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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봄, 그리고 미술관

꽃·바다·먹거리는 거들 뿐 … 미술에 흠뻑 젖은 탐라여행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22-04-13 19:23:42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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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을 품은 건물 자체가 예술…제주도립미술관

#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의 심장부…제주현대미술관

# 거장의 ‘물방울’ 영롱하게 맺힌 곳…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 잇단 기증으로 위상 점점 높아지는…서귀포 이중섭미술관

한낮 기온이 20도를 넘나들며 초여름을 방불케 한다. 기후변화로 봄이 짧아졌다는 과학적 설명은 있지만, 출퇴근길에 벚꽃 며칠 본 것만으로 계절 하나를 날려보낸 것 같아 억울한 마음마저 든다. 계절의 속도를 늦춰야겠다. 내 시간이지만, 내 시간 아닌 것 같은 일상에서 빠져나와 온전히 나만의 하루를 채울 수 있는 여행을 떠났다. 콘셉트는 무뎌진 감각을 일깨울 ‘아트투어’. 민간 미술관과 박물관까지 모두 합하면 80개가 넘는다는 제주로 향했다. 제주의 자연과 삶을 담은 공립미술관과 제주가 품은 화가 이중섭, 김창열 미술관을 둘러봤다.
제주 도립 김창열미술관에서는 ‘물방울 작가’ 김창열의 작품세계를 기리는 기획전 ‘그리움을 그리다’ ‘공명하는 물방울’이 열리고 있다.
■제주를 담은 미술

제주도립미술관은 제주공항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다. 차에서 내리자 미술관까지 펼쳐진 너른 잔디마당이 아침부터 부산떠느라 쌓인 피로와 긴장을 싹 날려준다.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 마음의 여유와 너그러움을 찾으라는 배려가 아닐까 싶다. 완만한 경사를 올라 미술관에 가까워질수록 반사연못으로 불리는 바닥 수공간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연못 안의 미술관은 마치 바다 위에 떠있는 섬을 연상시켰다. 몸을 낮춘 건축물과 파란 하늘을 고스란히 담은 연못 앞에 서면, 미술관에 들어가기 전부터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이다. ‘자연을 품은 제주의 아름다운 미술관’이라는 수식어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제주도립미술관은 건축물 자체로도 훌륭한 예술작품이다. 미술관과 파란 하늘을 품어내는 바닥 반사연못이 인상적이다.
이곳에선 현재 3개의 전시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특별전 ‘장리석: 바다의 역군’은 한국수출입은행이 1985년 서울에 본점을 신축하면서 벽화용으로 장리석 에게 주문 제작했던 대형 작품 ‘바다의 역군’을 기증받으면서 기획됐다. 무려 1000호 크기의 대작에는 바다에서 막 나와 머리를 말리거나 휴식을 취하는 제주해녀의 다양한 모습과 애환, 그리고 바다를 집약적으로 담아냈다. 제주 향토색인 갈색과 녹색이 주를 이루는 이 작품은 안정적인 구도와 서정적이고 신비로운 바다의 아름다움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1·4후퇴 때 제주로 피난와서 작품 활동을 이어간 홍종명의 특별전 ‘내면의 형성화’와 제주 출신 작가 홍성석의 기증특별전 ‘인간의 절망을 표현하다’도 열리고 있다. 두 전시는 오는 17일까지, 바다의 역군은 오는 10월 23일까지 감상할 수 있다.

제주현대미술관은 젊은 예술가 연례전인 ‘탐색자’를 열고 있다. 사진은 박주애 작가의 ‘밤을 마시는 숲’.
제주 서남부로 내려와 한경면 저지리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을 찾았다. 예술인이 사는 집과 갤러리가 모인 이곳 중심부에 제주현대미술관이 있다. 미술관 본관 입구쪽으로 들어서면 최평곤의 설치작품 ‘여보세요’가 먼저 말을 건다. 옥상에 설치된 거대한 대나무 인간은 몸을 구부리고 손을 내밀고 있는데 “여보세요”라며 따뜻한 위로와 안부의 인사를 건네는 듯하다.

도전적 실험과 꾸준한 미적 탐구를 이어오는 젊은 예술가 연례전 ‘탐색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선보인다. 올해는 남다현, 박주애, 이동훈 등 세 작가의 신작을 만날 수 있다. 박주애의 ‘밤을 마시는 숲’은 제주에서 태어나 살며 느낀 땅의 에너지를 표현한 설치 작품. 전시장은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진 곶자왈을 옮겨놓은 것 같다. 얽혀진 잔가지 사이 ‘제주에 혈관과 같은 잔뿌리를 내리고 땅의 모유를 먹고 자라난’ 태아 형상의 인형이 제주의 따뜻하고 강한 생명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남다현의 ‘제주로 가는 길, 제주가 가는 길’은 제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사유를, 이동훈의 ‘꽃과 잎’은 기존 식물 조각 시리즈를 집중화한 작업도 인상적이다. 이 외에도 김흥수 기증작품 상설전과 ‘제주의 자연, 현대미술을 품다- 주요 소장품전1’이 운영 중이다. 주요 소장품전은 가까운 거리 수장고에서 선보이는 몰입형 실감콘텐츠 전시의 주요 원작을 선보이는 자리다.

■제주가 품은 화가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엔 도립미술관이 하나 더 있다.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이다. ‘물방울 작가’로도 유명한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김창열이 대표작품 220점을 제주도에 무상 기증하면서 세워졌다. 건물의 내·외벽 마감재는 현무암 색의 검은 콘크리트였는데, 자연과 이질감을 없애고 실내와 실외를 구분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담았다고 한다. 모든 것을 ‘무(無)’로 돌려보내기 위해 물방울을 그리는 그의 작품세계가 건축물에도 고스란히 녹아든 것이다. 상공에서 바라봤을 때 격자 형식의 건물은 ‘回(돌아올 회)’의 형상을, 미술관 내부 역시 ‘회귀의 동선’으로 만들었다.

영롱하게 빛나는 물방울이 캔버스 위에 올려져 있거나 흘러내리는 그림은 맑은 감성과 긴장감으로 고요한 울림을 준다. 전시장에는 작가의 초기 물방울 작품부터 그가 어린 시절 맨 처음 배운 천자문 위에 물방울을 그린 회귀 연작 등 그의 작품 다수를 대작으로 걸었다. 기획전 ‘그리움을 그리다’와 ‘공명하는 물방울’은 각각 오는 6월 12일, 19일까지 볼 수 있다.

이건희 컬렉션 일부가 기증되면서 제주 이중섭미술관이 주목을 받고 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이 묻어나는 당시 편지화, 엽서화, 은지화 등을 볼 수 있다.
최근 이건희 컬렉션 기증으로 주목받는 이중섭미술관도 찾아봤다. ‘한국의 국민화가’ ‘비운의 천재화가’로 불리는 이중섭은 한국 전쟁이 발발한 후 1951년 제주로 피난 왔다. 약 1년간 가족과 1.4평 남짓한 집에 거주하면서 ‘서귀포의 환상’ 등 작품을 남겼다. 당시 거주지가 미술관 앞 이중섭 공원에 남아있어 당시 전쟁으로 인한 고단한 삶을 짐작하게 했다.

개관 20주년 특별전 ‘청년 이중섭, 사랑과 그리움’은 이중섭이 아내 마사코와 주고받은 그림 연서,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동안 애틋한 마음을 담은 편지화, 가난한 예술혼과 같은 은지화를 전시 중이다. 일본에 있는 아내와 아들에게 보낸 편지지마다 정성스럽게 그린 그림이 눈길을 끌었는데, 한국에서 외롭고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현실과는 대조적으로 활기 넘치는 자신과 행복한 가족의 형상을 남겨 간절한 그리움을 더했다. 서귀포시에 위치한 이중섭미술관은 온라인 사전예약제로 운영한다.


◇초대형 복합리조트 안덕면 제주신화월드

- 제주 서부지역 대표 숙소…고급 호텔·테마파크 등 갖춰

제주신화월드 불꽃쇼를 보려는 투숙객이 테마파크 앞에 모여있다.
제주 서부 지역은 새롭게 제주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신흥 관광지라 만족스러운 숙박시설을 찾기란 쉽지 않다. 초대형 복합리조트인 제주신화월드는 규모 만큼이나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친구 연인 가족 등 여행객 구성에 따라 취향에 맞는 숙박 형태를 선택할 수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250만 ㎡에 세운 제주신화월드는 프리미엄 호텔 브랜드, 테마파크, 워터파크, 다목적 컨벤션센터 등을 두루 갖춘 복합리조트다. 50개 이상의 식음 매장, 외국인 전용 카지노 등 다양한 관광시설이 매력적이다. 객실은 종류별로 2000개가 넘는데, 프리미엄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리어트관’, 가족여행객을 위한 ‘신화관’, 합리적 가격의 ‘랜딩관’, 고급 리조트 형태의 ‘서머셋’ 등이 준비돼 있다.

가족 단위 여행객은 신화테마파크와 워터파크를 눈여겨볼 만 하다. 신화테마파크는 국내 애니메이션사 TUBAn과 연계한 가족형 어트렉션 시설이다. 4D극장과 라이드, 퍼레이드를 포함한 15개 놀이기구 및 다양한 라이브 쇼를 즐길 수 있다. 신화워터파크는 슬라이드와 키즈풀, 파도풀, 찜질방 등을 갖추고 있으며, 다음 달 개장한다. 지난해 11월엔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 전문점도 오픈했다. 여주 파주 부산 시흥에 이어 문을 연 신세계사이먼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 초 기준 해외 명품, 컨템포러리, 스포츠 등 52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매일 오후 8시30분엔 이용객을 위한 불꽃쇼가 펼쳐져 색다른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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