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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숨긴 채 살아온 미연…내면 닮아 감추고 싶었죠”

영화 ‘세자매’ 배우 문소리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1-01-27 19:42:47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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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연이자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
- 김선영·장윤주와 자매 호흡 맞춰
- 사연 많은 그녀들의 치유 이야기

- “저마다 아픔 이겨내는 법 달라
- 그중 최고의 힘은 사람과 관계”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오가며 모든 작품마다 존재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 문소리가 김선영 장윤주와 호흡을 맞춘 영화 ‘세자매’(개봉 27일)로 관객과 만났다. ‘세자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남모를 아픔을 지닌 세 자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했던 첫째와 막내아들, 그리고 사이에 놓여 있던 둘째 딸과 셋째 딸의 아픈 기억이 현재로 이어지며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가정사가 조심스럽게 드러난다.

   
영화 ‘세자매’에서 완벽한 척하는 가식덩어리 둘째 미연 역과 공동 프로듀서를 맡은 문소리. 그는 이번에 미연의 이중적인 모습을 입체적으로 연기했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문소리는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중산층 가정을 둔 둘째 미연 역을 맡았다. 이미 ‘여배우는 오늘도’(2017)에서 제작 감독 주연을 맡은 바 있는 문소리는 ‘세자매’에서는 프로듀서와 주연을 맡아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다. 최근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난 문소리는 “5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에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는데 그해 넷팩상과 올해의 배우상을 받은 ‘소통과 거짓말’ 연출의 이승원 감독님과 처음 만났다”며 “그분이 김선영 배우의 남편이었고 나중에 한 번 작품 하자고 했는데, 이후 ‘세자매’의 초고 시나리오를 받아보고 좋아서 출연하겠다고 했다”며 ‘세자매’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이후 ‘세자매’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이 감독과 문소리는 자주 만났고, 그러다가 자신이 가진 촬영 현장의 경험을 살려 공동 프로듀서로 나서게 됐다. 그는 “‘박하사탕’(1999) 때부터 이창동 감독님이 ‘연기자는 배우일뿐 아니라 우리(스태프)와 같이 영화를 만든다’는 개념을 만들어 줬다. 그래서 프리 프로덕션과 헌팅도 다 따라다니게 하셨다. 또 남편인 장준환 감독의 ‘1987’ 작업을 할 때도 여러 과정을 의논했기 때문에 그런 경험이 이번 작품에 도움이 됐다”며 1인 2역으로 ‘세자매’에 참여한 것이 아주 특별한 것은 아니었음을 밝혔다.

출연하는 영화마다 그 인물에 딱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 문소리는 이번에도 모든 것이 완벽한 척하는 가식덩어리 둘째 미연 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는 미연이 자신과 가까우면서도 먼 캐릭터라고 말했다. “먼 부분은 외적 조건들이다. 저는 108배하는 불자인데 미연은 독실한 크리스천이고 성가대 지휘자이다. 또 저는 자매가 없고, 옷 입는 스타일도 많이 다르다. 그런데 내면을 보면 어떤 부분은 닮았다. 그 부분은 감추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촬영 들어가기 10일 전부터 미연이를 너무 잘 알겠기에 짜증이 나는 심정이었다. 그래서 조금 마음을 끓이다가 캐릭터와 만났다.”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는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세 자매를 연기했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함께 연기한 김선영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실제로는 문소리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극 중 첫째 희숙을 연기한 김선영에 대해서 “지하 몇 백 미터 아래에서 바위를 뚫고 분출하는 듯한 속 시원한 파워가 있어서 ‘지하 암반수’라는 별명을 지어줬다”는 일화를 전했다. 김선영은 문소리에게 귀한 연기를 한다고 ‘육각수’라는 별명을 붙여 화답하기도 했다.

영화 후반부에 미연은 아버지에 대한 좋지 않았던 기억을 폭발시키며 가족의 상처를 드러낸다. 그리고 다시 세 자매는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바닷가를 찾아 상처를 보듬고 어루만진다. 문소리는 “치유하고 견뎌내게 하는 힘이 누구에게는 자연이기도 하고, 누구에게는 종교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저는 사람과의 관계만큼 치유의 힘이 큰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 때문에 상처도 받지만, 그 안에서 치유를 받기도 한다. 관계하지 않는다는 것은 살아있지 않은 것과 유사한 것 같다”며 “‘관계’와 ‘존재’에 대해 말씀하신 고(故) 신영복 선생님의 말이 생각난다. 늘 거기에 좋은 에너지를 쓰려고 노력한다”고 삶의 담론을 이야기했다. 코로나19 시대에 자칫 잊거나 놓칠 수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자신을 돌아보고 살피게 하는 말이다.

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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