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우주서 화려한 영상미 얻고 연출력을 잃다

영화 ‘승리호’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1-02-10 19:34:06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넷플릭스에 풀린 ‘승리호’(2021)를 회의에 찬 심정으로 보았다. 이 글은 ‘승리호’라는 한 편의 영화에 관한 글도, 조성희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대한 글도 되지 못할 것이다. 이 영화는 감독의 영화가 아니며, 단지 영화산업의 요구와 필요에 철저히 복무한 결과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보아도 ‘승리호’는 윤제균의 ‘해운대’(2009)나 ‘국제시장’(2014)으로 대변되는 ‘K-블록버스터’, 즉 할리우드 스펙터클의 열화된 복제와 한국적 신파 드라마의 혼종이라는 장르적, 상업적 경향성을 따르고 있지, 자기화한 장르의 변주를 보여주었던 ‘늑대소년’(2012)과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2016)의 발전선상에 놓여있지는 않아 보인다.
   
영화 ‘승리호’ 스틸컷.
돈과 가족주의라는 동인(動因)을 갖고 행동하는 인간군상의 등장은 일일이 열거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반복되고 복제되어 온 바 있다. 방송 드라마가 아침 드라마에서도 연애를 하고 사극에서도 연애에 목을 매듯, K-블록버스터는 쓰나미가 밀어닥치고 화산이 터진 재난 상황에서도 실없는 농담을 하고 가족을 찾아 통곡하며, 복수의 스타캐스팅에 할리우드 영화에서 익히 보아온 기술적 스펙터클을 따라하는 것으로 한국영화가 그에 뒤지지 않는다고 강변해왔다. ‘승리호’에서는 단지 배경이 우주로 바뀌었을 뿐이다.

나아진 지점이 있다면 230억의 예산이 허투루 쓰인 게 아니라는 걸 입증하고자 발전감을 뽐내는 컴퓨터 그래픽, SF 장르에 최적화한 시각 디자인이지만 그마저도 ‘블레이드 러너 2049’(2017)나 ‘엘리시움’(2013)의 기시감이 역력한 모방에 가깝다.

영화의 근본적인 실패는 시각 매체로서 영화언어에 대한 고민이 실종된 데에 있다. 두 장면을 예로 들어보자. 승리호 조종사 태호(송중기)가 도로시를 제압하기 위해 끈을 들고 접근한다. 이때 끈을 준비하는 행동과 발걸음, 다가가는 인물의 시점 숏 등 3~4개의 커트만 추가해줘도 장면의 리듬과 긴장감, 대상을 위험무기로 보는 인물의 감정선이 살게 되지만 영화는 그저 한 컷에 다가갔다가 놀라 넘어지는 식으로 연출된다. 제임스 설리반(제임스 아미티지)의 첫 등장도 단지 그가 비서의 부름에 정원에서 고개를 드는 두 컷으로 단출하게 연출되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어떤 인물일지를 궁금해하게 하는 호기심, 사건의 흑막이 될 것임을 암시하는 위압감을 부여하지 못한다. 심리적 밀도가 부족한 연출과 편집이 충분히 가능한 서스펜스를 포기하는 방만함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만듦새는 ‘승리호’가 영화라기보단 값비싼 드라마처럼 받아들여지게 만든다.

   
규모에 짓눌려 개성을 잃은 감독은 마지못해 각본의 내용과 배우의 얼굴, 스펙터클을 영상에 옮겨 담을 뿐, 산업 안에서 자신의 인장을 남기며 어떠한 영화적 언어로 장면의 구성과 호흡을 조율할지를 고민하는 연출가의 역할을 잃었다. 클리셰로 점철되고 타성에 젖은 각본은 후반에 몰아서 설명해 편의적인 방식으로 인물의 배경을 풀어, 암시와 복선을 틈틈이 배치해 극의 긴장감을 유지한다는 스토리텔링의 정석을 해내지 못한다. 감독의 역할 부재, 시나리오 작가층 역량의 퇴조. 그렇게 ‘승리호’는 현재 한국영화 산업이 어떠한 지점에 와있는지를 진단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만다. ‘엑시트’(2019)와 같은 상업영화 웰메이드의 교훈은 사라지고 없었다.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4. 4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5. 5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6. 6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7. 7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8. 8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9. 96일 개막 BIFF도 ‘암살자(들)’ 후폭풍…레드카펫·무대 행사 줄취소
  10. 10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1. 1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2. 2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3. 3국힘, 장외집회로 정부·여당 압박…민주 “張, 북치고 고함만”(종합)
  4. 4[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5. 5'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6. 6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7. 7[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8. 8與 “조희대, 국감 출석 불응 의사…불출석은 국회법 위반”
  9. 9'광대극' 조소 이어 미사일로 응답한 北. 좁아진 청와대 입지
  10. 10李대통령,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에 “철저 조사 지시”
  1. 1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2. 2‘직원용 시스템’ 등 빈틈 공격…現 보안체계론 AI해킹 무방비
  3. 351억 예상 임대수입 다시 계산하니 29억? 사업성 검증 논란
  4. 4부산의 혁신 기업들, 지역발전 동맹 결성
  5. 5CU ‘리센느 빵’ 보름만에 60만 개 판매
  6. 6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7. 7나들이객 마음에 쏘~옥…유통가 의류·와인 행사 가을대전
  8. 8해운대 노을 보면서 명상…파라다이스호텔 오션힐링
  9. 9부산銀, 산업 전문성 더해 지역기업 금융 강화
  10. 10“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4. 4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5일
  6. 6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7. 7기장 병산저수지 때 아닌 녹조…악취 진동
  8. 8[한 손 뉴스] 1400년 역사 동래온천지구…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 지정
  9. 9돔 최상층 ‘스카이홀’ 길이 600m 컨벤션 場
  10. 10‘경력 부풀리기’ 의혹 울산교육감 무혐의
  1. 1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2. 2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3. 3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6. 6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7. 7‘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8. 8[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9. 9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10. 10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부산 야구장 미래는
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