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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아픔 서린 철책선 따라 손때 덜 탄 자연에 절로 힐링

강원지역 DMZ 평화 투어

  • 서상균 기자 seoseo@kookje.co.kr
  •  |   입력 : 2020-07-29 19:56:30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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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원·화천 등 5개 군 걸친 145㎞ 지역
- 양양행 항공기 운행… 가는 길 부담 적어

- 한탄강 변 10m 높이 기암절벽 고석정
- 칠성전망대선 북녘 산 코앞서 조망 가능
- 지구촌 염원 담아 재단장한 평화의댐
- 천연기념물 열목어 사는 두타연 계곡
- 오랜 세월이 빚은 고성 화진포 등 황홀

전선(戰線)과 전선(前線)이 비장하다. 휴전선인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DMZ) 및 남방한계선이 무겁게 둘러 있고, 민간인통제선도 곳곳이다. 게다가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코로나19로 사투를 벌이는 방역 전선까지 생겼다. 가는 날엔 장마전선도 존재를 알렸다. DMZ 강원지역은 철원 화천 등 5개 군에 걸쳐 145㎞에 이른다. 무성한 초록 사이, 능선과 능선을 이어가며 선을 둘렀다. 역설적으로 사람의 발길도 끊어진 이곳을 강원도의 도움으로 지난주 조심스레 둘러봤다.

   
강원도 비무장지대(DMZ)를 따라가는 길에는 전쟁의 상처와 분단의 아픔을 보여주는 자취가 뚜렷하다. 화천군에 있는 125m 높이의 ‘평화의 댐’은 평소에는 물을 가두어두지 않다가 큰비가 내릴 때만 가동하는 홍수 조절 댐이다.
‘2020 DMZ 평화 투어단’을 태운 대형버스가 들어가자 검문하는 장병들이 분주해진다. 놀라는 눈치다. 10개월여 만에 민간인통제선 안쪽으로 사람들이 들어왔으니 그럴 만하다. 발열 체크를 하고 인원도 꼼꼼하게 헤아린다. 사전에 조율을 거쳤음에도 해외 입국심사보다 까다롭고 더디다. 코로나와 돼지열병이 부른 여행의 풍경이다. DMZ 투어만 16년째 진행해 온 새영남여행사의 정경해 대표는 “으뜸가는 청정 생태지이며 힐링이 시작되는 곳”이라고 귀띔한다. 한참 만에 바리케이드가 걷혔다.

철원은 곡창지대다. 전쟁의 공방으로 초토화됐지만 살아남은 이들은 맨손으로 지뢰를 걷어내고 논밭을 일궜다. 거친 땅이 옥토가 되었고 귀한 쌀을 키워냈다. 들판은 그래서 굳세고 넉넉하다. 예전 서울에서 금강산으로 가던 전기철도는 철원에서 더는 나아가지 않는다. 오가는 여객과 실어 나르는 물산들로 붐볐을 길이다. 바람과 구름과 새들만이 자유롭게 오간다. 진객 철새들은 철원에서 겨울을 난다. 다쳐서 시베리아로 못 날아간 암수 재두루미의 사연이 흥미롭다. 사람들은 부부라 이름 지었고 두루미 평화타운에서 보호받으며 지낸다. 여름엔 백로와 왜가리들이 드나드니, 두루두루 생태관광지다. 한국전쟁 당시 뺏고 빼앗기던 공방의 백마고지엔 비구름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다. 남북 관계의 정체된 기류를 대변하는 듯하다. 뼈대만 남은 노동당사 곁의 도로원표는 ‘평양 215.1㎞’를 가리키며 묵묵히 서 있다. 동송읍의 고석정은 10m 높이의 우뚝 솟은 현무암 바위로 한탄강이 품고 있다. 신라 증평왕 무렵, 외롭게 솟아오른 돌(孤石) 근처에 만든 정자가 있던 곳이다. 임꺽정은 의적으로 이곳에서 이름을 알렸고, 궁예는 철원 땅에서 태봉국을 세웠지만 역사에서 밀려났다. 겸재가 금강산 가는 길에 묘사하던 삼부연폭포가 쉼 없이 물줄기를 내린다.

   
두타연 평화누리길의 지뢰체험시설.
43번 국도가 끝을 알리자 군사작전도를 타고 화천으로 이동한다. 휴전선은 중부에서 동부로 이어진다. 1964년 청년 장교 한명희는 백암산 GOP에 부임한다. 그는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바위틈에서 이름 모를 나무 비석 돌무덤을 보고 마음에 새긴다. 그리고는 장일남이 곡을 붙여 ‘비목’이라는 가곡이 되었다. 많은 이가 불렀고 더 많은 이가 들어 명곡이 되었다. 전란의 기억은 노래로 전해지며 각인된다. 상서면 산양리 칠성전망대는 적근산과 백암산을 좌우로 두르고 있다. 철책만이 남북의 경계를 뚜렷이 보여준다. 북한과 직선거리로 2㎞ 정도다. 화천은 평화의 기운이 강렬하다. ‘수공 사기극 논란’ 평화의 댐은 이후 홍수 조절 기능을 입증, 125m 높이의 콘크리트로 재건설되어 대형 댐으로 위용을 자랑한다. 가두어 둔 물은 없고 집중호우 때만 기능하는 건류댐이다. 댐 외벽의 트릭아트 벽화 ‘통일로 나가는 문’은, 상류 민간인통제구역의 물길을 실제처럼 그려냈다. 지구촌 곳곳의 분쟁지에서 보내온 탄피를 녹여 만든 ‘평화의 종’은 많은 이의 염원을 담아낸다. 아흔아홉 구비의 해산령은 가을이면 단풍 절경으로 내장산과 견줄 만하다.

   
강원도 인제군 민간인통제구역 안 두타연계곡의 평화누리길을 걷고 있는 DMZ 평화 투어 참가자.
민간인통제구역 북쪽 깊숙이 두타연계곡으로 들어간다. 국토의 정중앙인 양구에 있다. 육로로 금강산 가는 입구이기도 하다. 방산면 건솔리와 사태리에 걸친 비경 계곡으로 12㎞의 평화누리길이 만들어져 있다. 1000년 전 고려 때 세워진 두타사라는 절 이름에서 유래한 두타연계곡을 거니는 호사는 특별하다. 천연기념물인 열목어가 서식하는 1급수 지역이다. 산책로 주변에 둘러쳐진 철책선은 지뢰가 묻혀 있다고 연신 경고한다. 생사가 갈린 참혹한 전장이었고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초입 ‘피의 능선’ ‘단장의 능선’을 올려다보면 전쟁의 비감이 절로 다가온다. 스러진 젊은 넋들을 대변하듯 계곡의 물소리는 우렁차고 거침없다. 위령비에 묵념하고 올려다본 하늘은 유난히 맑고 푸르다.
   
김일성별장에서 바라본 화진포.
산과 고개와 재를 넘어 ‘DMZ 평화 투어’의 동쪽 끄트머리 고성, 화진포가 반긴다. 바닷물이 민물과 어우러지며 오랜 세월 빚어낸 자연의 걸작인 석호다. 둘레엔 적송이 멀리 금강산에서 뻗어내려온 능선과 함께 동해를 품고 서 있다. 이승만과 이기붕 그리고 김일성은 이곳을 별장으로 삼았다. 전쟁과 독재와 야욕이 물리고 물린 이들이 화진포를 선호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김일성 별장은 본디 화진포의 성이었다. 일제강점기 선교사인 셔우드 홀이 지은 이층 석조건물이다. 셔우드 홀은 한국 크리스마스실의 창시자다. 거진읍의 적멸보궁 건봉사는 남한의 최북단이며 1000년 고찰이다.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모셔 이름 높다. 6·25의 포화를 비껴가진 못했지만 한때 대가람이었던 옛 모습을 조금씩 되찾는 중이다. 여정은 여기서 멈춘다.
   
유엔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걸린 칠성산전망대 모습.
강원도청 김창규 관광마케팅과장은 “안심관광 클린강원 패스포트 등 코로나19 방역에 적극 대응하고 있으니 ‘슬기로운 DMZ 강원도 여행’이 될 것”이라며 방문을 권했다. 양양공항을 이용하는 하늘길이 열린 터라 부산에서 한층 가까워졌다. 글 ·사진=서상균 기자 seoseo@kookje.co.kr

취재도움=한국관광공사 ·새영남여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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