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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일군 사람들 <3> 광선검 펜싱 부흥 주도 배관구 씨

‘스타워즈’ 속 광선검 대결, 올림픽 종목으로 키울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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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D 조명 켜진 카보네이트 검 들고
- 상대 머리 몸통 다리 타격하는 검술
- 프랑스선 이미 정식 스포츠 활성화

- 배 씨, 전국 돌며 동호인에 기술 전수
- “佛 협회와 국제 통용 규칙 등 논의 중”

영화 ‘스타워즈’를 기억하는 사람은 한 번쯤 광선검 결투를 꿈꿨을 법하다. 두꺼운 쇠파이프도 단번에 베어버리는 파괴력, 우주의 별빛을 머금은 듯한 영롱한 색상까지….

영화 속 광선검 대결은 현실에도 존재한다. 펜싱 종주국 프랑스는 2019년 ‘광선검 펜싱’(라이트 세이버 펜싱)을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채택하고 전국 대회를 열었다. 사그라드는 펜싱 열기를 되살리고 젊은 층의 관심을 끌만 한 새로운 스포츠를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제다이의 ‘포스’를 기억하는 MZ세대의 반응은 뜨거웠다. 프랑스는 기존 펜싱보다 타격할 수 있는 범위(머리 몸통 다리)가 넓고, 보는 재미도 두 배인 광선검 펜싱을 2024 파리 올림픽 시범 종목으로 채택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때 한국에서는 배관구(34) 한무도 총사범이 프랑스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는 종합검술격투기로서의 ‘광선검 펜싱’ 성장 가능성을 확신하고, 태권도 검도 등 여러 분야의 무술인을 모아 ‘라이트세이버코리아’(이하 라세코) 단체를 만들었다. 배 사범은 한무도 계승자로서 무술 유파 간 융합 가능한 콘텐츠로 광선검 펜싱을 택했고, 무술 정신을 바탕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한 정치인까지 세 가지 꿈을 동시에 일구고 있다.
   
광선검을 들고 포즈를 취한 배관구 사범. 그는 펜싱 종주국 프랑스에서 광선검 펜싱을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도입한 데 주목하고, 한국에 관련 단체를 만들어 광선검 펜싱을 알리고 있다.


■광선검 켜지자 우주로 공간이동
배 사범에게서 건네받은 광선검의 버튼을 누르자 우주에 온 듯한 몽환적인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검은 프랑스 전경의 방패 재질로 쓰이는 가볍고 튼튼한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들어졌다. 그 속에 들어간 LED 조명이 서서히 켜졌다. 조명을 어둡게 하니 신비로운 느낌은 더 강해졌다. 버튼을 눌러 색상을 바꿀 수 있고, 기계음을 끌 수도 있다. 영화 속 광선검의 무시무시한 위력과 달리 현실의 광선검은 둔탁하고 가벼워 주의만 기울이면 위험하지 않아 다루기 쉽다.

광선검 펜싱의 가장 큰 매력은 타격에 성공했을 때 드러난다. 손에 힘을 주고 광선검을 가격하면 순간 색이 바뀌며 ‘챙’ 부딪히는 현란한 효과음이 발생한다. 이 효과음 덕분에 참가자는 단숨에 대결에 몰입한다. 일종의 광선검 ‘손맛’이다. 몽환적이면서도 웅장한 기계음은 검을 쥔 자에게 다음 타격을 재촉한다.

이 광선검은 유럽에서 보통 60만 원에 판매된다. 광선검의 가격이 높을수록 색상 변경이나 효과음 등이 다양해지고 내구성도 튼튼해진다. 동호인 취미로 즐기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중국산 제품도 알아봤지만 가격은 10만 원으로 저렴한 대신 고장이 잦고 내구성이 약했다. 이에 배 사범의 동료인 이상복 씨는 고가의 광선검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튼튼한 ‘K-광선검’을 15만 원 선으로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쓰는 펜싱마스크와 몸통 보호구도 자체 제작한다.

   
배관구(오른쪽) 사범과 그의 동료인 이상복 샤크GYM 대표가 광선검 펜싱을 선보이고 있다. 안면 보호를 위한 펜싱마스크는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벗었다.


■진입 문턱 낮고 배우는 재미 쏠쏠
2020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한국에서도 광선검 펜싱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현재 라세코에서 추산한 한국 광선검 펜싱 동호인은 수백 명 정도다. 배 사범은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이들에게 광선검 펜싱을 가르친다. 올해 6월과 12월 각각 부산과 서울에서 전국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6월 부산 대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소됐다. 배 사범은 “오는 12월 서울 대회 개최도 여의치 않으면 장소를 부산으로 바꿔서라도 열려고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광선검 펜싱은 진입 문턱이 무척 낮고 배우기 쉽다. 칼로 대련하는 스포츠는 크게 스펀지 검과 죽도, 대련용 철검, 광선검 등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 광선검은 초보자가 곧바로 사용해도 위험하지 않은 데다 특별한 기술도 필요 없다. 또 오래 훈련할수록 간극이 벌어지는 다른 무술과 달리 초보와 고수 간 실력 차가 크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란 것도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배 사범은 “어릴 적 친구와 나무 막대기를 들고 벌이던 칼싸움과 비슷해서 추억에 빠지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검을 다루지 않는 다른 종목의 무술인은 활용도가 더욱 높아진다. 주짓수 종합격투기 등 자신의 주 종목을 활용해 광선검 공격을 펼치면 돼서다. 프랑스에서는 대결할 때 발차기를 금지했지만, 라세코는 발차기와 무술 실력을 뽐낼 수 있는 번외 경기를 만들어 관중의 흥미를 유발했다.

최근 배 사범은 프랑스 펜싱협회 관계자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광선검 펜싱이 올림픽 시범종목으로 채택될 것에 대비해 관련 의견을 나누고 있다. 그는 “광선검 펜싱은 아직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칙이 없다. 일종의 과도기 상태”라며 “지금은 오히려 프랑스에서 한국의 광선검 펜싱에 관해 문의할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광선검 펜싱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종목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배관구 사범 특이한 이력
# ‘본캐’는 무술 한무도 계승자…유파 간 융합 활동 솔선수범

   
한무도는 조선 후기인 1888년 기산 배성전 선생이 만든 무술로, 배관구 사범은 1대 종사인 기산의 5대 장손이다. 한무도는 대자연의 운동원리를 인간의 신체운동으로 구현한 무술로, 타법 호신법 검도법 혈법 무법 등 5법으로 구성됐다. 기산은 사대부 자제를 대상으로 무술 등을 전수했다. 배 사범은 태어나면서부터 한무도를 접했다.

한무도의 3대 수행 철학인 ‘넓고 낮은 인간, 역동적인 인간, 관용적인 인간’은 배 사범의 인생 철학과 같다. 그는 한무도 안에서만 갇혀 있지 않고,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무술 간 융합도 꿈꾼다. 그는 일반 대중에 한무도를 보급하려고 집안의 반대도 무릅쓰고 MMA(Mixed martial arts·태권도 합기도 쿵푸 등이 혼합된 무술) 시합을 준비하기도 했다. 유파 간 자존심과 전통이 강한 무술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평생을 한무도와 함께하는 그도 중학생 때는 집안 장손으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견디기 힘들어 방황하기도 했다. 방황의 대상은 루어낚시였다. 10대였던 그는 루어낚시 동호인을 모집해 낚시를 다녔다. 당시 한 기업의 후원을 받아 낚시대회까지 개최했을 정도다. 배 사범은 “반항 심리가 가장 컸던 시기였다. 물고기 낚기를 기다리면서 나름의 인생 철학을 고민하며 사춘기를 견뎌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배 사범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 무술 유파 간의 진정한 융합을 꿈꾼다. 그에 따르면 한무도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무술 간 융합은 얼마든 가능하다. 광선검 펜싱도 그 일환에서 준비했다. 그는 “다 같이 하면 살고, 내 것이라고만 여기면 죽고 말 것”이라고 강조한 뒤 “서로 다투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함께 성장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고유 검술 무술로서 한무도 계승과 부흥에도 힘쓸 것”이라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 ‘부캐’는 전직 사하구 구의원…약자 방패막이 될 각오 다져
   
배관구 사범은 2014년 6월 4일 열린 지방선거에서 최연소인 만 26세의 나이에 새누리당 소속으로 사하구의회 의원에 당선돼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구의원 당선에 앞서 그는 동의대 총학생회장과 부산시 9개 대학 총학생회모임 의장, 전국대학총학생회모임 집행위원장 등을 맡으며 정치인으로서 약자의 방패막이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

구의원 시절에는 ‘대마도의 날’ 조례안을 발의해 또 한 번 관심을 모았다. 당시 창원시가 일본 ‘다케시마의 날’에 대응해 ‘대마도의 날’을 지정한 것과 달리, 배 사범은 임진왜란 때 윤흥신 장군의 다대성 전투 승전일 등 역사적 근거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을 참고해 4월 13일로 정했다.

당시 조례안은 의원 15명 전원 찬성으로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구청장과 집행부 등은 “국가사무에 속하는 일로 지자체에서 조례를 만드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당시의 과정은 배 사범에게도 진귀한 경험으로 남았다. 그는 구의원으로 활동하며 “세상을 다시 배운 것과 마찬가지”라고 회상하며 “이때 만난 각계각층의 사람은 내가 미처 몰랐던 세상을 다시 알게 하고, 내가 정치인으로서 나아갈 길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또 눈이 어두워 수돗물에서 녹물이 나오는지도 모르고 그 물로 쌀을 씻고 밥을 안치던 홀몸노인 등 다양한 ‘약자’의 삶도 가슴 깊이 새겼다.

한무도와 광선검 펜싱 외에 정치인의 삶까지, 세 가지 꿈을 동시에 이루기 벅찰 만도 한데 배 사범은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다는 각오다.

그는 “셋 중 어느 것 하나 덜 소중한 것이 없다”며 “내가 가려는 정치의 방향에는 한무도의 정신도 녹아 있다. 약자를 배려하는 관용의 정신으로 정치인의 꿈을 계속해서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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