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꿈과 현실, 목적에 매인 삶 잠시 돌아보자

영화 ‘소울’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1-01-27 19:38:56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소울’(2020)은 중학교 음악 교사로 일하는 한 재즈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로 출발한다. 음악 교실에서 밴드 수업을 진행하던 조 가드너는 자신의 연주에 몰입해 친구들의 비웃음을 산 학생 코니를 칭찬한다. 수업을 마무리한 조는 학교에서 정규직 교사 자리를 제안받는데, 그는 이 날 유명 재즈 뮤지션 도로시 윌리엄스의 밴드에 피아니스트로 공연할 것을 요청받은 상태다. 한쪽에는 안정된 직장 생활이 보장되어있고, 다른 한 편에는 불안정하지만 인정받는 재즈 피아니스트라는 화려한 꿈의 성취가 기다리고 있다.
   
영화 ‘소울’ 스틸컷.
꿈을 추구하는 주인공의 역경과 성취, 극의 균형을 깨지 않는 선에서 제시되는 유머와 슬랩스틱 등. 익히 보았던 픽사 애니메이션의 관습적인 캐릭터와 콘셉트를 답습하며, 중반까지를 지리하게 끌고 가던 이 작품은 후반부에 철학적 충격의 한 발을 약실에 장전해둔다.

맨홀에 빠져 의식을 잃은 조의 영혼은 저승 세계로 들어서는 관문 앞에서 죽음을 받아들이길 거부하다, 태어나기 이전인 영혼들이 지상으로 내려갈 준비를 하는 ‘유세미나’라는 곳으로 떨어진다.(‘신곡’에서 묘사되는 저승의 여러 영역에서 착안한 듯한 이 저승 세계의 관리자들은 시각적 디자인의 측면에서 피카소의 입체파 회화를 연상시킨다.) 이때부터 영화는 다시 이승의 몸으로 돌아오려는 조와 탄생을 거부하고 유세미나에 머물러있는 냉소적인 꼬마 영혼 22 간의 버디무비로 전개된다.

지상에 내려와 조의 몸에 방의한 22는 피자의 맛을 느끼고,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나뭇가지 사이로 명멸하는 햇살을 응시하는 등, 삶의 실제를 경험하면서 급격한 의식의 변화를 맞는다. 이발소에서 청중을 사로잡을 만큼 능숙한 언변, 세계사에 명멸하는 명사들의 가르침을 농락할 만큼의 지성을 지니긴 했지만, 정작 22에게는 지식이 아닌 감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마음으로 받아들일 직관은 없었던 것이다.

일찍이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였던 파스칼은 ‘기하학의 정신’과 ‘섬세의 정신’(‘팡세’)을 말한 바 있다. 기하학의 시선으로만 바라보면 세상은 얼마든지 숫자로 환산될 수 있고 계량 가능한 물질로 설명될 수 있겠지만, 거기에만 의존해서는 실제 삶에서 느끼는 행복과 불안, 기쁨과 절망, 사랑과 고독의 감정으로 점철될 내면의 결을 섬세히 읽어낼 지혜와 성찰이 결여되고 만다. 조 역시 22와 비슷한 함정에 빠져있다. 멋지게 공연을 마치고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직업적 성공이란 목적을 이루었지만 정작 그는 공허함을 느낀다. 22가 남기고 간 것들을 짚어보고 나서야 조는 진정으로 자신이 원한 것이 무엇이었는가를 깨닫는다.

   
보통 우리는 인생에 반드시 꿈과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식의 목적론적 사유를 강요받곤 한다. 그러나 목적에 매인 삶, 자명한 성과의 실현에 매이는 순간, 우리의 존재와 삶은 자유를 잃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을 맞는다. 이러한 궁지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필요한 건 때로는 바깥 세상에 몰두하던 눈을 잠시 감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판단중지(epoche)의 순간일 것이다. 조가 연주를 통해 물아일체의 경지에 빠지고, 22가 사소한 일상의 한순간에 설레이며 영혼이 충만해짐을 느끼듯이.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금정구·경남 통영시, 정부 인구감소지역 추가(종합)
  2. 2광안리보다 북항 먼저…부캉이가 바꾼 관광지도
  3. 3금융기관 해킹 IP 상당수 ‘세탁용’
  4. 4청소년 흡연장 된 사하구청 제2청사 옥상…구, 침입 사실도 몰랐다
  5. 5부산시 내년 생활임금 확정, 시간당 1만2729원…3.7%↑
  6. 6보일러 배기통 막혀 세입자 참변…法 “집주인 9억 배상”
  7. 7부산 트리플 환승 요충지, 43층 주거 랜드마크 ‘우뚝’
  8. 8[포토에세이] 국사봉 전망대서 본 옥정호 물안개
  9. 9신용점수 만점자도 이자 비상…마통 평균금리 5%대 ‘쑥’
  10. 10부울경 산학 기술력으로 누리호 성공 쐈다
  1. 1암살자(들)·北 지뢰 여야 충돌…JYP ‘K-팝 축제 특혜’ 반박(종합)
  2. 2외모·학력차별…민간도 공공도 불공정 채용
  3. 3[2026 국감 브리핑] 자격유지검사 않는 고령운수자 1400명
  4. 4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5. 5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6. 6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7. 7부산 국힘, 가덕도특별법 개정방침에 “국회에 책임 떠미나” 비판
  8. 8‘홈플러스 사태’ MBK 김병주, 국감 불출석 “회사 경영 관여 안 해”
  9. 9[속보] 여야, 문체위 국감서 ‘암살자(들)’ 공방…국힘 “감독 나와야” vs 민주 “창작 자유 억압”
  10. 10김정호 “부산·경남 맑은 물 공급을 위해 낙동강 수질개선·취수 다변화 해야”
  1. 1부산 트리플 환승 요충지, 43층 주거 랜드마크 ‘우뚝’
  2. 2신용점수 만점자도 이자 비상…마통 평균금리 5%대 ‘쑥’
  3. 3부울경 산학 기술력으로 누리호 성공 쐈다
  4. 4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 시대…‘머무는 관광’으로 질적 도약 모색
  5. 5SMR 인허가 심사기준 2032년께 마련? 골든타임 놓칠판
  6. 6누리호 5차 발사…군집위성 5기 모두 교신 성공(종합)
  7. 7홈플러스, 희망퇴직 돌입…MBK 경영권도 사라져
  8. 8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0조 시대’ 임박
  9. 9근무시간에 사주 상담…HUG 직원 면직 처분
  10. 10주진모 B·GET 대표 “민관펀드로 K-팝 북항 아레나 조성해 관광수요 창출”
  1. 1부산 금정구·경남 통영시, 정부 인구감소지역 추가(종합)
  2. 2광안리보다 북항 먼저…부캉이가 바꾼 관광지도
  3. 3금융기관 해킹 IP 상당수 ‘세탁용’
  4. 4청소년 흡연장 된 사하구청 제2청사 옥상…구, 침입 사실도 몰랐다
  5. 5부산시 내년 생활임금 확정, 시간당 1만2729원…3.7%↑
  6. 6보일러 배기통 막혀 세입자 참변…法 “집주인 9억 배상”
  7. 7“북항 모빌리티, 원도심 연계해야…환승센터 전면 재설계를”
  8. 8전재수 “사직구장, 야구 중심 생활체육 메카로…북항엔 돔 아레나”
  9. 9농약·고혈압약 등 취수원 오염물질, 부산시 선제 차단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8일
  1. 1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2. 2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3. 3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4. 4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5. 5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6. 6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7. 7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8. 8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9. 9“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10. 10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부산 야구장 미래는
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