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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연회장 온 듯 화려한 꽃장식…길도 건축도 궁궐 빼닮아

양산 한국궁중꽃박물관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0-08-19 19:50:42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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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형문화재 궁중채화장 황수로 박사
- 비단·종이·모시로 만든 꽃 복원 위해
- 창호·민화 등 장인들과 힘 합쳐 건립

- 고고한 팔작지붕 궁궐 양식 ‘수로재’
- 고종 대왕대비 신정왕후 잔치 재현
- 붉고 푸른 ‘홍벽도화준’ 고귀함 눈길

- 순정효황후 부산 피란시절 2년 머문
- 장지마을 내실도 ‘비해당’에 복원
- 만개한 눈송이 같은 상사화가 반겨

궁중채화는 궁중의 연희나 의례를 장식하는 꽃으로 비단 모시 종이 등으로 만든다. 궁중에서는 생화를 쓰지 않았다. 생명 존중의 의미로 생화를 꺾지 않았고, 시들지 않는 채화로 영원불멸 평화 장수 건강 등을 표현했다. 200여 년간 역사에 잠들어 있던 채화를 현실 세계로 깨운 건 한국궁중꽃박물관(관장 최성우, 경남 양산시 매곡동) 설립자인 황수로 박사이다. 그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24호 궁중채화장이다. 박물관은 지난해 9월 개관한 뒤 올해 3월부터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 5월에야 완전히 문을 열었다. 채화를 전시한 박물관은 이곳이 유일하다. 개관 당시 황 박사는 채화를 두고 “수많은 화장(花匠)의 기나긴 아픔, 고통, 눈물이 이슬이 되어 찬연히 피어오른 꽃”이라고 표현했다. 채화를 통해 조선 시대 궁궐을 엿본다.
한국궁중꽃박물관에서는 연희나 의례 때 궁중을 장식하던 궁중채화를 전시한다. 박물관 수로재 제1전시실에는 고종의 대왕대비인 신정왕후의 팔순을 기념한 연희를 재현했다. 화려한 궁중채화가 곳곳에서 시선을 붙잡는다. 한국궁중꽃박물관 제공
■박물관 곳곳에 장인의 숨결

박물관을 향하는 길은 궁궐로 향하는 길과 같다. 정문에 들어서면 ‘삼도’가 펼쳐진다. 중앙은 임금이 걷고 양옆은 신하들이 걷던 길이다. 그 길 끝에 팔작지붕의 한옥 형태인 수로재가 고고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국가무형문화재와 장인들이 조선왕조의 궁궐 양식 등을 참고해 지은 건축물이다.

약 5000㎡(1500여 평)의 박물관 조경은 모두 황 박사가 맡았다. 그래서 이곳의 나무와 꽃, 석조상 등은 어느 것 하나 이유 없이 존재하지 않으며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뽐낸다. 그뿐만 아니라 창호 민화 매듭 등 각 분야의 장인 10여 명이 총출동해 박물관 건립에 힘을 보탰다. 건물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장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박물관은 궁중 연희를 재현한 전시실과 채화 관련 자료를 모아둔 곳으로 크게 나뉜다. 서화실에서는 금강사위보살도를, 길쌈실에서는 채화의 재료인 모시 삼베 등을 뽑아내는 베틀과 채화 과정 등을 볼 수 있다. 수로재의 채화 체험실에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채화 만들기 체험을 진행한다. 프로그램 내용은 한 달 단위로 바뀐다. 이달에는 어사화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야외공연을 펼칠 수 있는 정원에는 작은 폭포가 쉼 없이 흐른다.

■조선 시대 궁중 생활이 눈앞에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10여 명 장인의 숨결을 불어 넣은 한옥 형태의 수로재가 고고한 자태를 뽐난다. 한국궁중꽃박물관 제공
수로재 제1전시실에 들어서면 1887년 고종의 대왕대비인 신정왕후의 팔순을 기념해 경복궁 근정전과 만경전에서 열린 연희가 눈앞에서 펼쳐진다. 고종정해진찬의궤, 고종만경전진찬도병 등 사료를 바탕으로 채화 상차림 음식 병풍 등 세세한 부분까지 복원했다. 중앙에는 왕의 진찬상(잔칫상)인 대전 진어찬안, 우측에는 대왕대비와 왕비의 자리, 좌측에는 무희들이 공연을 펼친 장소 등이 있다. 왕실의 고귀함은 채화로 완성된다.

왕의 진찬상 좌우에는 채화인 ‘홍벽도화준’이 반드시 놓였다. 붉은 꽃인 홍도화준과 희다 못해 푸른 꽃인 벽도화준 한 쌍을 홍벽도화준이라고 부른다. 각각 지름 120㎝ 높이 240㎝로, 황 박사가 2013년 완성한 것이다. 채화에는 밀랍 등으로 만든 작은 공작새 등이 앉아 왕의 잔치를 엿보는 듯하다.

채화에는 꽃뿐만 아니라 새 나비 과일 등이 모두 포함된다. 큰 꽃나무를 옮겨놓은 듯한 홍벽도화준은 궁중채화의 극치를 보여준다.

제2전시실로 발길을 옮기면 시공간이 단숨에 초봄 숲길로 바뀐다. 조선 시대 실학자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 수록된 ‘윤회매십전’을 참고한 ‘설중납매’ 덕분이다. 얼핏 보면 만개한 매화나무의 한 가지를 잘라 통째로 옮겨 놓은 것 같지만 약품 처리된 나뭇가지를 제외하고 모두 채화다. 매화 꽃잎은 벌집 밀랍을 녹여 만들고, 꽃술은 사슴 털에 송홧가루를 묻혀 표현했다. 만개한 매화가 눈송이처럼 빛나는 아름다움까지 재현했다.

■순정효황후의 해운대 피란

순정효황후가 피란 기간 머문 해운대 장지마을 내실을 재현한 비해당 제1전시실. 한국궁중꽃박물관 제공
수로재 곁에는 비해당이 있다. 비해는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잠들어 두 사람을 섬긴다’는 뜻으로, 부모와 임금을 잘 섬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궁중채화의 전승과 발전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비해당 제1전시실에는 순정효황후의 장지마을 내실을 복원했다. 대한제국 마지막 황후인 순정효황후는 6·25전쟁을 겪으며 부산 해운대 장지마을에서 2년간 피란 생활을 했다. 당시 순정효황후가 머문 내실을 재현한 곳에는 ‘설중납매’의 축소 버전인 작은 매화와 깃털 비단 등으로 만든 화려한 상사화가 고된 피란 생활을 잊으라는 듯 은은하게 방을 밝히고 있다.

박물관은 현재 코로나19 영향으로 사전예약을 통한 관람만 가능하다. 전시해설사의 설명도 함께 진행된다. 수·목·토·일·공휴일 운영. 관람 시간 오전 10시, 오전 11시20분, 오후 1시30분, 오후 2시40분(토·일·공휴일에는 오후 3시50분 추가 운영).


■ 인근 가볼 만한 명소

- 양산 8경 대운산휴양림
- 삼림욕 즐기기에 제격

생태와 휴양이 결합한 형태로 휴가철 인기 있는 인근 대운산자연휴양림. 대운산자연휴양림 제공
경남 양산시 매곡동은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여름휴가 시즌에는 인근 대운산자연휴양림이 인기다.

양산시 용당동에 있는 대운산자연휴양림은 양산 8경 중 하나로 뛰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이곳은 최근 경남도가 선정한 체류형 자연치유 숙박 여행지 30선에 포함됐다. 생태와 휴양이 결합한 여행지로 휴가철 가족 단위 여행객이 특히 많다. 맑은 계곡과 산책로, 쉼터 등이 깊은 산속 풍경과 어우러져 삼림욕에 제격이다. 최대 10인까지 입실 가능한 숙박시설을 함께 운영한다. 코로나19 탓에 당분간 사전 예약 없이는 입장이 불가능하다.

미타암(양산시 소주동)은 원효대사가 창건한 88암 중 한 곳인 석굴사원이다. 이곳에는 제2의 석굴암이라 불리는 석조아미타여래입상(보물 제998호)이 있다. 석굴은 길이 30m, 높이 2~3m, 폭 3~5m로, 입구가 동쪽으로 나 있어 해가 뜨면 경북 경주 석굴암처럼 아미타불에 햇빛이 쏟아진다. 주차장에 내려도 20분 가까이 오르막길을 걸어야 하므로 거동이 불편한 교통약자가 이용하거나 짐을 옮길 수 있는 외줄 모노레일이 비정기적으로 운영된다.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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