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명 연극 각색한 작품 ‘더 파더’
- 영화제 211관왕의 ‘노매드랜드’
- 美 흑인 탄압 실화 다룬 ‘유다 …’
- 4개 작품 6개 주요 부문서 경쟁
| |  |
| 영화 ‘더 파더’ 스틸컷. 판씨네마 제공 |
오는 25일(현지시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여느 해보다 조금 늦게 찾아온다. 지난해 ‘기생충’이 작품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인데 이어 올해는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또 한 번 기쁜 소식을 기대하게 한다. 물론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미나리’뿐만 아니라 ‘더 파더’ ‘노매드랜드’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등이 똑같이 주요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세 편의 영화는 4월에 차례로 국내 개봉하는데, 이 영화들을 보고 미리 오스카 트로피의 향방을 추측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 |  |
|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
가장 먼저 만나는 ‘더 파더’(개봉 7일)는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미술상 편집상 후보에 올랐다. 완벽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노인 안소니에게 치매가 오고,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의심하게 되면서 서서히 혼란을 겪게 되는 과정이 독특한 편집으로 그려진다. 토니상을 수상한 동명의 프랑스 연극을 각색한 ‘더 파더’의 원작자이자 연출가인 플로리안 젤러 감독은 영화화하면서 주인공으로 안소리 홉킨스를 떠올렸고, 주인공의 이름도 안소니로 정했다. 기대에 부응하듯 안소니 홉킨스는 치매의 혼란스러움과 고통을 겪는 안소니를 최고의 연기로 표현했다.‘양들의 침묵’(1992)에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한니발 렉터를 연기해 오스카 트로피를 안았던 그가 29년 만에 다시 남우주연상을 수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딸 역할을 한올리비아 콜맨의 연기도 훌륭했는데, ‘미나리’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의 벽이 높게 느껴진다.
| |  |
| 영화 ‘노매드랜드’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시작으로 전 세계 211관왕을 차지해 2020년 최고의 영화로 꼽히는 ‘노매드랜드’(개봉 15일)는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색상 촬영상 편집상 후보에 올랐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한 기업과 같이했던 공동체 도시가 경제적으로 붕괴된 후 그곳에 살던 중년 여성 펀이 평범한 삶을 뒤로하고 홀로 밴을 타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모든 것이 무너진 후 홀로 남겨진 펀이 낯선 길을 떠나는 과정에서, 각기 다른 사연과 선택을 하는 노매드(유목민)와의 만남과 헤어짐이 인상적이다. 삶의 위기에 닥쳤을 때, 삶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 위로와 희망을 주는 영화로 연출과 각색, 편집을 맡은 클로이 자오 감독은 제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아시아계 여성 감독 최초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석권해 아카데미에서도 수상이 유력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제작팀 전원이 흑인인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개봉 22일)는 작품상 각본상 남우조연상(2인) 촬영상 주제가상에 이름을 올렸다. 1969년 21세의 나이에 미국 정부에 의해 암살당한 흑표당의 리더 프레드 햄프턴과 FBI의 프락치로 흑표당에 잠입한 윌리엄 오닐의 운명적인 배신과 비극적 선택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흑인 인권 지도자들을 ‘블랙 메시아’로 규정해 탄압했던 J. 에드거 후버 국장 시절의 FBI의 불법 작전이 남의 나라 일로 느껴지지 않는다. ‘민중이 있는 곳에 힘이 있다’ ‘혁명가는 죽일 수 있어도 혁명은 죽일 수 없다’ 등의 말을 남긴 프레드 햄프턴의 연설 장면이 가슴을 울리며, FBI와 흑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윌리엄 오닐의 모습이 안타깝다. 프레드 햄프턴 역을 맡은 다니엘 칼루야의 남우조연상 수상이 유력하며,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래 ‘파이트 포 유’로 주제가상도 기대해볼 만하다.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