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부산행’ 이후 그린 ‘반도’…현실성 잃은 좀비영화의 공허함

  • 조휘재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0-08-05 19:29:04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반도’(2020)의 도입부는 다급하다. ‘부산행’(2016)이 있은 지 4년 뒤에나 도착한 이 속편은 영화 속 좀비 재난이 벌어진 이후의 시간을 압축하는 데 여념이 없다. 최후의 보루인 부산까지 무너지면서 휴전선 이남은 무인지경이 되었고, 감염을 피해 살아남은 이들은 난민이 되어 홍콩 등지에서 박대를 받으며 살아간다.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화술을 구사하는 이 프롤로그는 너무나 많은 정보와 세계관 설정의 변화를 단번에 받아들이도록 강요한다. 이처럼 수다스럽고 번잡한 서두에선 일종의 기시감이 느껴진다. 공교롭게도 ‘반도’는 ‘인랑’(2018)이 저질렀던 것과 동일한 실수를 반복한다.
영화 ‘반도’ 스틸 컷.
‘부산행’이 호응을 얻고 성공했던 건 ‘제한된 공간에서의 탈출’이라는 장르적 구성을 취하는 동시에, 좀비 발생이란 재난 상황을 가정하고 명암이 엇갈리는 인간군상을 그려냄으로써 현실을 사는 관객의 정서적 리얼리티와 조응했기 때문이었다. 그 영화는 ‘각자도생‘이 화두로 떠올랐던 박근혜 시대에 대한 영화적 반영이자 충무로의 우회적인 대답이었다. 반면 ‘반도’가 그리는 한국의 풍경에는 현실을 반영하거나 풍자하는 면면이 드러나지 않는다. 통일 이후를 가정한 ‘인랑’의 영화 속 시간이 관객의 현재와 동떨어지면서 설득력을 잃었던 것처럼, ‘반도’에서는 붙잡고 몰입할 현재에의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다.

객차의 유리문 너머, 좀비의 시야를 막는 도구를 신문지로 설정하면서 언론이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다는 모종의 정치적 은유를 조형해냈던 연상호의 작가주의는 ‘반도’에선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정치적 발화의 여지를 말끔히 치워낸 디스토피아 공간을 대신 채우는 건, 한국형 상업영화의 진부한 도식이다. ‘해운대’(2009)에서부터 익히 질리도록 봤음직한 가족 신파극과 할리우드 영화를 무성의하게 복제한 아류 스펙터클의 전시. 이 영화 최대의 어트랙션(attraction·끌림)이라 할만한 카체이싱 시퀀스는 ‘매드맥스-분노의 도로’(2015)의 열화된 모방이며, 이 지점에서도 연상호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먼저 연출상의 실수. 액션의 쾌감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피사체의 움직임이 명료하게 파악되어야 하는데, 어두운 배경은 액션의 쾌감을 깎아 먹는 악수로 돌아왔다. 그리고 가장 큰 실책은 핍진성이 결여된 어트랙션은 끝내 장르적 쾌감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부산행’의 모든 액션은 극 중 인물이 처한 상황의 인과와 당위성에 적확하게 맞물리면서 강렬한 실재감과 몰입감을 자아냈다. 하지만 ‘반도’는 역으로 액션을 위해 극의 개연성을 스스로 파괴한다. 좀비들이 어두운 밤엔 시야가 막히는 대신 청각이 예민해진다는 초반의 설정은 아무런 조심성 없이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심야의 추격전에서 산산조각 나고 만다.

사실 ‘반도’의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 소재는 축약하고 넘어간 4년의 시간 속에 있었을 것이다. 좀비가 창궐하는 가운데 피난처이자 임시수도인 부산은 어떤 세계가 되었을지, 그 안엔 어떠한 사회적 갈등과 계층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을지를 치밀한 세계관 설정을 통해 묘사함으로써 좀비물이 지니기 마련일 정치적 해석의 미덕을 이어갈 의무가 이 속편에 지워져 있었다. ‘시체들의 새벽’(1978) 또는 ‘랜드 오브 데드’(2005)가 될 수 있었던 ‘반도’는 그 모든 기대와 잠재성을 저버리고 말았다.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3. 3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4. 4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5. 5[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6. 6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7. 7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8. 8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9. 9이번에는 진짜 가야할 때…‘부캉이’ 다시 바다로 보낸다
  10. 10[뭐라노] 금양 부활할까
  1. 1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4. 4[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北 적반하장 용납 못해…추가 도발 감행시 단호하게 대응”
  5. 5"법령 검토해 결정하겠다"던 김지용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6. 6[2026 국감 브리핑]조경태 “최고 시스템 갖춘 건기연이 가덕도신공항 부지 침하 연구해야”
  7. 7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8. 8이 대통령, "생애 첫 연금 지원사업 신청한 사람만? 실질적 불평등"
  9. 9통일부. 北 대남확성기 재개 위협에 “문제 해결 노력에 호응” 촉구
  10. 10이 대통령 "관행·절차 얽매이지 말고 주택 공급 전격전 펼치길"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뭐라노] 금양 부활할까
  3. 3내년 주목할 세계 여행지 톱10에 부산… 국내 유일
  4. 4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5. 5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6. 6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7. 7"원전 사업자 한수원, '안전 미준수' 과징금만 5년간 338억원"
  8. 8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9. 9“사업비 턱없이 부족”… BS한양, 가덕도신공항 컨소시엄 탈퇴 의사 밝혀
  10. 10[한 손 뉴스] 첨단 드론 투입해 야간 산불 진화하는 길 열렸다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5. 5이번에는 진짜 가야할 때…‘부캉이’ 다시 바다로 보낸다
  6. 6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7. 7“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8. 8양산시, 종합장사시설 후보지 오룡마을 선정…2030년 말 준공 목표
  9. 9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10. 10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3연승 KIA, LG 꺾고 23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
  6. 6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7. 7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8. 8‘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9. 9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10. 10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부산 야구장 미래는
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