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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이는 게다(일본 나막신) 소리 들리는 듯…130년 전 개항기 조선이 여깄네

인천 중구 개항장거리

  •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   입력 : 2021-04-07 19:10:44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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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76년 강화도조약 체결 뒤
- 한적한 어촌이 뿌리째 변화
- 市, 2009년 223억 들여 조성
- 붉은벽돌·목조 건물 등 복원
- 근현대 수탈사 오롯이 담겨

거리에는 끊임없이 ‘딸깍딸깍’하는 소리가 들린다. ‘게다’라고 부르는 발가락에 줄을 끼워 신는 이상한 신발을 신은 사람들이 줄지어 오간다. 초가집이 있던 자리에는 서양식인지 중국식인지 모를 집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멀리서 ‘뚜우~’ 우렁찬 뱃고동 소리가 울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변발을 하고 치파오를 입은 부산 사투리와 비슷한 억양의 말을 쓰는 청나라 사람이 볼록한 배를 내밀고 나타난다.
   
인천시가 조성한 중구 개항장거리는 일본식 건물과 서양식 건물이 섞이고 각국의 상인들이 오가는 100년 전 국제적인 거리를 그대로 재현한다.
모퉁이를 돌아 나오면 서양식 정장을 빼입은 일본인들이 가방을 들고 끊임없이 커다란 벽돌 건물을 드나든다. 간혹 코가 크고 눈이 부리부리한 서양 사람도 나타난다. 배가 오가는 부두에는 쌀가마니를 발밑에 내려놓은 짐꾼이 모여 있다.

■초량왜관 닮은 인천 개항장거리

   
개항기 미곡창으로 쓰였던 건물을 공연장으로 꾸민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중구 개항장거리에 들어서자 1890년대 개항기 조선의 모습이 바로 그려진다. 원래 한적한 어촌이었던 이곳은 1876년 강화도조약이 체결된 후 1883년 인천 제물포항이 개항하자 완전히 바뀐다. 일본은 1878년에 일본제1국립은행 부산지점을 세운 데 이어 약 20년 후 인천지점과 일본제18국립은행 인천지점 등을 열었다. 은행이 들어서고 외국인이 오가자 전용 거주지가 생겼고, 물 건너온 물건을 파는 가게, 외국인이 머무는 여관이 잇달아 들어섰다.

수도권 전철 1호선 인천역 근처 ‘인천 개항장 역사문화의 거리’ 일대는 이같이 조선의 개항기를 간직한 건축물로 가득해 한국의 근현대사를 훑어볼 수 있다. 당시 부산의 초량왜관(현재 중구 광복동 일대)이 이와 비슷한 모습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항기 역사가 오롯이 담긴 거리의 건물은 박물관 아트플랫폼 등으로 변했다.

개항장거리는 인천아트플랫폼부터 출발한다. 인천시는 총 223억 원을 투입해 2009년 10월 총면적 5600㎡ 규모의 다양한 형태의 전시장·공연장·예술교육관을 마련했다. 1886년에 지어진 일본우선주식회사를 포함해 개항기와 1930·40년대 건축물을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일본우선회사 사옥을 비롯해 대한통운 창고와 대진상사, 삼우인쇄소 등 모두 13채의 붉은 벽돌 건물을 복원·리모델링·증축 등을 해 옛 모습을 최대한 살렸다. 국내와 일본의 물류 운송을 담당하던 일본우선주식회사 건물은 사무실, 해방 후 지어져 최근까지 대한통운 창고로 쓰인 건물은 공연장, 1940년대 문인과 예술가들의 사랑방이었던 금마차다방은 생활문화센터로 재단장했다.

인천아트플랫폼 뒤편에는 ‘혼마치도리’라고 불리던 은행거리가 있다. 인천개항박물관인 일본제1국립은행, 일본제18국립은행, 일본제58은행 등 이국적인 석조 건축물이 나란히 서 있다. 아치형 창문, 샹들리에 조명으로 꾸민 내부는 당시 초가집만 보던 어촌 사람들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듯하다. 일본이 은행을 설립한 목적은 당연히 조선 수탈이었다. 은행은 조선 쌀을 싼값에 사서 되파는 일을 했던 나가사키 상인들을 지원했다.

은행거리는 일본식 목조주택이 늘어선 거리로 이어진다. 인천 중구청 앞은 개항기 일본인이 거주하던 곳이었다. 점포가 딸린 2층 목조주택과 일본식 다가구주택이 늘어서 있다. 목재 골조, 반듯한 직사각형 창, 검은 기와 등 일본 여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과 닮았다.

■일본·중국·서양 이권다툼 축소판

   
옛 일본우선주식회사 인천지점.
개항장거리엔 당시 아시아의 신흥강자였던 일본과 ‘절대 1강’이었던 청나라가 경쟁하던 모습도 오롯이 남아있다. 1883년 일본이 집단 거주지를 만들자 이듬해 청나라도 반대편에 마을을 세운다. 차이나타운이다. 청일조계지 경계 계단을 중심으로 왼쪽엔 중국식 건물, 오른쪽엔 일본식 건물이 있다. 계단 끝에 올라 거리를 보자 차이나타운의 오색찬란함과 일본 거리의 차분함이 대조되며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차이나타운에는 최초의 짜장면이 발명됐다는 ‘공화춘(共和春)’을 비롯한 수십 곳의 대형 중국음식점이 관광객을 맞는다. 공화춘 옛 건물을 박물관으로 만든 짜장면박물관에선 한식인 짜장면의 역사를 알 수 있다.

■송월동엔 서양식 동화마을

중국음식점과 중국 직수입 장난감 가게가 늘어선 차이나타운을 지나면 ‘도로시 길’ ‘빨간 모자 길’ 등 동화를 주제로 한 골목길이 나온다. 송월동 동화마을로 이름 그대로 동화를 테마로 조성된 곳이다. 피노키오가 아이들을 반기는가 하면, 피터팬이 앉아 있고 계단은 무지개색으로 꾸며졌다. 전신주는 말하는 나무로 변신해 있어 밤에 말을 걸면 ‘안녕’이라고 답할 듯하다. 외국동화 캐릭터가 반가운 주인공이긴 하지만 갑자기 나타나 뜬금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송월동의 역사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송월동은 개항 후 독일인이 주로 거주하던 부촌이었다. 당시 모습을 기억할 수 있는 건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동화로 마을을 꾸몄다.


# 지금 짜장면과 많이 다르네요, 100년 전 원조의 맛

- 차이나타운 만다복의 백년짜장
- 춘장·고기만 볶아 육수 붓는 식
- 조미료 넣지 않고 과거 맛 재현
- 전분 안 써 걸쭉하지 않고 담백

   
인천 짜장면박물관 입구. 옛 공화춘 건물을 박물관으로 꾸몄다.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잊어서 안 되는 코스가 짜장면 시식이다.

짜장면은 중국 음식점에서 먹지만 사실 조선에서 개발된 한식이다. 개항기에 청나라에서 건너온 중국인은 항구에서 짐을 나르는 고된 육체노동을 했다. 그들을 따로 ‘쿨리(苦力)’라 불렀다. 배달원인 짐꾼들은 서양인이나 일본인 고객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야 했다. 고객은 절대 기다려주는 법이 없어 밥을 먹다가도 뛰어가야 해, 조금이라도 더 빠르고 쉽게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이 필요했다. 높은 열량도 필수.

항구 주변 중국인이 운영하는 식당 중 한 곳이 쿨리를 대상으로 개발한 신메뉴가 짜장면이다. 중국 산둥지역의 ‘자지앙미엔(炸醬麵)’을 당시 조선식으로 재해석한 비빔국수로, 돼지기름을 두른 무쇠웍에 춘장을 달달 볶아 삶은 면 위에 얹었다. 양파 감자 등을 춘장과 함께 볶아 물과 전분을 넣고 끓인 소스를 삶은 면 위에 얹어낸 요즘 형태와는 다르다.

   
100년 전 짜장면은 어땠을까? 만다복은 차이나타운에서 항상 긴 줄이 이어지는 맛집이다. 대표 메뉴는 ‘백년짜장’(사진). 주방장이 인공조미료를 첨가하지 않는 백 년 전 방식을 그대로 재현했다며 붙인 이름이다.

음식을 주문하자 5분도 안 돼 면발처럼 얇게 썬 오이가 듬뿍 올라간 면과 중국 된장에 볶은 고기를 버무린 춘장, 닭고기 육수, 다진 마늘 등이 나온다. 소스를 두세 숟가락 넣고, 육수는 부어도 되고 그냥 먹어도 된다. 많이 넣어서 물짜장 형태로 먹어도 좋다.

오이와 면발과 볶은 고기가 어우러져 선사하는 식감과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면을 다 먹고 남은 양념에 흰밥을 비벼 먹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글·사진=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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