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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폐건물 소식만 들으면 달려갑니다, 영화 속 핫플은 이들 작품

부산, 삶 그리고 사람들- 부산영상위 로케이션 매니저의 하루

  •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
  •  |   입력 : 2022-03-02 19:20:02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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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서 온 로케 전문업체와 장소 물색
- 옛 침례병원·검역원 건물 곳곳 둘러봐
- 공동어시장 협조 난색에 설득 진땀도

- 작년 부산서 만든 영화·영상물 140편
- 매니저 4명이 발로 뛰며 최적지 발굴
- “부산·작품에 애정없인 이런 일 못하죠”

영화·OTT에 부산이 등장하는 것은 이제 익숙한 일이 됐다. 지난해 부산에서 촬영된 영화·영상물만 140편에 달한다. ‘영화 촬영하기 좋은 도시 부산’이란 화려한 수식어 뒤에는 부산영상위원회 로케이션 매니저의 숨은 노력이 있다. 부산의 새로운 촬영 명소를 발굴하거나 작품에 걸맞은 장소를 찾아 추천하고 헌팅을 위해 발로 뛴다. 관공서를 설득해 촬영 협조를 구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부산영상위원회 로케이션 매니저의 하루를 동행 취재하면서 이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어시장 관계자(왼쪽부터)와 드라마 로케이션 전문 업체 ‘알큐’의 정지윤 섭외부장, 부산영상위 손일성 대리가 촬영 협의를 하고 있다.
■로케이션 매니저 ‘바쁘다, 바빠’

이날은 상반기 촬영에 들어가는 한 케이블 채널 드라마의 로케이션 헌팅에 나섰다. 오전 9시 부산영상위 영상사업팀 손일성 대리, 제승만 매니저와 함께 영상위 차량을 타고 첫 번째 장소인 옛 침례병원(금정구 남산동)으로 향했다. 제 매니저가 운전을 맡고 손 대리는 일정을 확인하며 관계자들과 통화를 이어갔다. 30분 먼저 도착해 건물을 안내해줄 관리소장과 손 대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서울에서 내려온 로케이션 전문 업체 ‘알큐’의 정지윤 섭외부장이 도착했다. 손 대리는 “영화는 영화의 제작팀이, 드라마는 방송사나 제작사가 외주를 맡긴 장소 섭외 전문 회사가 로케이션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2017년 파산 후 문을 닫은 침례병원은 최근 부산시가 부지를 매입해 공공병원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병원은 철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손 대리는 “자산관리회사가 소유하고 있던 지난 2년간 촬영이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병원이 다시 운영되기까지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그동안 촬영장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윤 섭외부장도 “코로나19 때문에 병원을 섭외하기 힘들어 요새 의학 드라마를 만들기가 어렵다. 응급실 입구, 로비, 1개 층 정도만 보존해둬도 병원 신(scene)을 찍기 위해 많은 작품이 부산에 올 것이다”고 했다.

건물 안은 불이 켜지지 않은 채 어두웠다. 손 대리가 가방에서 손전등 2개를 꺼내 앞길을 비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1층으로 올라간 뒤 계단을 통해 이동하며 각층을 둘러봤다. 정지윤 섭외부장은 병실 수술실 진찰실 간호사실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주택가가 잘 보이는 병실이 있나” “더 큰 진찰실은 없나” 수시로 질문을 던지면서 디지털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옛 국립수의과학검역원(위)과 옛 침례병원을 둘러보는 손 대리의 모습.
낮 12시 점심도 거른 채 숨 돌릴 틈 없이 다음 장소인 옛 국립수의과학검역원(서구 암남동)으로 출발했다. 검역원이 강서구로 이전하면서 폐건물이 돼 현재는 재활용센터로 사용하고 있다. 제 매니저는 “폐건물은 민원 발생 소지가 적어서 영화 장소로 좋다. 폐건물이 있다는 뉴스만 보면 무조건 달려가 본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이번 작품 콘셉트와는 맞지 않지만 범죄물 찍기 좋은 장소다. 회사에 공유하겠다”며 연신 셔터를 눌렀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전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손 대리는 “원래 오늘 답사 일정이 3팀이었는데, 2팀의 일정이 바뀐 덕에 여유 있게 식사를 할 수 있게 됐다”면서 “평소엔 일정이 빡빡해 삼각김밥으로 때울 때도 많다”고 했다.

오후 3시 마지막 장소인 부산공동어시장(서구 남부민동)에 도착했다. 경매 장면 촬영 허락을 구하기 위해 공동어시장 담당자와의 협의가 필요했다. 제 매니저는 영상위가 증정용으로 제작한 무선충전기 수건 텀블러 등을 잔뜩 담은 쇼핑백 하나를 공동어시장 측에 전할 선물로 챙겨서 차에서 내렸다. 정 부장이 “스태프 50명, 보조출연자 50명이 온다”고 하자 공동어시장 관계자가 “확진자가 나오면 수십억 원어치 고기(경매)가 마비가 될 우려가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영상위와 정 부장의 지난한 설득 작업이 시작됐다. 한참 뒤 “일단 내용을 정리해 공문으로 달라”는 말로 겨우 마무리가 됐다. 정지윤 섭외부장은 이날 찍은 사진을 드라마 감독에게 전달하고 감독의 답을 받으면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 이날은 최종 촬영까지 이어질 기나긴 고비의 첫 시작에 불과하다.

■“부산과 작품 사랑하는 마음은 필수”

현재 부산영상위 영상사업팀 로케이션 매니저는 4명. 이달에만 진행 중인 작품 60여 편을 나눠 맡고 있다. 야간이나 새벽, 주말에도 촬영지에 나가야 할 때도 많고 한번 맡은 작품은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퇴근 후나 휴가 때도 사무실 전화를 휴대폰 착신으로 돌려놓기도 한다.

‘부산에서 백악관을 찾아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받아도 “최대한 비슷한 곳으로 알아보겠다”고 답해야 하는 게 로케이션 매니저다. 사유지를 막무가내로 찍겠다거나 하루 이틀 전 갑자기 섭외해달라면서 “왜 안 해 주느냐”고 원망을 하기도 한다. “피곤한데 오전에 전화했다”는 둥 지원을 요청하면서 각양각색의 이유로 화를 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제 매니저는 “다른 지역에서 다 섭외가 안 돼 촬영하기 어려운 장소를 섭외해달라면서 ‘영화도시 부산이니 해달라’고 해 난감할 때가 많다. 그러나 반대로 장소 이용에 협조해주는 측에서 ‘영화도시 부산이니까 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뿌듯하다. 영화도시 부산의 양날이다”며 웃었다.

7년간 로케이션 매니저로 부산을 누빈 부산영상위 박준우 대리(부산아시아영화학교)는 로케이션 매니저의 자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자료 분석과 의사소통 능력 체력은 기본, 무엇보다 부산과 작품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힘들어도 일이 좋으면 끝까지 갈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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