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연말 시상식에 대한 기대감이나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다. 이유는 매해 지적되는 지루한 구성과 나눠주기 시상식이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2020년 연예·연기대상 시상식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상한 이름의 상들이 새로 생기기도 했고, 너무 많은 부문으로 상을 쪼개 상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린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공동 수상은 여전했고, 무관으로 자리를 뜨는 것이 더 이상한 시상식이 반복됐다.
코로나19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쓰고 띄엄띄엄 앉아 있는 연예인들의 모습을 보며 안쓰럽기도 했다. 주인공인 연예인들이 더 많이 모여 각 부분 수상자들을 마음껏 웃으며 축하해 주고 싶었을 텐데, 얼마나 아쉬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상자와 수상자가 직접 상을 주고받지 못하는 모습은 어색했고, 로봇이 수상식 도우미로 등장해 상을 받치고 오가는 모습도 낯설었다.
그렇게 마스크와 함께 진행된 여섯 번의 연예·연기대상 시상식 중 KBS 연기대상은 최하점을 주고 싶다. 지난해 MBC와 더불어 KBS 드라마는 종편과 케이블에 밀려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시청률이 높았던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가 천호진의 연기대상을 비롯해 주요 상을 휩쓸며 무려 15관왕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드라마에 출연했던 주요 배우 중 김보연과 임정은을 빼고 아역을 포함해 거의 모든 배우가 공동 수상으로 상을 하나씩 받았다. 후속작인 주말드라마 ‘오! 삼광빌라’는 현재 방영 중임에도 7관왕을 차지했다. 주로 가족 이야기를 다루는 KBS2 주말드라마가 시청률 측면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고, 주말드라마의 특성상 장기 방영되기 때문에 두 작품에 상이 몰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에 비해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수적으로 훨씬 많은 미니시리즈는 너무 빈약해 보였다.
이번 KBS 연기대상은 진행상으로도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시상식 전체 시간은 5시간을 훌쩍 넘겼다. 기억하기론 2017년 KBS 연기대상 때도 5시간 가까이 진행해 지적을 받았었는데, 올해에는 연말 시상식 역대 최장 방송 시간을 기록하지 않았나 싶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상식이 축소되는 경향이 있었음에도 KBS 연기대상은 꿋꿋이 5시간을 넘긴 것이다. 공동 수상이 많아진 탓에 수상 소감 시간이 길어지고, 무려 세 번에 나눠 여덟 커플에 주어진 커플상 무대처럼 MC와 수상자의 인터뷰가 길어지면서 지루한 시상식이 되고 말았다.
연말 연기대상 자리는 배우들을 위한 자리이긴 하지만 시청자들과 함께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올해 연말에는 매해 지적되는 사항들이 개선되는 모습을 봤으면 한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