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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아파트숲 불빛 배경…나만의 인생샷 찍어볼까

SNS ‘등산하는 부산언니’와 장산 일몰산행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0-09-16 20:08:26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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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 운영 정문숙·이대현 부부
- 산에 올라 찍은 사진·영상들
- SNS 게재해 초보산꾼에 인기
- 지역산 알리려 등산모임도 주최

- 해 질 녘 오르기 시작한 장산
- 억새밭·노을에 물든 하늘 운치
- 정상 인근 바위 도심조망 장관

- 야간산행 위해 랜턴·재킷 필요

어느 때보다 등산이 사랑받는 언택트 시대, 정문숙·이대현 부부의 장산(부산 해운대구, 634m) 일몰 등산에 동행했다. 이들 부부는 비건 카페 ‘팜트리’(해운대구 송정)를 운영하는 대표이자 매주 부산을 비롯한 국내의 산을 찾아가는 등산 마니아다. 이들은 산에서 찍은 멋진 사진과 영상을 SNS(등산하는 부산 언니)에 업로드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린다. 특히 의욕은 넘치지만 등산을 잘 모르는 2030 ‘등린이’(등산+어린이)들에게 금정산 황령산 등 지역 산들의 매력을 전하고, 이들에게 적합한 입문 코스를 골라 등산하는 모임을 종종 주최한다. 이 같은 활동이 입소문 나며 SNS 팔로워 수는 어느덧 1만2000명이 넘었고,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도 등산하기 위해 이들 부부를 찾아올 정도다. 최근 정문숙 대표는 부산관광공사에서 진행한 ‘부산 5대 트레킹 챌린지’ 행사의 주요 코스를 직접 추천하고 홍보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정문숙·이대현 부부가 장산 등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곳은 정상에서 5분 정도만 더 걸어가면 볼 수 있는 숨은 전망대다. 해가 지고 밤을 준비하는 도시가 불을 켜자 도시 전체에 크리스마스 전구처럼 빛이 번진다. 정문숙 대표 제공
■등산 거듭할수록 내면 단단해져

등산하기 좋은 날짜는 남편인 이대현 대표가 기상청 날씨 예보와 구름의 움직임을 참고해 정한다. 앱과 홈페이지 등에서 해당 지역 CCTV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 날씨 확인에 큰 도움을 준다. 길은 정해진 등산로만 이용한다. 이 대표는 “간혹 등산하다가 시간을 줄이고 싶은 마음에 지름길을 임의로 개척하는 등산객이 있는데 절대 해서는 안 될 행위”라며 “다칠 위험이 클 뿐만 아니라 산의 생태계를 해치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산 마니아인 정문숙·이대현 부부는 초보자도 무리 없는 코스를 짜 함께 등산하는 모임을 종종 주최한다. 김미주 기자
안적사(기장군 기장읍)에서 코스를 시작하려 했지만, 공사로 길이 막혀 대천공원에서 출발했다. 태풍에 이어 이날 오전 한바탕 비까지 쏟아진 터라 길이 험해진 게 변수였다. 커다란 나무가 뿌리째 뽑혀 등산로를 가로막는가 하면, 미끄러운 진흙이 등산화에 달라붙어 걸음을 방해했다. 물이 불어난 계곡에서 바윗돌을 징검다리 삼아 건널 땐 서로 손을 잡고 의지해야 했다.

정 대표가 등산에 빠진 지는 벌써 8년째다. 처음 목표는 ‘황령산 일출 산행 100회 채우기’였다. 그는 “100번 오르는 동안, 계절과 날씨에 따라 뜨는 해의 느낌이 달랐다. 찾을 때마다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게 산의 매력”이라며 웃었다. 이어 “등산을 시작하기 전에는 부정적인 생각과 스트레스가 많았다. 그런데 땀을 흘리며 산을 오르고, 자연을 마주할수록 내면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는 걸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특별한 시간, 특별한 산행

장산 등산 중 만난 너른 억새밭. 김미주 기자
오후 5시45분, 등산을 시작한 지 1시간40분 정도 지날 때였다. 하늘을 가리던 우거진 나무 사이로 붉은 해가 나타났다. 주변 하늘과 나무가 노을빛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마침 마주한 장산 억새밭이 솜털처럼 흐드러져 운치를 더했다. 정 대표가 “작년에는 사람을 모아 함께 등산하고 이곳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며 영상을 보여줬다.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올해도 열렸을 음악회다.

30여 분을 더 올라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그런데 숨을 고를 새도 없이 정 대표가 “5분만 더 가면 진짜 장산의 매력을 마주한다”며 숲길을 가리켰다. 정상석을 지나쳐 철조망을 따라 좁은 산길을 더 걸었다. 널찍한 바위가 시야에 들어온 순간, 발아래 해운대 일대가 펼쳐지는 새로운 전망대가 나타났다.

하산 중인 일행. 발걸음이 가볍다. 김미주 기자
고층 아파트들은 레고 장난감처럼 대지에 늘어섰고, 그 사이 실핏줄 같은 도로가 촘촘히 구역을 나눴다. 운무가 많아 해는 자취를 감췄고, 조명이 하나둘 켜지면서 도시는 누군가의 표현처럼 ‘한여름의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오색 빛으로 번졌다. 운무가 짙으면 도시 전체는 자취를 감췄고, 바람이 불어 운무가 걷히면 다시 선명해졌다. 일행은 거대하고 아름다운 ‘부산’을 말없이 지켜봤다. 정 대표는 “자연과 도시의 표정이 바뀌는 특별한 시간이다. ‘부산에도 이런 곳이 있었나’고 새삼 느낀다”며 “많은 사람에게 이 같은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부부의 자연 사랑은 산을 넘어 야생동물과 생태계까지 확장 중이다. 이들은 최근 전국 21개 국립공원에서 인증샷을 찍고 도장을 받는 스탬프 투어(국립공원 홈페이지 참고)를 시작했다. 인증샷을 찍을 때는 국립공원 공식 캐릭터인 반달곰 인형을 활용했다. 사파리 모자를 쓴 앙증맞은 곰 인형을 보고 따라 사는 사람이 늘어날 정도로 반응은 뜨겁다. 이 대표는 “한 지역의 생태계를 특징적으로 나타내는 동식물을 깃대종이라고 한다. 등산을 통해 깃대종을 알리고 보호하고 싶다”고 밝혔다.

■재킷·보조배터리·물 꼭 챙겨요

계곡의 물줄기가 땀을 식혀준다. 김미주 기자
초가을 등산은 해가 지고 땀이 식으면 체온이 떨어지기 때문에 도심의 산을 가더라도 재킷 하나는 챙기는 게 좋다. 가급적 어두워지기 전에 내려오는 게 좋지만 부득이하게 어두운 산길을 내려올 때는 ‘랜턴’이 필요하다. 휴대전화 플래시 기능을 써도 좋지만, 배터리가 금방 닳는다. 만약의 상황을 위해서라도 보조 배터리를 준비하는 게 좋고, 갈증을 해소할 물은 꼭 챙겨야 한다.

등산할 때 대부분은 내리막길에서 애를 먹는다. 미끄러질까 두렵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발뒤꿈치부터 땅을 밟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발가락에 힘을 주면 쥐가 나고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하산하다가 지쳐서 터덜터덜 걸으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수 있다. 그래서 발은 높이 들어야 한다. 힘이 들 땐 좁은 보폭으로 걸으면 체력 부담이 줄어든다”고 조언했다.

출발점인 대천공원으로 내려오니 시간은 어느덧 밤 9시40분. 일행 중 힘들다는 투정 한 번 없이 등산을 마친 10살 어린이는 “힘든데 뿌듯하다”는 짧고 굵은 평을 내놨다. 아이의 엄마가 “그럼 다음에 또 올까?”라고 묻자,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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