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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로호 가르는 집라인, 은빛 세상 자작나무숲…MZ세대, DMZ에 푹 빠졌다

강원도 DMZ 투어 프로그램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1-11-03 19:18:03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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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체부·관광公 선정 MZ세대 맞춤 투어
- 부산대 학생·30대 직장인 20여 명 참여

- 왕복 7㎞ 70만 그루 원대리 자작나무숲
- 단풍 더해져 셔터 소리 부르는 아름다움
- 6·25 당시 중공군 대거 수장된 파로호
- 호수 위 집라인 ‘평화·통일’ 외쳐야 출발
- 전쟁의 역사 서린 리빙스턴교도 가볼만

지난달 24일 오전 김해국제공항 국내선 출발지. 부산대 학생과 30대 직장인 등으로 구성된 MZ(밀레니엄과 Z의 합성어) 세대 20여 명이 강원도 양양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모였다. 이날부터 26일까지 2박 3일간 강원도 인제 고성 등 전쟁의 상흔이 깃든 DMZ 접경지역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최북단 집라인인 ‘한반도 스카이’(강원도 양구군 양구읍)를 타고 파로호를 가로지르는 여행객. 하늘을 나는 짜릿한 순간을 스마트폰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번 여행은 영남지역 DMZ 전문 여행사인 새영남여행사가 지난 7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한 ‘DMZ 연계관광 시범상품운영 공모전’에 응모해 선정된 프로그램이다. 새영남여행사 정경해 대표는 “운영하던 기존 DMZ 투어 프로그램 중 일부를 MZ세대의 트렌드에 맞춰 변경, 이번 시범운영을 거쳐 내년 본격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라며 “정부 지원금으로 항공·숙박 포함 상품인데도 37만5000원(기존 50만 원대)으로 합리적이다”고 밝혔다.
   
은빛 자작나무 숲이 환상동화처럼 펼쳐지는 인제자작나무숲. 몽환적인 분위기가 가득해 겨울에 특히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은빛 환상동화, 자작나무 숲

겨울이면 환상동화가 열리는 자작나무숲(인제군 남면 원대리)부터 찾았다. 순우리말인 자작나무는 한자로 ‘화(樺)’를 쓰는데, 빛날 ‘화(華)’를 쓰기도 한다. 옛날 초가 없을 때 기름기가 많은 자작나무 껍질에 불을 붙여 촛불처럼 사용했고, 불에 타면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 해서 자작나무다. 본래 소나무 숲이던 이곳이 솔잎혹파리 때문에 피해를 받자 1989년부터 7년간 138㏊에 소나무를 없애는 대신 자작나무 70만 그루를 심어 자작나무 숲을 이뤘다.

눈부신 은빛 자작나무에 흰 눈이 쌓여 하얗다 못해 시린 절경을 완성했고, TV와 영화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2년부터 일반에 개방되자 전국에서 관광객이 찾아왔다. 지난겨울엔 코로나19를 고려해 숲이 폐쇄됐을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SNS 인증샷용으로도 제격이라 이번 여행에서 MZ세대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행선지다. 자작나무 숲까지는 입구에서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길이는 왕복 7㎞ 정도로, 사진 찍고 천천히 즐기려면 3시간 이상은 넉넉히 잡는 게 좋다. 또 본격적으로 자작나무가 이어지는 ‘은빛 세상’까지는 꾸준히 오르막길이 이어져 편한 차림으로 가는 게 좋다. 적당히 땀을 내며 1시간 정도 걷다가 숲속 매점을 지나고부터 꽤 가파른 산길이 시작된다. 중도 포기 선언이 사방에서 들려오려는 찰나 은빛 자작나무가 눈부신 자태를 드러낸다.

몽환적인 자작나무 숲이 한낮 태양을 받아 번쩍였다. 가을의 중턱에서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대신 울긋불긋 물든 단풍나무와 짙은 신록,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자작나무 숲을 에워쌌다. 하얀 숲의 신비로움에 조금 전 산길을 오른 피로가 단번에 풀렸다. 자작나무로 만든 인디언 집과 하얀 벤치마저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이국적 풍경에 둘러싸인 여행객들은 홀린 듯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파로호 최북단 집라인

   
인제읍 덕산리 리빙스턴교의 군인 동상.
화천군과 양구군에 걸쳐 있는 호수인 파로호는 6·25전쟁 당시 북한군과 중공군 수만 명이 수장된 곳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오랑캐를 쳐부순 호수’라는 뜻으로 파로호라고 이름 붙였다. 면적 38.9㎢. 저수량 약 10억 t인 이곳은 과거 비극의 역사를 수면 아래 간직한 채 잔잔하게 흐른다.

파로호 상류인 양구군 양구읍에 위치한 ‘한반도 스카이’는 최북단 집라인이다. 높이 65m, 길이 750m로 파로호 위를 가로지른다. 집라인을 타고 내리는 곳에는 한반도 모양의 인공 숲을 조성해 산책할 수 있도록 했다. 태양광으로 움직이는 친환경 보트를 타고 파로호를 다시 가로질러 돌아올 수도 있다.

이곳은 최북단 집라인이라는 특징을 살려 안전요원이 ‘평화’를 외치면 탑승객은 ‘통일’을 외치며 출발한다. 통일에 대한 염원이 북한 땅에 닿길 바라는 마음으로 특별한 레저 체험을 하는 것이다. MZ세대 대부분은 탑승을 앞두고 스마트폰을 손에 고정했다. 파로호를 가로질러 집라인을 타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기 위해서다. 줄을 타고 가로지르는 시간은 30초 남짓이지만, 잔잔한 파로호와 한반도 인공 숲의 고즈넉한 풍경이 쉽게 잊지 못할 강렬한 추억을 선사한다. 역사적 의미도 되새기고 재미를 느끼기에 제격이다.

인제읍 덕산리에 설치된 리빙스턴교 역시 전쟁의 역사가 서린 곳이다. 6·25전쟁 당시 북한군과 교전 중이던 리빙스턴 소위가 이끌던 유엔군은 인북천 인근까지 후퇴했다. 강을 건너야 탈출할 수 있는데 당시 이곳엔 교량이 없었고 폭우가 쏟아져 강물까지 불어 많은 사람이 희생됐다. 이후 리빙스턴 소위는 ‘다리만 있었다면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 이곳에 다리를 놓아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리빙스턴의 부인이 한국을 방문해 이를 전하고 1957년 12월 다리를 만들어 그의 이름을 붙였다. 그 후 노후하자 1970년 12월 육군이 길이 150m 폭 7m가량의 현재 교량을 가설했다.

다리는 붉게 칠해 ‘빨간 다리’라고도 불리는데 희생된 이들의 피를 상징하는 듯 느껴진다. 다리의 처음과 중간에 총을 든 군인의 동상이 있다. 녹슨 총구 앞에서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은 여행객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리빙스턴교를 기록했다.

MZ세대들은 이번 여행 내내 새로운 경험과 아름다운 강원도의 풍경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각자의 방식으로 여행지를 기록하고 추억할 것이다. 금강산 해금강 등 북한 땅이 한눈에 들어오던 고성통일전망타워(고성군 현내면)에서도, 청명한 날씨 덕에 설악산 울산바위를 선명히 조망할 수 있는 설악산자생식물원(속초시 노학동)에서의 호젓한 산책 시간도.


# 청정지 양구 특산물, 시래기 만난 코다리

■ 강원도의 맛

   
양구 시래기 코다리 정식.
국토 정중앙에 자리해 ‘한반도의 배꼽’으로 불리는 강원도 양구군. 이곳에 가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이 양구 시래기다. 무청을 말린 시래기는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양구 시래기는 DMZ라는 무공해 청정지역에서 생산돼 더 높은 값어치를 인정받는다.

양구군 감람원에서는 강원도의 대표 특산물인 양구 시래기는 물론 이 지역 또 다른 먹거리인 코다리(반건조한 명태)를 동시에 맛볼 수 있다. 코다리시래기조림은 조림이기보다는 찌개에 가까울 정도로 국물이 많아 시래기찌개를 먹는 느낌이다. 선뜻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적당히 단단하면서도 수분을 많이 함유해 부들부들한 코다리 살과 시래기의 궁합이 꽤 좋다. 여느 된장 시래기찌개와 달리 고춧가루를 많이 풀어 얼큰함을 더한 이곳 코다리시래기조림은 다른 반찬 없이도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게 한다.

요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인제군 자작나무숲 인근에 특별한 맛집이 생겼다. 이 일대 마을 부녀회가 운영하는 자작나무향토음식점으로, 박초월 회장을 비롯한 50여 명의 부녀회원이 힘을 합쳐 운영하는 마을식당이다. 관광객은 늘어나는데 외딴 지역이라 식당이 변변치 않자 마을 수익사업을 해보자는 박 회장의 제안으로 최근 문을 열었다. 무엇보다 산 자락 텃밭에서 키운 식재료를 활용, 로컬푸드를 지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메뉴도 두부전골과 초계면, 산채비빔밥, 도토리묵, 수수부꾸미, 전병 등으로 어머니가 해주시는 ‘강원도 집밥’ 같다. 대표 메뉴인 전복삼계탕에는 새싹삼이 들어가 향긋함을 더한다. 푹 고아내 걸쭉한 삼계탕 국물을 먹는 순간 피로감이 싹 가신다. 삼계탕에 들어간 주먹만 한 강원도 통감자도 자작나무숲 트레킹으로 허해진 속을 든든하게 채워준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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