 다룰 수 있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단순한 모양일수록 성공 확률이 높다. 서툰 솜씨로 손잡이나 장식 등을 만들면 굽는 과정에서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크게 밥그릇과 국그릇 접시 중에서 자신이 만들 옹기 종류를 선택한다. 접시와 그릇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애매한 크기의 국그릇을 만들어 밥그릇과 혼용하면 일석이조라는 판단을 내리고 내심 흐뭇해졌다.

   
옹기아카데미관은 옹기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촉촉한 옹기토를 손에 쥐니 찰흙 놀이가 떠올랐다. 강사는 “옹기를 구우면 크기가 20% 정도 줄어들어 생각보다 조금 크게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릇의 경우 준비된 옹기토의 4분의 1을, 접시는 절반가량을 떼어내 각각 바닥을 만든다.

옹기토를 쥐고 주먹으로 두드렸다. 불필요한 공기를 빼고 탄탄하게 다지는 과정이다. 찰진 옹기토를 물레에 올리고 평평하게 펴 바닥 부분을 만들었다. 이때 두께가 너무 얇거나 두꺼워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옹기마을을 지키듯 위엄 있는 ‘옹기 장승’.
그다음에는 흙가래를 쌓아 올려 옹기의 몸체를 만든다. 흙가래는 검지손가락 두께 정도로 가래떡처럼 기다랗게 만들어 바닥 부분 위에 한 층씩 이어 붙인다. 가래떡처럼 굴려도 중간 부분은 너무 얇고 끝부분은 두꺼워 일정한 두께로 조절하느라 애를 먹었다. 강사가 “손에 힘을 빼라”고 조언했지만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머릿속에 잡념이 가득한 탓이라고 생각한 뒤 마음을 비워본다.

흙가래를 올리면 손끝으로 옹기토를 비벼 바닥과 흙가래 사이를 채우고 울퉁불퉁한 곳은 매끄럽게 다듬어야 한다. 물레를 돌리며 다듬다 보니 잡념이 사라졌다. ‘슥슥’ 흙을 다듬는 소리가 ASMR(청각 시각 촉각 등으로 뇌를 자극해서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것)처럼 들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릇은 5번, 접시는 2번 정도 흙가래를 쌓아 올린다.

   
옹기박물관에서 옹기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강사의 도움으로 마무리 작업을 끝내면 그럴듯한 나만의 옹기가 완성된다. 이제 문양이나 글자를 새길 수 있다. 이니셜이나 격언을 쓰고 싶었지만 실패했을 경우 갓 완성된 나의 ‘피조물’에 흉터가 남을 수 있다. 비교적 실패 확률이 적은 문양 찍기를 택했다. 참가자들의 작품은 모아 일정 기간 건조를 거쳐 가마에서 구워진 완성된 옹기를 만나려면 한 달 정도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체험 시간 오전 10시, 오후 1시30분, 3시.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3. 3‘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4. 4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5. 5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6. 6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7. 7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8. 8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9. 9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10. 10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1. 1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2. 2‘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3. 3'소장품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4. 4교육위 국감 화두 ‘교부금 축소’…“교육감 대응도 안일” 질타
  5. 5부산회생법원 국감 “지역언론 가치 고려 국제신문 살펴야”
  6. 6與, 초광역특구법안 발의 “주 52시간 특례 숙의”
  7. 7李 대통령, AI에 물었다…“중수청장 국무회의 배석불가는 억지”
  8. 8"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9. 9민주, ‘소방재정 설화’ 추미애·부승찬에 경고
  10. 10용혜인 “부산 119구급 스마트시스템 이용률 1%, 전국 최하권”
  1. 1‘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2. 2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3. 3송도 바다서 만난 융드립 커피 한 잔
  4. 4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5. 5가덕 6200억 증액 확약 절실…국회는 특별법 개정안 논의
  6. 6관광과 지역민 함께 성장을…세계가 부산서 묘책 찾는다
  7. 7부산은행, 불꽃축제 등 지역축제 발전에 2억 후원
  8. 8“친환경 항만 투자 100억 당, 부산 124억 생산유발”
  9. 9동남아 접수하러 ‘부산표 게임’ 방콕행
  10. 10예탁원 나눔재단, 17년째 지역상생 실천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3. 3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4. 4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5. 5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6. 6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7. 7APEC공원·금련산역 러너지원공간 문 열어
  8. 8“기존 공부량 유지하며 취약점 공략…남은 주말 수능처럼 모의고사를”
  9. 9[속보]20일 부산서 70대 남성 무궁화호 열차에 치여 사망
  10. 10피습 자작극 정이한, 모친 증인 신청
  1. 1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2. 2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3. 3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4. 4"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5. 5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6. 6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7. 73연승 KIA, LG 꺾고 23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
  8. 8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9. 9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10. 10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부산 야구장 미래는
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