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2018)’에서 우리는 갇혀있던 공룡들이 야생으로 뛰쳐나오는 결말을 보았다. ‘쥬라기 공원’(1993) 이래 지속되고 반복되어 왔던, 시리즈의 틀을 부수는 대담한 아이디어였을 것이다. 기업의 탐욕으로 통제불능의 사태가 터지고 공원 시설이나 공룡의 서식지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처한 인물들이 살아남기 위해 숨바꼭질을 거듭한다는 공식에서 벗어나, 아마도 다음 영화에서는 세상으로 풀려난 공룡들의 위협과 그로 인한 인간 사회의 혼란상이라는 훨씬 거대한 스케일을 보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만드는 마무리였다.
 |
| 영화 ‘쥬라기월드:도미니언’ 스틸컷. |
콜린 트레보로우의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2022)은 이러한 가능성을 발현하지 못한 채 봉합한다. 결국 영화는 일종의 도돌이표이다. 바이오신이라는 악덕기업이 파국을 불러올 음모를 꾸미고 주인공 일행은 아수라장을 뚫고 탈출에 성공한다. 동일한 플롯의 영겁회귀. ‘쥬라기 공원 - 잃어버린 세계’(1997)부터 각본 수준이 좋았던 적은 없었던 이 시리즈가 지속될 수 있었던 건 어떤 식으로든 공룡이라는 어트랙션(attraction)을 붙잡고 그로부터 이야기의 출발점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사건의 동인(動因)을 엉뚱한 유전자 조작 메뚜기로 바꾸면서 스스로 길을 잃고 만다.
제한구역을 벗어난 공룡들로 촉발된 세상의 변화, 그 안에서 벌어지는 주인공 일행의 활약상, 유사가족 관계에서 오는 균열과 긴장, 복제인간이라는 기원에서 오는 메이지의 정체성 혼란과 사춘기의 위기, 블루와의 관계 등 ‘쥬라기 월드 : 도미니언’은 전작으로부터 물려받은 이야기 흐름과 설정에 적절히 매듭을 지어줄 필요가 있는 영화였다. 그러나 모든 인물의 동기와 감정선, 갈등의 진행이 얄팍하고 피상적으로만 다루어져 이야기는 몰입감을 갖지 못한 채 겉돌고, 공룡이 사건의 원인이 아니니 관객의 눈길을 끌어야 할 공룡의 출현 비중마저 줄어들고 만다.
무엇보다 ‘쥬라기 월드 : 도미니언’이 재난인 건, 마케팅이 중시되는 상업영화라도 존중되어야 할 창작의 재량권이 완전히 실종되어 버렸다는 데 있다.
‘쥬라기 월드’(2015)에는 있었던 공룡이라는 소재에 대한 애정, 과거 시리즈에 대한 존중과 경의, 창작 주체인 감독과 작가 등의 역할이 이 영화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단지 추억팔이가 필요하니 과거 주인공들을 불러오고, 끌어들일 명분이 필요하니 억지스러운 설정을 넣고, 구경거리를 만들어야 하니 필요 없는 배역과 액션을 덧대어 짜깁기할 따름이다. 충분한 밀도를 두고 다뤄야 할 플롯들을 날려버리거나 대충 훑고 소모한 뒤에 남는 건 흥행공식에 따라야 한다는 안일한 발상으로 마구 재단해버린, 어처구니가 없으리만치 유기성과 핍진성이 박살난 껍데기일 뿐이다.
이 영화의 진정한 의의는 차후 영화계가 경계로 삼아야 할 반면교사라는데 있을 것이다. 경영진의 상업적 판단이 작품의 품위에 우선하면 창작자는 의욕을 잃고, 결과물은 망가지며, 아울러 의도하던 흥행도 덩달아 망한다는 영화 산업의 아이러니. 창작자의 가슴과 손길이 아닌, 회계사의 계산이 영화의 주도권을 쥐고 흔든 결과는 아이러니하게도 ‘스타워즈 :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2019)에 이은 블록버스터의 또 다른 몰락이었다.