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에 빠져 버렸네요.” “온그린을 노려야 합니다.” 요즘 TV에서 흔하게 들리는 이 말들은 골프 중계방송이 아니라 부쩍 늘어난 골프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이다. 채널을 돌리다 보면 연예인들과 프로 골퍼, 타 종목 운동선수들이 팀을 짜서 눈이 시원한 녹색의 잔디 위에서 호쾌한 드라이브샷을 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현재 SBS ‘편먹고 072(공치리)’, TV조선 ‘골프왕’, JTBC ‘세리머니클럽’, MBN ‘그랜파’ 등 골프 예능이 급격히 늘었다.
몇 해 전만 해도 골프 예능은 상상도 못했다. 상류층 스포츠인 골프를 가장 대중적인 예능 프로그램에 가져오면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능 프로그램에 골프가 등장하는 경우는 타이거 우즈나 박세리 등 유명 골퍼가 출연했을 때였다. 그런데 1년여 만에 사정이 달라졌다. 그새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역시 코로나19가 골프 예능에 큰 영향을 끼쳤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스크린골프가 유행하면서 골프 붐이 일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자 더 많은 사람들이 골프채를 잡기 시작했고, 이들은 도심을 벗어나 푸른 잔디를 찾고 있다. 한 번 필드에 나가 골프를 치려면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지만 기회비용의 가치가 컸다. 그리고 골프를 즐기는 연령도 젊은 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골프가 서서히 대중화되면서 트렌드에 민감한 예능 프로그램이 이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골프 예능이 많아진 데는 연예인도 한몫했다. 골프를 즐기는 연예인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방송에서 취미로 골프를 언급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예능 PD들이 이를 놓치지 않았다. 최근 인터뷰한 배우 중에도 엄지원, 조인성 등이 골프 사랑을 밝히기도 했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프로 골퍼와 함께 라운딩 한 번 하는 것을 꿈꾸는데, 골프 예능에는 박세리 김미현 유현주 등 한 시대를 풍미한 프로 골퍼가 고정 출연하기 때문에 유명 연예인 섭외도 어렵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골프 예능이 과거 체육 예능이나 먹방, 쿡방처럼 성공적으로 안방극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골프가 많이 대중화됐다고 하지만 골프의 룰이나 용어를 생소하게 느끼는 시청자가 많아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예능의 핵심은 웃음과 감동 코드인데, 골프의 특성상 웃음이나 감동을 줄 수 있는 포인트가 많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현재 ‘골프왕’이 5%대의 시청률로 골프 예능 중 선두에 나서고 있는데, 각 골프 예능이 어떤 변화를 주며 생존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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