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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휘의 시네필] 형식적 세련미와 장르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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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8-19 19:37:52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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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는 ‘왜?’가 아닌 ‘어떻게?’의 영화다. 이 영화에는 ‘강철비 2-정상회담’(2020)처럼 영화의 배경을 반드시 정치적 이슈와 결부 지어야 한다는 유의 강박관념이 없다. ‘쉬리’(1999) 이래, 분단상황과 같은 사회정치적 맥락을 끌어들임으로써 총격전과 같이 비일상적인 액션의 알리바이를 얻으려 한 한국형 액션 블록버스터의 관습은 종국엔 소재에 의존적이고 동일한 플롯을 반복하는 구태의연한 결과물을 양산해왔다. 그런 가운데 정작 액션 영화에 요구되는 장르적 쾌감을 ‘어떻게?’ 빚어낼 것인가의 문제는 도외시돼 왔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컷.

홍원찬 감독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이러한 한국 액션영화의 고질적인 문제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 먼저 공간의 문제. 일본에서 태국으로 옮겨가는 해외 로케이션의 이질감은 이정범의 ‘우는 남자’(2014)가 겪었던 바처럼 한국적 배경에 얽매이면 현실성과 개연성을 지적받기 십상인 총격전과 넓은 야외 공간에서의 액션들을 얼마든지 구현할 수 있는 장르적 공간의 자유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액션 시퀀스의 기술적 완성도. 대다수 한국영화의 액션은 때리는 장면과 맞는 장면을 따로 찍어서 편집에서 붙이는 식으로 구현됐다. 반면 이 영화는 카메라 여러 대를 활용한 다양한 앵글, 대결하는 인물들을 가능한 한 프레임에 잡고 동작을 명료히 전달하는 광각렌즈의 넓은 화각, 액션의 타격감을 살리는 핸드헬드(들고찍기)와 슬로모션이 명암 대비와 색조가 두드러지는 회화적인 영상에 맞물리며 인상적인 순간들을 만들어 낸다.

영화의 이야기는 단순하면서 명료하다. 국정원 특수요원이었던 인남(황정민)은 조직이 해체되자 일본으로 나가 청부살인업자로 살아간다. 그러던 중 과거 연인이었던 영주(최희서)가 태국에서 피살되고, 존재를 몰랐던 딸이 납치되자 인남은 딸을 구출하기 위해 태국으로 떠난다. 그런 인남에게 복수하고자 레이(이정재)가 추적에 나서면서 상황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납치된 아이의 구출이라는 점에서는 ‘맨 온 파이어’(2004)와 ‘아저씨’(2010)의 선례를 바탕에 깔면서 무자비한 킬러의 추적이라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8)의 요소를 더한 평범한 장르 서사, 그러나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라는 화술의 문제에 있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결코 전형적이지 않다.

대사와 감정 표현의 과잉, 설명적인 장면의 군더더기가 서사의 탄탄함으로 오해되는 한국영화의 풍토 속에서 이 영화는 드물게도 절제된 감정표현, 미장센과 행동의 디테일 안에 인물 간의 관계와 드라마를 함축시키는 미니멀리즘을 관철한다. 예를 들어 영주가 딸에게 해주는 마술 시연이 나중에 인남을 통해 반복될 때, 관객은 굳이 회상 장면이 더해지지 않더라도 두 사람이 얼마나 친밀한 사이였는지를 추측하면서 대안의 드라마를 상상할 여지를 얻는다.

컨텍스트에 의존하는 안이함과 드라마의 군더더기 없이, 순전히 장르의 힘을 믿고 밀고 나가는 뚝심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형식적 세련미의 결합. 진부한 것을 진부하지 않게 전달하는 연출의 묘를 발휘하면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매너리즘에 빠진 한국 상업영화 가운데 주목할 만한 장르의 진화를 이룩해낸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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