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활동사진으로서의 스펙터클

‘모가디슈’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1-08-11 19:25:14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류승완 감독의 근작 ‘모가디슈’(2021)에 관한 평들을 살펴보면 공통되게 신파의 절제를 지적하곤 한다. 이 걸작은 지난 수년간 한국의 대중상업영화가 (마치 들인 자본의 크기에 반비례하듯) 얼마나 나태하고 빈곤한 창작 태도로 일관하며 관객의 지성을 폄하해왔는가에 대한 반증(反證)이다. 감독은 감정의 과잉을 강요하지 않는, 때로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담담하고 건조함으로 영화를 끌고 가는 것이 도리어 이야기가 남기는 감정적 여진을 더욱 묵직하고 깊게 만든다는 것을 이해하고 각본과 연출에 임한 듯 하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한반도를 벗어난 이국땅에서 재현되는 남북 분단의 상황을 그린다는 점에서 영화의 기본적 구도는 ‘베를린’(2013)과 연이 닿아있다. 그러나 베를린이라는 공간을 첩보 장르의 배경을 넘어서 정치적 은유로까지 연결시키지는 못했던 과거와 달리, ‘모가디슈’는 실화를 다루면서 전반부에선 남북 대사관의 외교전을 분단 상황의 대응물로 제시하고, 중반을 넘어서는 탈출과 생존이라는 현실적 목표로 대립하는 양측 진영을 한 덩어리로 묶는데 적절한 핍진성을 부여한다. 민족주의의 도덕적 당위를 벗어 던진 이러한 스토리텔링의 성숙함은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현실적 관점으로 남북 관계라는 소재에 접근했던 윤종빈의 ‘공작’(2018)도 상기시킨다.

그러나 이 작품의 미덕을 서사에서만 찾는 건 영화 매체가 갖는 ‘활동사진’으로서의 근본적인 매력을 간과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모가디슈’를 보면서 얻은 건, 이 영화의 시각적 연출이 감독의 전작인 ‘군함도’(2018)에서 시작된 변화와 발전의 연장 선상에 놓여있다는 확신이었다. 비록 ‘군함도’는 인물과 사건을 창작할 수 있을지언정 그것이 역사의 실재를 비틀어버려선 안 된다는 시대극의 규칙을 위반했지만, 매 프레임 속에 흘러넘쳤던 운동하는 군중 이미지의 굉장한 활력, 재창조된 공간의 실재감은 ‘베테랑’(2015)에서 필모그래피의 결산을 이룬 이후, 연출가로서 류승완의 새로운 변모를 예감케 하는 놀라운 지점이었기 때문이다.

대사관에서 벌어지는 실내 장면 정도를 제외하면 ‘모가디슈’에는 활동하는 군중의 집단적 운동 이미지의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이것은 단지 영화의 제작 규모를 과시하려는 목적에서 나온 우연이나 부산물이 아니다. 낯선 이국에서 처한 인물들의 위기는 때때로 시가지 전경을 훑는 부감의 앵글, 시네마스코프 화면의 수평과 수직을 꽉 채우며 움직이는 현지 군중 한가운데에 포위된 모습으로 일찍 전조를 드러낸다. 소말리아 내전이 본격화되고 남북 대사관 인원들이 힘을 합쳐 탈출을 결정했을 때, 구획진 골목과 겹겹이 놓인 반군의 틈새를 돌파하는 카체이싱 스펙터클의 감각적 위력과 절박한 심리는 군중 이미지를 점층적으로 축적하는 연출의 설계를 통해서 강화될 수 있었다.

   
‘액션 키드’를 자칭했던 시절, 류승완의 방점은 액션 영화에 대한 장르적 매혹에 찍혀있었다. 그리고 ‘모가디슈’에 이르러 류승완은 영화의 공간과 구도, 그 안에서 운동하는 요소들을 총체적으로 지휘하며 ‘액션’ 영화가 아닌 ‘영화’의 액션을 추구하는 연출의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이건 어쩌면 ‘스팔타커스’(1960)나 ‘닥터 지바고’(1965) 등에서 보았던, 지금보다 훨씬 큰 그림을 펼칠 줄 알았던 고전기 대가의 경지에 근접한 것인지 모른다.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2. 2[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3. 3[속보] 재커라이어, 나흘 만에 경질.. ‘역대 최단 기간’ 백악관 대변인
  4. 4[속보] 추미애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 근무 환경 살피겠다”
  5. 5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6. 6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7. 7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1.2원 ↓
  8. 8‘부산살이’ 한 달 된 부캉이…주말 북항 친수공원 인파 몰려
  9. 9[속보] 다카이치 총리, 야스쿠니 가을 제사 공물 봉납
  10. 10"통합 앞둔 발전5사, '8020억 자회사 부채' 승계계획 전무"
  1. 1[속보] 추미애 '소방 재정 빨대' 발언 사과…“폄훼 의도 없어”
  2. 2김민석, '재정 빨대' 발언 사과... "추미애에게도 사과 요청했다"
  3. 3[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4. 4[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5. 5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6. 6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7. 7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8. 8李대통령 지지율 39%, 하락세 멈췄다…민주 36% 국힘 27%
  9. 9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10. 10李대통령, 부상 소방관·장병 쾌유기원…“천금 준들 아깝겠나”
  1. 1"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2. 2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1.2원 ↓
  3. 3"통합 앞둔 발전5사, '8020억 자회사 부채' 승계계획 전무"
  4. 4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5. 5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6. 6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7. 7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8. 8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9. 9‘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10. 10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1. 1[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2. 2[속보] 추미애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 근무 환경 살피겠다”
  3. 3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4. 4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5. 5‘부산살이’ 한 달 된 부캉이…주말 북항 친수공원 인파 몰려
  6. 6제자 성추행한 초등 교사에 기부금 전달한 전현직 교사 '불구속 송치'
  7. 7"뉴스거리 만들려 범행" 인천 흉기난동범 최충락 주거지 압수수색
  8. 8이태원 참사 유족, 4주기 앞두고 진상규명 촉구…"책임자 처벌" 외치기도
  9. 9부천 공장 화재, 금속 세척 작업 중 '유증기 스파크 발화' 추정
  10. 10통영서 단체 수영하던 50대, 1.8㎞ 표류…해경 구조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부산 야구장 미래는
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