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호텔농심 안에 문 열어
- 20만ℓ 독일 설비 30억에 구입
- 홉 향보다 몰트 향 강한 게 특징
- 양조 과정 ‘위생관리’ 가장 중시
- 필스·둔켈·바이젠 등 4종 판매
- 겨울에는 훈제맥주 한정 출시도
독일 맥주는 다양성보다는 정통성을 강조한다. 1516년 바이에른 공국의 빌헬름 4세가 반포한 맥주순수령의 영향이 크다. 맥주순수령은 맥주를 만들 때 맥아와 홉, 물, 효모를 제외한 다른 원료를 일절 사용하지 못하게 막은 법으로, 가격도 일정 수준으로 제한했다. 당시 독일의 양조업자 중에는 빨리 취하게 할 목적으로 마약이나 독초를 넣는 사람이 있어 사회적으로 큰 문제였다. 또 양조할 때 사용하는 밀과 호밀의 값이 폭등해 가격을 안정시키고 식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맥주순수령으로 양조 재료에 제한이 생기자 독일의 양조장들은 같은 재료로 다른 맛을 내는 양조 기술을 심층적으로 발전시켰다. 부산의 허심청브로이(동래구 온천동)는 이 같은 독일의 전통적인 맥주 양조방식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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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심청브로이는 홉 향보다는 몰트 향이 강한 전통적인 독일 맥주를 양조한다.왼쪽부터 필스, 둔켈, 바이젠, 금정에일. 금정에일은 메뉴의 다양성을 위해 출시한 미국식 에일 맥주다. 허심청브로이 제공 |
■독일 최고 양조 설비 사용
호텔농심의 부대 사업장인 허심청브로이는 2002년 문을 열고 지금껏 자리를 지켜온,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수제맥주 브루어리다. 이곳은 독일 최고의 맥주 제조 시설사인 ‘슐츠’에서 한 번에 맥주 20만 ℓ를 생산·보관할 수 있는 양조 설비를 당시 시세로 30억여 원을 지불하고 직수입했다. 18년이 지난 지금도 허심청브로이의 맥주 생산을 책임지는 튼튼한 장비다. 주기적인 시스템 점검과 업그레이드 등을 위해 3년마다 슐츠사에서 기술자가 직접 방문한다. 10년 넘게 허심청브로이의 맥주 양조를 이끄는 강수용 브루마스터는 군 제대 후 독일을 다녀온 뒤 도제식으로 양조를 배웠다.
최근 수제맥주는 몰트 향보다는 홉의 향이 강한 미국식 맥주가 트렌드다. 독일식 맥주는 홉 향보다는 몰트의 향이 강하다는 게 강 브루마스터의 설명이다. 몰트는 싹을 틔운 보리를 뜻한다. 홉은 아로마 향이 강하다면 몰트는 보리의 순수한 향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허심청브로이에선 몰트 향이 강한 독일 맥주의 정석을 만날 수 있다.
강 브루마스터는 양조 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청결’을 꼽았다. 풍성한 맛을 만들기 위해 거품을 짙게 만들거나 탄산을 많이 넣어 청량감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생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모두 소용없는 일이다. 강 브루마스터는 “수제맥주를 마실 때 잔에 침전물처럼 떠다니는 게 보인다면 양조 설비의 배관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며 청결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했다.
■‘꿀꺽’ 보디감 느끼며 음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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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심청브로이 맥주를 책임지는 강수용(오른쪽) 브루마스터와 양조사들. 김미주 기자 |
입안에 머금고 혀를 굴려 맛을 음미하는 와인과 달리, 맥주는 보디감(목 넘김)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꿀꺽꿀꺽’ 넘어가는 부드러운 목 넘김은 맥주가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다. 강 브루마스터의 조언에 따르면 맥주의 보디감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는 먼저 맥주를 한 모금 입에 털어 넣고 꿀꺽 삼킨다. 그다음 목에서부터 입안까지 올라오며 퍼지는 몰트 향을 음미한다. 이렇게 하면 처음 후각이 놓쳤던 맥주의 ‘진짜 향’을 느낄 수 있다.
진정한 맥주의 향을 느껴보기 위해 허심청브로이 맥주 4종과 마주했다. 허심청브로이는 필스 둔켈 바이젠 금정에일 등 총 4종류의 맥주를 선보인다. 필스 둔켈 바이젠은 독일 정통 방식을 지킨 맥주이고, 금정에일은 메뉴에 다양성을 주기 위해 만든 미국식 에일 맥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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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슐츠’에서 직수입한 양조시설.
허심청브로이 제공 |
쌉쌀한 맛이 특징인 필스는 한 모금 넘기자 특유의 맛이 향으로도 전해졌다. 둔켈은 보리를 많이 볶아 흑맥주처럼 까만색은 아니지만 일반 맥주보다 어두운색을 띤다. 짙은 보리차처럼 강한 구수함과 단맛이 났다. 바이젠은 대표적인 밀맥주로, 진한 맛과 부드러운 맛이 공존한다. 2년 전 출시한 금정에일은 과일 향이 강한 에일 맥주답게 시트러스 향이 곧바로 전해졌다.
허심청브로이는 겨울 시즌마다 훈제맥주를 한정 판매한다. 보리를 훈연한 원료를 수입해 양조한 것으로 구수한 맛이 좀 더 진하고 훈제 향이 나는 게 특징이다. 강 브루마스터는 훈제맥주를 두고 “장작불 앞에 앉아 맥주를 홀짝이는 듯한 기분이 들도록 양조했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그는 “틈틈이 다른 맥주를 마셔보며 트렌드를 분석한다. 허심청브로이 맥주의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트렌드를 반영한 맥주를 꾸준히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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