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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가꾼 130여종 8000그루 ‘시크릿 가든’…만인의 쉼터로 개방

밀양 첫 민간정원 ‘엄마의정원’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1-10-13 19:07:34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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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종식 대표가 25년간 조성한 7만여㎡
- 이웃·등산객 즐기라며 무료로 문 활짝
- 지금은 꽃무릇 향연… 곧 만리향도 개화
- 내년 여름엔 수국·구절초 군락이 만개

- 추후 전망대·체험존 등 즐길거리 늘려
- 조경교육·견학 프로그램 마련할 계획

푸른 나무와 꽃에 둘러싸여 유유히 산책할 수 있는 정원은 위드코로나 시대 없어선 안 될 소중한 ‘여행지’다. 우리가 오다가다 들르는 크고 작은 정원은 모두 누군가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깃든 소중한 공간이다. 지난 7일 경남 밀양시 첫 민간정원으로 지정된 ‘엄마의정원’(하남읍 남전리)을 거닐었다. 정원은 크게 국가가 조성해 운영하는 국가정원(전남 순천만국가정원과 울산 태화강국가정원)과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지방정원(31곳), 법인이나 단체 개인이 운영하는 민간정원(54곳)으로 나뉜다. 엄마의정원은 지난 8월 31일 경남 민간정원 14호이자 밀양시 1호 민간정원으로 지정됐다.
경남 밀양 제1호 민간정원인 엄마의정원 전경. 노종식 대표가 1996년부터 조금씩 확장해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입장료 없이 무료로 개방해 인근 주민이 편히 들르도록 했다. 엄마의정원 제공
■입장료 ‘0원’ 동네 산책로 역할

엄마의정원은 노종식 대표가 1996년 530여 ㎡(약 1600평)의 부지에 조경수를 심어 정원을 조성하기 시작, 현재 7만2700여 ㎡(약 2만2000평)로 불어났다. 메타세쿼이아 길 화살나무 향나무 팽나무 수국 꽃무릇 군락 등 130여 종 8000여 그루의 식물이 부지를 가득 메워 사계절 색다른 자연을 연출한다. 민간정원으로 지정되기 전부터, 노 대표가 정원을 꾸미기 시작한 순간부터 모두에게 개방돼 동네 주민이 자유롭게 다니는 산책로 역할을 해왔다. 최근 정원 한가운데 사무실로 쓰던 작은 건물을 카페로 개조해 직접 내린 커피와 차 등을 마시며 쉴 수 있도록 했다. 카페 유리창 밖으로 펼쳐지는 정원의 풍경이 한 장의 사진처럼 고즈넉하고 아름답다.

아름다운 정원은 조경 관리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라도 입장료를 징수하기 마련인데, 그것도 민간공원인 엄마의정원은 입장료가 없는 데다 ‘1인 1음료’ 같은 조건도 없이 무료로 개방했다. 그래서 정원 인근 종남산을 오르는 등산객이 이곳을 둘러 구경하기도 하고, 나무 아래 앉아 숨을 돌리는 소중한 쉼터로도 쓰인다. 노 대표는 “입장료를 받아서 괜한 기대감을 키우기보다는 지역민이 편히 오가는 정원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무료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 대표의 오랜 조경 기술로 잘 다듬어진 향나무와 소나무 등은 인위적인 느낌 없이 주변 산세와 어우러진다. 바다 건너 수입해온 석조 조형물과 돌들 역시 정원의 분위기를 고즈넉하게 살려주면서도 주변 나무와 이질감 없이 푸른 숲에 녹아든다. 이곳 정원은 한눈에 모든 걸 보여주지 않고 나무와 돌계단을 지날 때마다 시시각각 풍경이 바뀌도록 꾸며져 구경하는 재미가 크다. 잡초와 야생화를 제외하면 모두 인위적으로 옮겨 심고 가꾼 것인데도 30년 가까운 세월을 뿌리내리다 보니 자연스레 조성된 비밀의 정원처럼 신비롭고 아름답다.
밀양아리랑오토캠핑장 인근 우연히 마주한 메밀밭. 소금을 흩뿌린 듯 흐드러진 메밀밭 한복판 나무 한 그루가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김미주 기자
■사계절 꽃·나무 매력 발산

이달 초 엄마의정원은 SNS에서 밀양 꽃무릇 명소로 화제를 모았다.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꽃무릇은 초록 줄기와 붉은 꽃잎이 대비를 이뤄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지금은 화살나무와 메타세쿼이아 길이 울긋불긋 단풍 들 채비를 마쳤다. 특히 이달 말부터는 약 보름간 금목서(만리향)의 향기가 정원을 가득 감쌀 예정이다. 금목서는 꽃이 귀한 늦가을 꽃향기가 만 리까지 퍼진다는 조경수다. 좀 더 추운 겨울이 되면 소나무와 향나무가 시린 바람 사이에서 푸른 잎을 뽐낼 것이다. 지난여름 심은 수국과 구절초 군락은 내년 여름 만개할 순간을 기다리며 무럭무럭 자란다. 노 대표는 “사계절 꽃이 피는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기 위해 오랜 세월 조금씩 다듬었다”고 말했다.

엄마의정원은 추후 전망대와 체험존 등을 만들어 볼거리를 더 늘릴 계획이다. 조경사와 함께 나무의 특징에 대해 견학하고 조경을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과 꽃무릇 국화꽃 심기 같은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정원 오른편 작은 무대에는 인근 주민과 함께하는 공연이 열리고 관객들이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조경에 관심 있는 사람은 노 대표가 가꾼 나무를 구매하거나 기르는 팁 등을 구할 수도 있다. 추후 전망대가 완성되면 사계절 다른 얼굴의 정원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된다.


# 근처 가볼만한 곳

- 경남 첫 천주교회 본당 세워진 명례성지
- 인근 흐드러진 메밀밭 보면 또한번 심쿵

명례성지에 있는 순교자 탑.
황금 들판이 눈부신 하남평야를 지나 낙동강 자전거길을 따라가다 보면 명례성지(하남읍 명례리)가 나온다. 1896년 경남지역에서 가장 먼저 설립된 천주교회 본당인 명례성당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초기 한국 천주교회의 건축 양식을 볼 수 있다. 성당의 초대 주임은 우리나라 세 번째 사제인 강성삼 라우렌시오 신부였다. 지금의 성전은 1936년 태풍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이용해 원형을 축소 복원한 것이다.

2006년에는 이곳에서 명례 출신 복자 신석복 마르코(1828~1866)의 생가터가 발견됐다. 누룩과 소금장수였던 그는 1866년 병인박해 때 강 건너에서 붙잡혀 대구 감영에서 순교했다. 체포돼 끌려갈 때 “나를 위해 한 푼도 포졸들에게 주지 마라”는 말로 형제들에게 순교 의지를 밝혔다. 신석복 마르코는 2014년 8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동료 123인과 함께 시복됐다. 2018년 그를 기리기 위한 신석복 마르코 성당이 봉헌됐고, 이 기념성당에 전국의 순례자가 순교와 소금의 영성을 나누기 위해 찾아온다. 이곳 십자가의 길과 순교자 탑, 소금의 언덕 등을 천천히 둘러보면 어느새 잡념은 사라지고 평온해진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

명례성지에서 나와 인근 백산리에 있는 밀양아리랑오토캠핑장으로 향하다 보면 하얗게 흐드러진 메밀밭이 오가는 여행객의 발길을 또 한 번 붙잡는다. 메밀밭 사이 외로이 자리한 나무 한 그루가 화룡점정. 탁 트인 낙동강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완성했다. 김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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