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성폭력 당하고도 공격받는 여성…이 부당한 현실 고발한 영화”

김미조 감독 첫 장편 ‘갈매기’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1-08-04 18:57:01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동료 상인에게 성폭행 당한 뒤
- 편견에 맞선 중년여성 삶 다뤄
- “작품 촬영 전에도 기막힌 사건
- 집안 훔쳐보던 男 직접 잡았죠”
- 한국사회 가해자에 유독 관대

러시아의 작가 안톤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를 좋아해서 자신의 첫 장편 영화 제목은 무조건 ‘갈매기’로 하겠다고 자신에게 약속했던 김미조 감독이 진짜 첫 장편 영화 ‘갈매기’(개봉 7월 28일)를 내놓았다.

안톤 체호프의 동명 희곡을 제목으로 하여 장편 데뷔작 ‘갈매기’를 연출한 김미조 감독. 그는 ‘갈매기’에서 평범한 소시민이자 세 자매의 엄마로 살아온 중년 여성이 피해와 복수를 넘어 극복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보여줬다. 영화사 진진 제공
‘갈매기’는 수산시장에서 생선을 팔며 일평생 자신을 챙겨본 적 없는 엄마 오복이 동료 상인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세상의 편견에 맞서 진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대상(한국경쟁)을 비롯해 각종 세계 영화제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지만 다 벗어나고 싶은데 결국 현실로 돌아와야 하는 오복의 모습이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지만 다시 육지로 돌아와야 하는 갈매기와 닮은 것 같다”며 제목에 의미를 부여했다.

단편 영화 ‘혀’와 ‘혐오가족’에서 여성이 마주하는 폭력을 다뤄온 김 감독은 ‘갈매기’에서는 평범한 소시민이자 세 자매의 엄마로 살아온 중년 여성이 피해와 복수를 넘어 극복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오복은 주체적인 여성으로 이 사회에 자리하게 된다. 김 감독은 “영화라는 건 자기의 경험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각본을 내가 쓰니까 내가 겪은 일에 관한 인상이 많이 반영되고 여성이 많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이들의 이야기는 내가 치밀하게 아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라며 여성 영화를 연출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 감독이 ‘갈매기’를 기획한 2018년은 서지현 검사가 촉발시킨 미투 운동이 확산되던 때였다.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내가 겪은 성추행의 강렬한 기억들이 무의식적으로 모여 ‘갈매기’를 쓰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는 김 감독은 ‘갈매기’ 촬영을 4일 앞두고 당한 기막힌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 “집이 1층이었는데, 2층에서 수상한 인기척이 느껴져서 살펴보니 어떤 남자가 집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가서 현행범으로 잡았다. 알고 보니 그 남자는 못된 사진을 찍어오던 사람이었다. ‘갈매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게 아이러니했다.”

평생 스스로를 챙겨본 적 없는 엄마 오복이 성폭행을 당한 후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세상에 맞서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과정을 담은 ‘갈매기’ 스틸컷
‘갈매기’에서는 성폭행 피해자가 주변 사람들에 의해 2차, 3차 피해를 입는, 황당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상황이 벌어진다. 성폭행을 당한 것은 오복인데 결혼식을 앞둔 딸에게, 그리고 가해자 편에 서는 시장 사람들에게 또 다른 피해를 입게 된다. ‘한강에 배 한 번 지나갔다고 생각하라’는 한 시장 상인의 말처럼 유독 성폭력 가해자에게 너그러운 남성 중심적인 우리 사회의 모습도 나타난다. 김 감독은 “잘못을 한 가해자가 직접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이 대변하는 걸 뉴스에서 많이 봤다. 가해자는 뒤에 가려져 있고 그를 옹호하는 세력이 감싸주는 것”이라며 “그리고 오히려 피해자를 공격하더라. 그것은 부당하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영화에서 가해자인 기택이 힘이 있고 기득권이라는 이유로 주변 상인들이 그를 두둔한다. 그래서 피해자는 주눅 들고 가해자는 숨어버리는, 부당하지만 엄연한 현실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가슴 아프게 그려진다.

“‘갈매기’는 기획 이후 2년 반 만에 빛을 보게 됐다. 열심히 편집을 하면서 누가 봐줄까 했다. 그런데 영화제도 가고 개봉도 하게 됐다”며 “그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다음 작품을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김 감독. 그는 “다음 작품은 액션 스릴러 코미디가 뒤섞인 모녀 복수극”이라고 귀띔했다. 주제를 잡고 서사를 풀어가는 능력만큼이나 이를 보여주는 연출력도 뛰어난 김 감독의 다음 영화가 벌써 기다려진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자갈치 관광버스 주차 숨통 트인다…롯데 부지 무상사용
  2. 2타인의 영화 필름 나르던 소년, 마침내 자신의 세계를 비추다
  3. 3비온 뒤 14일 기온 뚝…부울경 최저 8~14도
  4. 4주 13.7시간(비정규직 평균 근로시간)…‘초단시간 노동’ 덫에 갇힌 부산
  5. 5국감서 발언하는 해양수산부 장관
  6. 6민주 부산시당 “국제신문 정상화, 대주주·법원 나서야”
  7. 7PF ‘돈맥경화’…해운대 옛 홈플·세가사미 개발 잇단 좌초
  8. 8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9. 9“시민 1인 1스포츠가 일상인 부산으로”
  10. 10‘청문 부적격 2인’ 임명 고심…전재수 “치명적 흠결 못 찾아”
  1. 1민주 부산시당 “국제신문 정상화, 대주주·법원 나서야”
  2. 2“북극항로 경제성 철저검증…후속계획 반영을”
  3. 3법정 이어 국감까지…LH, 명지 폐토사 처리 뭇매(종합)
  4. 4경찰청장 대행 “한동훈 딸 의혹, 재수사 가능성 배제 안 해”
  5. 5국힘 ‘골프 특검법’ 예고하며 공세…주진우 ‘명 끊을 때’ 댓글에 與 격분
  6. 6[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35.2%…민주 35.5%·국힘 41.3%
  7. 7경찰개혁·김지용 중수청장 청문도 공방 예고…부산 해수부 첫 국감
  8. 8경남도 대변인 “박완수 지사 13시간 조사, 정치공세 대상 되면 안 돼”
  9. 9[속보]국감까지 간 '부캉이' … 여야 "상어 생태환경 연구확대 필요"
  10. 10與·한동훈 점입가경 공방 인신공격까지(종합)
  1. 1PF ‘돈맥경화’…해운대 옛 홈플·세가사미 개발 잇단 좌초
  2. 2“항만공사 통합 목적·절차 불투명” 여야 없이 질타
  3. 3AI인재 양성 지원금 94% 수도권 쏠림…부산 1.5% 불과(종합)
  4. 4감천항 동편부두 이름 ‘원양부두’로
  5. 5상호금융 339곳 대출 연체율 10%
  6. 6부산서 ‘순직선원 위령제’ 열린다
  7. 7주가지수- 2026년 10월 12일
  8. 8부산TP 지원 3社, 정부 AI·자율제조 사업 따내
  9. 9정부 ‘자율운항 협력’ 조선 공정으로 확대
  10. 10수입 수산물 유통이력 위반, 5년 전 0건 → 작년 73건
  1. 1자갈치 관광버스 주차 숨통 트인다…롯데 부지 무상사용
  2. 2비온 뒤 14일 기온 뚝…부울경 최저 8~14도
  3. 3주 13.7시간(비정규직 평균 근로시간)…‘초단시간 노동’ 덫에 갇힌 부산
  4. 4“시민 1인 1스포츠가 일상인 부산으로”
  5. 5‘청문 부적격 2인’ 임명 고심…전재수 “치명적 흠결 못 찾아”
  6. 6‘100원 등하교 버스’ 경남 전역 확대…기초학력전담교사도 늘려
  7. 7“복지시설 몇 년 일했지만 퇴직금 0원”…공공부문도 꼼수 채용
  8. 8박완수 도지사 경찰조사 후폭풍…진보당 “사퇴하라” 道 “왜곡 말라”(종합)
  9. 94개월 만에 김경수 만난 박완수 지사 “제도 개선되면 부울경특별연합 검토”
  10. 10미란다 원칙 고지 않고서 허위 보고한 경찰 재판행
  1. 1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2. 2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3. 3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4. 4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5. 5과감한 샷 2R 버디 11개 폭발…유현조 ‘부산의 퀸’(종합)
  6. 6울주군, 삼남읍 교동리에 ‘울주실내테니스장’ 개장
  7. 71부 승격 향한 마지막 질주…부산아이파크, 막판 승점 쌓기 총력전
  8. 8차준환, 이번 시즌 국가대표·대회 출전 중단…서울시청과도 결별
  9. 9유도 차세대 간판 이현지, 세계선수권 정상 메치다
  10. 10허훈·킹 47점 합작에도…KCC, KT에 접전 끝 패배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부산 야구장 미래는
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