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의 영화인들이 한국 영화계를 부러워한다.” 지난 5월 초 한국 영화를 해외에 수출하는 일을 하는 지인이 한 말이다. 영화 제작이 중단된 그들이 보기엔 촬영이 원활히 진행되는 한국 영화계가 부러울 법도 하다. 최근 다른 영화인에게서 비슷한 말을 들었다. ‘반도’ ‘강철비2: 정상회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기대를 모았던 한국 영화들이 예정대로 개봉하고 흥행이 되는 것을 보고 부러워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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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흥행에 성공하며 코로나19 시대에 한국 영화 흥행을 주도한 영화 ‘반도’. NEW 제공 |
올해 개봉 예정이었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은 모두 연말이나 내년으로 개봉을 미뤘다. 지난 3월 개봉 예정이었던 ‘뮬란’ 실사판은 개봉 연기를 거듭하던 끝에 결국 북미에서는 OTT를 통해 공개된다(한국은 9월 극장 개봉). 다만 코로나 이후 개봉하는 첫 번째 할리우드 텐트폴 영화로 주목받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은 여러 차례 개봉 연기를 거듭한 끝에 오는 26일 한국에서 최초 개봉한다. 다수의 미국 극장들이 문을 닫았다가 재오픈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안타까운 현상이다.
한국 영화판은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지난 11일까지 ‘반도’는 372만 명, ‘강철비2’는 160만 명,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241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연착륙하고 있다. 특히 ‘반도’는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몽골 라오스 등에서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아시아 8개국에서 4000만 불 이상의 흥행 수익을 달성했다. 지난주에는 캐나다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빈자리를 메워주기도 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몰라 여전히 조심스럽지만 현재의 분위기라면 추석 시즌에도 한국 영화의 흥행을 기대해볼 만하다.
이렇게 한국 영화가 안착할 수 있는 이유는 촬영현장부터 시작해서 영화관에서도 적극적으로 방역에 나서 안전한 제작·관람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영화계 자체로 보면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새 영화를 개봉시키는 노력을 하기도 했다. K-무비의 방역 시스템을 세계 영화계에 전파해야 한다는 말도 나올 정도다.
사라지고 나서야 소중함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좋은 영화 한 편을 극장에 앉아 보며 스트레스를 풀거나 삶의 위로를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이었는지 다시금 느낀다. 지난 2월 이후 힘든 시간을 견디고 버티며 자리를 지켜준 극장과 영화계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