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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기다리는 자에게 ‘손맛’이 오나니…도시어부는 오늘도 세월 낚는구나

영도 하리항 좌대 낚시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0-12-09 19:01:36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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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이용료 단돈 2만 원 내면
- 배 타고 나가 바다 낚시 즐겨

- 전갱이 쥐치 고등어가 제철
- 봉돌로 수심 확인 후 밑밥 뿌려
- 바늘 6~7개 꽂아 줄줄이 수확
- 낚싯줄 타고 전해진 입질 짜릿

- “중요한 건 장비가 아니라
- 그저 기다리는 마음이다”
- 바다서 배우는 인생철학까지

   
낚싯대에 예닐곱 개의 바늘과 미끼를 달아 바다로 수직 낙하시켰더니 전갱이 다섯 마리가 미끼를 물고 줄줄이 올라왔다. 육지와 바다에 사는 두 생명체가 낚싯줄 끝에서 마주하는 순간, ‘손맛’ 이상의 경이로움이 온몸에 전해진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인 ‘노인과 바다’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이자람·이준형의 판소리 ‘노인과 바다’는, 노인과 청새치의 사투를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중략) 발꼬락 끝에서 정수리 끝까지 남아 있는 모든 자존심과 긍지, 모든 기운을 쏟아부어 낚싯줄을 다시 당긴다. 살아온 모든 삶을 몽땅 쏟아 낚싯줄을 당긴다’. 소설과 영화에서 낚시꾼은 때를 기다리며 세월을 낚는 사람으로 표현된다. 물고기를 낚을 때 느껴진다는 ‘손맛’은 어떠한 감각적 매력을 지녔길래 이들을 바다로 부르는 것일까.

지난 4일 부산 동삼어촌계에서 운영하는 영도구 하리항 좌대 낚시터를 찾았다.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도, 미리 자리를 잡은 낚시꾼들로 북적였다. 동행한 권영일 선장은 “낚시를 좋아하는 인구는 과거에도 지금도 꾸준하다. 요즘도 주말에는 아침부터 수십 명이 찾아와 배가 만석이다”고 밝혔다. 말로만 듣고 글로만 접하던 낚시의 세계에 들어갔다.

■낚을 어종 따라 미끼 등 달라져

   
부산 동삼어촌계가 운영하는 영도 하리항 좌대 낚시터. 아침부터 낚시꾼으로 북적인다.
하리항에서 정원 12인승의 배를 타고 방파제를 넘어 나가자, 바다에서 낚시를 할 수 있도록 기물을 받혀서 얹어놓은 좌대 낚시터가 나타났다. 곳당 30~40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화장실과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이곳의 좌대 낚시터는 총 4개소다. 성인 기준 2만 원의 이용료를 내면 첫배가 뜨는 오전 6시(동절기 기준)부터 마지막 배가 뜨는 오후 4시까지 마음껏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자리 잡은 곳에서 물고기가 잘 잡히지 않는다 싶으면 1시간 간격으로 오가는 배를 통해 다른 좌대로 이동해도 된다.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은 보통 바다에서 종일 머물 마음을 먹고 먹거리와 조리도구 등을 넉넉히 챙겨온다.

낚시를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낚싯대와 줄 미끼 바늘 등을 갖춰야 하고, 이를 통틀어 채비라고 한다. 기본 장비가 없더라도 빌릴 수 있다. 미끼는 가짜 미끼와 새우·청개비(갯지렁이) 등을 비롯해 종류와 크기가 다양하다. 낚싯바늘의 크기도 물고기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이날 바닷물은 전체적으로 흐리고 탁했다. 권 선장은 “물색이 탁하면 밝은색 미끼를, 맑으면 어두운색 미끼를 달아야 물고기 눈에 잘 띈다”고 조언했다. 이맘때 잘 잡히는 물고기로는 쥐치 전갱이 고등어 문어 감성돔 등이 꼽힌다. 좌대 낚시터에서는 보통 작은 고기(일명 생활 잡어)가 잘 잡히지만, 전갱이도 많이 낚는다. 배를 타고 다른 좌대 낚시터로 이동하는 동안 전갱이를 낚아 환호하는 낚시꾼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좌대에서 잡은 물고기는 모두 가져갈 수 있다.

좌대에서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있느냐는 물음에 권 선장은 “거의 없는 편”이라고 답했다. 이어 “잡어는 부지런할수록 많이 낚을 수 있다. 기상이나 바다 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간혹 잡히지 않는 날도 있다”고 덧붙였다. 초심자 입장에서는 몇 시간을 기다렸는데 한 마리도 낚지 못했을 때 느낄 상심의 크기가 가늠되지 않았다. 모든 걸 품는 바다라고 해서 모든 낚시꾼에게 손맛을 허락하지 않는다. 종일 낚싯대를 드리우고 기다려도 작은 물고기 한 마리조차 내주지 않을 때가 있고, 90㎝짜리 참돔을 잡으려는 낚시꾼은 낚싯줄을 매개로 팽팽한 싸움을 벌이게 한다. 권 선장은 “낚시의 기본은 장비를 갖추는 게 아니라 기다리는 것이다. 바다와 생물을 이해하지 않고 조과(낚시로 고기를 낚은 성과)에만 욕심부리면, 낚시는 재미없고 지루한 활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맛’은 다른 세계와의 교감 신호

   
수심을 확인하는 데 쓰이는 봉돌.
낚싯줄에 봉돌(낚싯줄 끝에 매다는 작은 쇳덩이나 돌덩이)을 매달아 바닥에 닿을 때까지 내려보내 수심을 체크하고, 낚싯줄을 얼마큼 풀 것인지 정한다. 줄의 굵기 등에 따라 길이는 달라지겠지만, 보통 150m 정도를 여유분으로 장착한다. 낚싯줄이 바위틈에 걸려 늘어나거나 끊어지는 걸 방지하는 것도 어느 정도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다.

준비가 됐으면 바다에 크릴 등 밑밥을 뿌려 물고기를 유인한다. 밑밥은 쌀겨에 콩가루나 번데기 가루 등을 섞어 반죽해 조그맣게 뭉쳐서 만든 미끼인 떡밥과는 다른 개념이다. 밑밥을 뿌린 지 오래지 않아 전갱이 무리가 빠르게 반응하며 혼탁한 바닷물 너머 좌대 근처로 몰려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미끼 청개비(갯지렁이).
이제 뿌린 밑밥을 ‘회수’할 시간이다. 몰려든 전갱이를 빠르게 많이 낚으려면 낚싯줄에 예닐곱 개의 바늘과 가짜 미끼를 매달아 ‘줄줄이 수확’을 노리는 ‘카드 채비 낚시’가 적당한 공략법이다. 채비를 최대한 멀리 던지는 ‘원투낚시’는 좌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닷속을 활보하는 물고기를 낚을 때 쓰면 좋다고 한다.

전갱이들이 눈으로 보이는 상태여서 낚싯대를 수직 낙하하듯 떨어트렸다.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낚싯대 끝이 휘며 바다에 폭 잠기는가 싶더니 위아래로 빠르게 요동쳤다. ‘입질’이 온 것이다. 물고기가 미끼를 건드리거나 물었다는 뜻이 된다. 바로 그 순간에, 한 번도 못 느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느낀 사람은 없다는 ‘손맛’이 낚싯줄을 타고 온몸에 전해진다. 손으로 낚싯대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미끼가 헤엄치는 듯 물고기를 유인하는 ‘지깅’과는 차원이 다른 생명의 꿈틀거림이 즉각적으로 전달된다. 낚싯줄이 팽팽한 정도를 확인하며 ‘릴’로 낚싯줄을 성급히 풀거나 감지 않고 조금 기다렸다. 1분도 채 안 돼 낚싯줄은 요동치다 못해 생명을 얻기라도 한 듯 빠르게 파닥거렸다. 권 선장이 “많이 잡힌 모양”이라며 릴을 감아 끌어올리는 동작인 ‘챔질’을 부추겼다.

마침내 작은 전갱이 다섯 마리가 별다른 저항 없이 미끼에 줄줄이 매달려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 같이 손바닥만 한 길이에 가녀린 몸집이다. 작은 몸집의 은색 비늘이 햇빛에 반사돼 커다랗게 반짝거렸다. 사는 곳이 다른 세계(육지와 바다)의 생명체들이 낚싯줄 끝에서 서로를 마주한 순간, ‘손맛’을 뛰어넘은 경이로움이 전해졌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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